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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스럽던 '홈 스테이' 해보니 '대만족'

미국 5개 도시 체험기

송기용 머니투데이 기자  2004.09.22 10: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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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올 때 가장 큰 걱정이 홈스테이였다. 낯설고 말선 미국인 현지 가정에서 3박 4일을 머물러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크게 다가왔다. 게다가 현지 언론인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한국 언론상황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부담은 더더욱 컸다.



미국 각지로 흩어져야 하는 홈스테이 출발일 아침 뉴욕 한 호텔의 이상기 기자협회장 방에 모인 10명의 기자들은 ‘살아서 만나자’는 다소 비장(?)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홈스테이를 마치고 LA에서 만난 기자들은 모두들 홈스테이에 대만족을 표시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미국인들의 정서를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프링필드=주립대 언론학과 학생 대상 한국언론 특강>



한국과 미국 기자협회의 정기 기자교류를 본 궤도에 올린 장본인이 바로 미국기자협회(SPJ) 전 회장인 로버트 레저(Robert Leger)와 이상기 회장이다. 레저는 현재 미주리주 남서부에 위치한 스프링필드(Springfield)에서 발간되는 유일한 일간지인 뉴스-리더(News-Leader) 사설란 편집인으로 일하고 있다.



도착한 첫날 저녁에 가톨릭 교회에서 개최하는 ‘피크닉’행사에 레저 가족과 함께 초대돼 지역민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다음날 오전에는 사우스웨스트 미주리 주립대 언론학과 학생 1백여명을 대상으로 한국 언론에 관한 특강을 1시간 했다. 점심시간에는 이 지역 언론계 저명 인사, 한인회 간부들과 함께 오찬을 하면서 한국 언론 현황과 한미관계 그리고 북핵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오후에는 뉴스-리더 신문사를 방문, 편집국 간부들과 토론시간을 가진 후 편집회의도 참관했다. 저녁에는 뉴스-리더 발행인 부부를 비롯한 언론계 인사를 레저 집으로 초대해 한국을 바로 이해시키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샌프란시스코=언론인 정치적 독립성 주제로 ‘와인 논쟁’>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방문 기간 중에 미국 기자협회 지부 모임에서 언론인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열띤 토론에 참여할 수 있었다. 30여명의 언론인들이 동네 바에서 와인을 곁들여가며 논쟁을 벌였는데 논의의 핵심은 일선기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관련 행사에 기부금을 낼 수 있느냐, 그럴 경우 그 기자는 관련 기사를 취재할 수 있는 권리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모아졌다.



발행부수가 56만부에 달하는 유력지 샌프랜시스코 크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 기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단호한 입장이었다. 기자도 인간인 이상 결코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최대한 객관적일 수 있는 취재 환경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진보적인 주간지 (San Francisco Bay Guardian) 관계자는 기자도 자신들이 지지하는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고 취재를 할 수도 있다는 견해였다. 어떤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민주주의의 다양성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솔트레이크 시티=경쟁사 윤전기 함께 쓰고 신문도 공동배달>



미국 유타주에 있는 솔트레이크 시티(Salt Lake City)는 몰몬교가 1800년대에 건설한 종교도시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두개의 지역일간지가 서로 경쟁관계에 있었다. 비종교지인 ‘솔트레이크시티 트리뷴’과 몰몬교가 설립한 ‘데저렛 뉴스’가 한국 신문들처럼 하루하루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신문제작비용을 줄이기 위해 두 회사가 윤전기를 같이 사용할 뿐 아니라 공동 배달망을 갖추고, 신문제작 프로그램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데저렛 뉴스의 한 논설위원은 “건전한 경쟁을 벌이되 비용을 줄이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 온라인시대에 종이신문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경영난에 허덕이는 서울의 종이 신문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다.



<인디애나폴리스=“왜 반미시위 하나” 시민들에 질문 받기도>



인디애나주 주도인 인디애나폴리스(Indianapolis)에서 지역 신문과 방송사의 데스크 미팅과 간부회의를 참관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곳에서는 특히 매체의 상생(相生) 현장을 지켜볼수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지역의 유력 신문과 방송사가 기사교류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거두고 있었는데, 방송사가 신문사로부터 주요 기사를 제공받아 보도하는 등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신문과 방송이 대립하고 있는 한국의 언론상황과 달라 눈길을 끌었다.



현지에서 만난 언론사 기자와 일반 시민들로부터 민감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왜 한국 대학생들은 끊임없이 반미시위를 하느냐,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않고 있는데 미군은 감축된다, 한국 기자인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다. 북한은 향후 5년후 어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느냐 등이다.



<클리블랜드=교민들, 한국내 이념대립 안타까움 표현>



5대호 중 이리호에 위치한 클리블랜드(Cleveland)는 과거 제철, 자동차 공장이 늘어선 공업도시였지만 이들이 빠져나가면서 다소 쇠락한 모습이다. 발행부수 40만부의 현지 유력지인 ‘플레인 딜러(Plane Dealer)’ 방문에서는 미국 지역신문의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뉴욕 타임스가 벤치마킹 했다는 플레인 딜러의 인쇄공장은 최첨단시설이었고,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 안내자의 박력도 인상적이었다.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현지 교민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였다. 한국을 떠나온 지 20∼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깊은 관심을 보여준 교민들은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념대립, 반미감정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정리=송기용 머니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