아테네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선수들보다 취재진 숫자가 더 많아 ‘스포츠저널리스트 올림픽’이라고까지 불린 이번 대회를 다녀온 취재기자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만족’보다는 ‘불만’이 더 많은 분위기다. 대다수 기자들은 현지와의 시간차로 인해 아침 8시부터 새벽2시까지 매일같이 강행군을 펼쳐 피로에 지쳤을 만큼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들이 말하는 해프닝과 소감을 들어봤다.
<오심 종목도 모른채 자극적 보도 경쟁>
현재까지 이렇다할 결과를 얻어내지 못해 아쉬움을 더하고 있는 체조 양태영 선수 오심 파문. 이는 당시 언론들의 해프닝으로 세간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지난달 18일 남자체조 개인종합에서 미국선수가 뜀틀 종목에서 발이 매트 밖으로 나가는 착지 실수를 벌였음에도 불구 금메달을 따자 굿데이, 국민 등 일부 언론들이 ‘금메달을 빼앗겼다’, ‘제2오노사건’이라고 다소 자극적인 보도를 했다. 그러자 경향은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에서 “일부 언론의 ‘아니면 말고’식의 책임없는 ‘옐로 저널리즘’ 때문에 아름다운 은메달이 얼룩져 안타까울 뿐이다”고 비판했다.
당시 보도들은 ‘뜀틀’과 ‘철봉’에 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3일 뒤인 21일 국제체조연맹이 ‘양 선수의 평행봉 기술 적용 오류’와 관련해 당시 채점을 맡았던 심판 3명을 자격 정지하면서 결과적으로 관련사실을 다룬 언론들이 모두 오보를 했음이 드러났다.
‘제2오노사건’이라며 흥분했던 언론들도, 이들 보도에 대해 ‘책임없는 옐로 저널리즘’이라고 공박했던 언론도 정작 오심이 ‘평행봉’에 있었음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올림픽 현장에서 일어난 기자들의 ‘자극적 애국심’이 만들어 낸 오보로 기록됐다.
<불필요한 부스 신청…예산 낭비>
올림픽 취재를 위한 기자실 운용은 그동안 ‘사세과시용’이라는 통념이 많았다. 언론사 경기가 나쁘다던 올해도 전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어김없이 부스 설치로 북적댔다.
시드니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림픽을 취재하고 돌아온 스포츠투데이 유병철 기자는 “5명이상의 취재 인력이 아니면 굳이 부스 설치를 할 필요가 있겠냐”며 “부스 하나 설치비용이면 기자 2명을 더 파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은 인력이라면 공동프레스룸에서 약간의 비용을 더 주고 고정 자리를 배치받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취재에도 큰 지장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외국기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 파견의 목적에 더 부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 기자는 공동작업실을 사용하면서 외국의 올림픽 전문기자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가 만난 기자들 중 76년 대회부터 지금까지 올림픽을 취재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올림픽 전문기자와 독일의 41세 여자 사진기자 등은 전문 스포츠 저널리스트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의 SIG 올림픽 담당 기자가 체조 양태영 선수 오심과 관련해서 체조연맹이 “이전 올림픽 대회에서 공동 금메달 수여가 두 번 있었지만 그것들은 양 선수의 경우와 달리 심판들이 비리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 아니며 “두 건 중 하나는 양 선수 건과 같이 심판의 실수로 인한 것”이었음을 알려와 기자들은 물론 선수단들도 그때서야 진위 공방에 박차를 가했다고 밝혔다.
한편 부스와 관련해 한국일보는 당초 설치 신청을 했으나 관련 비용을 조직위에 지불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회 조직위에서는 한국일보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예정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자원봉사자 인터뷰도 허가 받아야>
취재기자들이 올림픽 현장에 파견된 이유는 현장의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테네 올림픽 취재기자들은 철저하게 교육된 자원봉사자들로 인해 많은 불편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경향신문 심희정 기자는 자원봉사자들을 ‘딱따구리’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어떤 것을 물어도 ‘대답할 권한이 없다’는 식으로 말을 막고, 무조건 주최측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며 융통성 없는 행동만 일삼아 답답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택시기자들의 횡포가 극심했다”며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려 한번은 택시기사의 행위를 주변에 있던 경찰에게 알리려 했더니 돈도 안받고 달아나버리더라”고 밝혔다.
스포츠서울 조병모 기자는 “파란색 자원봉사자들은 무급이라 인터뷰가 가능했지만 빨간색옷 입은 사람들은 유급이라 허가를 받고 인터뷰를 했어야 했다”면서 “이번 올림픽은 특히 신문 보도의 경우 역대 올림픽에 비해 현장성 기사의 숫자가 가장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