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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고 겸손한 기자들의 한마당

미국기자협회 SPJ 컨벤션 참가기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2004.09.22 10: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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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명의 한국기자대표단이 미 국무성 소속 아시아 태평양 지역 담당 관리들과 국무성 정원에서 9월 10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10명의 한국기자대표단이 미 국무성 소속 아시아 태평양 지역 담당 관리들과 국무성 정원에서 9월 10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PJ 내셔널 컨벤션 3일간 전문세션 개최 ‘문전성시’

-매체변화 격렬하고 신문·방송 정보공유 활발

-데스크회의 참관…량강도 사건 질문 받기도





한국기자협회는 4년째 미국기자협회(The Society of Professional Journalists, SPJ) 와 상호 교류를 하고 있다. 양국 기협은 한미 양국 기자사회의 공통적 현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의견을 주고 받아왔다.



9월 9일부터 11일까지 뉴욕 맨하탄 하얏트호텔에서 SPJ 내셔널 컨벤션이 열렸다. 내셔널 컨벤션은 3일간 ‘미국기자대회’를 열어 저널리스트 사회를 반성하고 언론환경에 관한 전문적인 세션을 개최, 뜨거운 논쟁을 시도하는 자리. SPJ는 ‘기자들의 축제’인 이 대회에 외부단체로는 유일하게 한국기자협회를 초청했다.



기자협회는 9월 7일부터 17일까지 이상기 회장을 단장으로 10명의 기자대표단을 보내 SPJ와 호흡을 같이 했다. 이번 SPJ초청 미국 방문프로그램은 미국 국무부가 공동참여 했으며 주한 미대사관측 관계자도 동참했다.



<횃불을 높이 들어라>

이번 기자 컨벤션의 캐치프레이즈는 ‘횃불을 높이 들어라’(Raising the Torch)였다. 11일 마지막 밤 연회. 1년 임기를 마친 전 회장, 현 회장, 차기 회장 등 지도부 3인이 대회를 이끌었다. 미국사회의 핵심적 중추를 이루는 기자들 ‘그들만의 잔치’였다.



백악관의 그 누구도 초청 받지 못했고 관변 인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 행차에 초점을 맞춘 한국의 ‘임석상관식 의전’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언론 산업계 굵직한 스폰서들도 얼씬거리지 못했다. 대회 팸플릿 뒤 페이지에 조용히 있을 뿐.



어윈 그라츠(Irwin Gratz) 신임회장을 비롯한 회장단 3인은 한미 기자교류에 참여한 바 있어 기자협회 초청 한국방문의 경험을 전부 가지고 있었다. 현직 미 언론인 1천여 명이 참여한 큰 연회에서 한국기자단은 정식으로 소개받고 서로의 우의를 확인하였다.



전날 10일 밤 SPJ집행부는 따로 시간을 내 맨하탄 한 장소에서 허심탄회한 만찬을 열어 주었다. 한미 기자협회 양국대표들이 지속적인 상호교류를 확인했고 오래된 친구 마냥 참가자들은 서로 어깨를 두드렸다.



기조연설을 맡은 시카고 트리뷴 명 칼럼니스트 클라렌스 페이지씨는 ‘급변하는 편집국 문화: 새로운 세기로 가는 다리가 되자’ 라는 주제로 1시간동안 좌중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끝없는 유머와 기자사회 만이 알 수 있는 비유로 밤 시간을 즐겁게 했다. 테이블마다 박장대소가 넘쳤다. 공익봉사 등 8개 부문에 걸쳐 우수한 기사를 쓴 저널리스트에게 시상이 진행되었다. 미국 기자로서 퓰리처상에 버금가는 최고의 영예였다.



이에 앞서 컨벤션 개회식에는 전설적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씨가 참여하였고 3일간 릴레이로 열린 전문 세션은 다채로왔다. 인터넷 혁명, 기자 고용형태의 변화, 저널리즘 윤리와 취재관행, 예비 언론인을 위한 기술적 테크닉 등을 주제로 한 수십 개의 토론회가 이어졌다 여기에는 프리랜서기자 언론학교수 언론학도들이 자유롭게 참가 할 수 있다.



<"뿌리 튼튼하면 바람 걱정안해">

워싱턴D.C.는 삼엄했다. 공공건물주변엔 어김없이 차량테러를 방지하는 콘크리트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한국기자단은 미국무부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고위급 인사를 면담했다. 그의 요청으로 신분은 밝히지 않는다.



그는 방문환영 인사말에서 “여러 엇갈린 보도들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한미간 실무자들의 관계는 대단히 밀접하다. 순항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밝히며 “현재 남북간 진행 중인 개성공단 프로젝트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남북통일을 향한 길에서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간 현안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기자단의 질문에 “흔히 개성프로젝트에 미국이 반대하고 있다는 추측이 있지만 이는 옳지 않다. 한국기업이 진출할 내용과 진행과정에 대해 양국은 충분한 정보 공유를 하고 있다”면서 “민감하게 반응할만한 특정 기술이 전파될 염려는 아직 없다”고 했다.



난조에 빠진 6자회담에 대해 이 고위당국자는“실망이다. 북한은 시간을 잃어버리고 있다. 그들은 기회를 잡을 줄 알아야 한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한 후 “대량살상무기를 사용치 않겠다는 선언만 하면 국제사회의 정식 구성원이 될 수 있는데 그들의 침묵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열띤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허심탄회하게 대답을 하면서 한국 국내정치 상황을 평가해달라는 마지막 물음에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을 잘 지켜보고 있다. 좌우의 경향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좌우 스펙트럼은 어느 사회나 다 있다. 중요한 것은 국익이다. 지도자는 국익을 향한 리더십으로 평가받는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11월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한미 파트너십은 이미 수 십년 연륜 축적을 통해 쉽게 흔들리지 않는 수준에 올라와 있다”며 확신에 찬 어조로 면담을 마무리지었다.



<방송-신문 융합 성공할 것인가>

미국 언론사들은 바빴다. 전국적 위세를 떨치는 대형방송사는 빛나는 ‘말빨’을 구사하는 유명 앵커를 투입해 시사뉴스 프로를 개발하는데 열심이었다. 뉴스프로그램은 밤낮을 잊었다. 입체적 음향과 화려한 디지털 영상을 혼합해 뉴스와 엔터테인먼트는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워싱턴D.C.와 뉴욕 번화가 곳곳에는 수십개 신문가판대가 일렬종대로 서있다. 대부분 무료신문들이다.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은 제일 먼저 동이 났다. 젊은층의 신문 외면은 이미 세계적 추세. 그래서 신문사들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뉴스기획을 개발하여 타블로이드판 무료신문 마케팅을 펼쳤다.



워싱턴포스트는 ‘익스프레스’라는 40페이지짜리 무료지를 거리 곳곳에 뿌렸다. 편집이 경쾌하고 단순하다. 사진은 시원하고 섹시하다. 최근의 트렌드는 즉각 지면에서 묻어났다.



인디애나주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는 ‘인디애나폴리스스타’는 본지에선 진지한 고급지로 승부하고 무료신문인 타블로이드판 ‘인테이크 (INtake)’를 매일 80페이지를 발행 신문시장 축소에 대응했다.



광고수입 확대를 겨냥한 부음고지 지면도 보인다. 유료로 운영하면서 고인의 사진과 생애이력이 편집되어 게재된다. 결혼식 초청장 연인들의 약혼공지 각종 기념식 알림도 고정란을 만들어 광고수입을 올린다.



인구 6백50만명의 인디애나주에서 ‘채널13’방송은 전국방송 NBC를 중계하면서 인디애나주 지역뉴스를 자체 제작한다. 인디애나주에서 시청률 수위를 달리는 ‘채널13번’ 보도국은 역시 주내 신문시장 1등지인 ‘인디애나폴리스스타’ 편집국과 매일 뉴스정보를 교환했다.



양쪽의 보도국 편집국에 코디네이터 담당자를 임명해 오전 데스크회의를 마치면 상호 리포트 계획안을 통보해준다. 필요할 경우 상대방 데스크회의에도 참석한다. 이 정보공유 시스템은 5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공통된 뉴스거리를 해당 지역 신문과 방송이 동시에 다루니 뉴스매체간 시너지를 발휘한다. 특정 아이템에 대해선 상대방 매체의 정보력을 빌리니 아웃소싱의 효과도 발휘한다.



특종기사일지라도 신문과 방송이 서로에게 넘겨줘 영향력을 극대화한다. 물론 특종기사 잡은 상대방 소스를 분명히 밝혀준다. 여기에는 장단점이 있다. 취재 현장기자는 자신의 기사발굴이 희석될까봐 부정적이지만 데스크는 타 매체의 보도와 공유로 인해 뉴스시장에서 상품으로 인정받으니 긍정적이다.



오직 단일 미디어를 가지고 극단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뉴스시장에 시사하는 바 크다. 격심한 뉴스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1등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무엇을 못하겠는가.



<한미 기자사회 우정 계속돼야>

기자들은 만나면 금방 친해진다. 직업적인 외교관들처럼 의례적 서론이 필요 없다. 격의 없이 토론하고 어깨를 두드려 준다. 동일업종에 종사하면서 세상을 읽고 분석하는 고민과 노력은 서로를 하나로 쉽게 만들었다.



이번 미국방문에서 한국 기자들은 미국 언론사 편집국 보도국 데스크회의를 참관하는 귀한 기회를 체험했다. 북한 량강도 폭발사건이 뉴스로 크게 다뤄질 때 해당 편집국장은 데스크회의 중 즉석에서 한국기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우리들의 견해를 참고했다.



SPJ가 기획하여 지역 SPJ회원들과 함께 하는 3박4일간 홈스테이 프로그램은 대단히 유익했다. 한국기자단 10명이 5개조로 나뉘어 샌프란시스코 클리브랜드 솔트레이크시티 등 총 5곳에서 진행된 홈스테이 경험은 이후 결산 방담에서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평가됐다. 미국 사회를 흘깃 참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일상에 직접 참여하는 생생함이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