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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번째 모임을 가진 '말글사랑방' 회원들. 관심있는 사람들이면 누구든지 연락바란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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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글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외계어, 영어, 한자 등 갈수록 우리말과 글의 정체성이 외면당하는 가운데 묵묵히 우리말 지킴이에 나선 기자들이 있어 화제다. 어문교열기자협회 소속 회원으로 구성된 교열기자들의 모임인 ‘말글 사랑방’은 두 달에 한번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현장에서 나타나는 고민을 나누는 자리다.
2002년 겨울 평소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한잔, 두잔 술자리를 가지던 것이 자연스레 모임의 태동을 가져왔다. 신문사 구조에서 교열기자들이 차지하는 위치가 조금씩 좁아 지고 있는 것도 이들을 하나로 뭉치는 데 일조했다.
10일 저녁 무교동 한 식당. 모임이 태동한 지 2년째를 맞아 이들은 13번째 모임을 가졌다. 이 날 모인 인원은 모두 12명. 다음날이 휴일인지라 오랜만에 각 사에서 참석했다.
말글사랑방은 매번 모임 때마다 손님을 초청한다. 주로 우리말과 글에 관련된 사람이다. 13번째 모임의 초대손님은 ‘한글문화연대’ 대표인 한림대 김영명 교수. 서로가 초면이지만 소주 한 두잔에 금새 ‘친구’가 됐다.
말글사랑방은 조직 체계가 없다. 회장도 없고 총무도 정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사람이 일을 맡았을 뿐이다. 서울신문 이경우 기자가 주로 연락책을 맡고 문화일보 황성규 기자가 보통 진행을 맡는다. 이야기의 물꼬를 트는 것도 형식이 없다. 술 안주가 우리말과 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날 모임의 주요 화두는 ‘한글문화연대’의 활동이었다. 김 교수는 “어느날 강의를 하는 데 교재에 너무 많은 영어가 등장해 잠재해 있던 의지가 표출됐다”며 “미국이 우리나라에 영향력을 많이 행사할 때는 영어 비중이 많아지고 이제는 중국이 영향을 미치니까 한자 사용이 많아졌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장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문제도 지적됐다. 최근 화폐개혁과 관련해 신문에 ‘디노미네이션’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데 어떻게 한글로 바꿔야 하는지, 정체불명 일본어 ‘재테크’ 등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다.
올해로 어문교열기자협회에서 발행하는 계간 ‘말과 글’이 1백호를 맞는다. 이를 계기로 북한 기자들과의 우리말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어려움도 많고 관심도 적어 아쉽지만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만은 크다.
누군가 웃으며 ‘말글사랑방’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우리말 지키기를 각종 시민단체에서 진행한다면 교열기자들은 ‘우리말 가꾸기’를 수행하는 파수꾼”이라고.
차정인 기자 pressch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