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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정상화 길 찾나

노사 대타협…회생 '첫 발'

이종완 기자  2004.09.15 10: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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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오른쪽)과 전민수 노조위원장이 8일 임단협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오른쪽)과 전민수 노조위원장이 8일 임단협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부채·미지급 퇴직금·미증자금 등 암초 여전





경영난이 가중되며 한때 존폐의 위기까지 내몰렸던 한국일보 사태가 지난 8일 극적인 노사간 임단협안 타결로 한 고비를 넘겼다.

한때 ‘언론사관학교’라 불리며 지난 50년간 한국 언론의 주역으로 인정돼온 한국일보는 올해 들어 현금유동성부족과 경영난이 겹치며 위기를 맞았다.



장재구 회장의 증자약속 불이행과 이에 따른 구성원들의 불신, 회사 구조조정안에 대한 노조측 반발 등 지난 4월부터 5개월간 진행됐던 한국일보 사태는 그야말로 청산이냐 존속이냐를 우려할 정도였다.



노사간 임단협 타결로 각 구성원간 의견차가 해소, 회생의 첫발을 디디게 됐으나 여전히 암초는 남아있다.



특히 지난 2003년말 현재 3천8백59억원에 이르는 부채와 5백억원대로 추정되는 기 퇴직자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액, 4백억 원대의 미증자금 해결 등 과제가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편집국 비상대책위원회>

지난 4월 한국일보 사태가 불거지면서 무려 30여명의 선·후배 기자들이 떠난 편집국은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고 있다.



오직 ‘한국일보 정상화’를 위해 지난 7월 23일 회사측의 구조조정 동의서에 서명했던 편집국 소속 2백30명의 기자들은 장 회장의 증자약속 이행과 예전의 한국일보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다져왔다.



비대위는 지난달 말 장 회장의 증자약속 미이행 이후 ‘장회장 퇴진운동’과 자체적 ‘한국일보 살리기 운동’까지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8일 노사 대타협 소식을 전해 들은 비대위측은 다음날인 9일 편집국 총회를 열어 앞으로의 한국일보 정상화를 위한 기자들의 목소리를 청취, 사측에 마지막 기회를 부여했다.



편집국 비대위는 ‘우리의 입장’을 통해 “한국일보 노조와 장재구 회장은 한발씩 양보하는 선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파국’을 막는 지혜를 발휘했다”며 “그러나 장회장이 약속한 54억원 증자는 부도를 막는 수준의 땜질식 처방에 불과할 뿐, 한국일보의 근본적인 회생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장회장이 진정으로 회사를 살릴 의지가 있다면 연말까지 기다릴 께 아니라 2백억원 증자를 최대한 앞당겨 완료하고 추가 투자계획의 조속한 마련과 경영 쇄신책의 조속한 마련이 필요하다”며 “노조와 공동대책 기구를 만들어 경영 및 신문 혁신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또 13일 단행된 신상석 대표이사 사장의 사표수리와 국장급 인사를 놓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사의를 표명한 신 사장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회장은 은행 공동관리 기간만이라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것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유능한 외부인사 CEO 영입 △편집국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복수인사 중 국장을 지명하는 형태의 국장선임방식의 개선 등을 요구, 회사정상화를 위한 바람을 그대로 전했다.




   
 
   
 

 

<노조>

압도적인 파업찬성으로 파업을 예고하기도 했던 한국 노조는 8일 사측과의 협상안 타결을 이뤄내 회사정상화를 위한 첫 물꼬를 텄다.



노사는 △임금 17.8% 삭감(연봉 3천만원 이하 10%, 3천∼4천만원 이하 30%, 4천만원 초과 50% 삭감) △퇴직금 누진제 중간 정산 후 지급 △퇴직 가산금을 공동 관리 기간동안 5개월치 지급 △조합원 정년을 56세로 조정(기존 55세) △비정규직 조합원은 2년 후 정사원 임용 등의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또 쟁점이 됐던 퇴직금 누진제와 가산금제는 은행 공동관리 기간 중 유보하기로 했고 퇴직금 누진제의 경우 7월 31일 현재 평균임금으로 중간정산하고 8월 이후에는 단수제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중간정산 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번 노사합의의 가장 큰 성과로 조합원들의 가장 큰 바람을 반영한 △실질적인 비정규직 철폐 △조합원 정년 조정 등을 이끌어냈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지난달 19일 사측과의 교섭결렬 후 장재구 현 회장 일가를 업무상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던 노조는 “이번 합의는 지난 2년 동안 경영정상화 계획 발표와 식언(食言)을 되풀이했던 장 회장에 대한 마지막 기회일 뿐”이라며 “혹시라도 경영진이 오판하여 ‘골칫거리 하나 해결했다’는 식의 안일한 사고를 머릿속에 담는 순간 언론노조는 장 회장을 상대로 한 즉각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주 내 이뤄질 장회장의 54억원 증자약속 이행과 임금미지급분 지급 등의 약속이행이 한국일보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측·채권단>

채권단의 중재 하에 노조파업과 ‘비대위의 경영진 퇴진운동’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면한 사측 역시 이들과 마찬가지로 장 회장의 증자약속 이행만이 앞으로의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정상화를 위한 구성원간 입장차가 해소된 상황에서 채권단회의에 앞서 장 회장이 회사정상화를 위한 대안을 내놓는 것이야말로 한국일보를 살리는 가장 좋은 대안이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일단 장회장의 54억원 증자가 이뤄지는 대로 그동안 구성원들의 미지급분 임금 40억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신문지면의 개혁과 기 퇴직자들에 대한 퇴직금 정산 등 산적한 과제를 하나씩 풀어나갈 예정이다.



지난 1일 설명회를 개최했던 채권단 또한 그동안 노사간 중재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장회장의 증자약속이 조속히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구성원이 모두 동의한 구조조정안에 대한 평가를 거쳐 오는 20일경 예상되는 채권단회의에서 회사의 채권관리 지속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고낙현 채권관리단장은 “회사정상화를 바라는 구성원들의 한 목소리가 정상화의 시발점이 되고 있듯 채권단 회의에서도 좋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회사정상화는 구성원과 사측의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예전의 한국일보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