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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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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저널리즘이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대중문화 현상은 복잡해지고 있고 연예뉴스에 대한 대중의 일방적 관심이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변해가고 있지만 언론은 이런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종합지는 지면부족, 스포츠지는 기사의 질이 큰 원인이었다.
연예인 사생활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크게 변했다.3~4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백지영은 비디오를 알고 찍었을까, 모르고 찍었을까' '주병진 성폭행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김희선은 누드사진 찍을 걸 알고 탄자니아로 갔을까, 모르고 갔을까' 등을 놓고 설왕설래했다.그러나 이경실, 김미화, 최진실 사건을 거치면서 연예인의 사적인 영역에 대한 지나친 보도가 대중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결혼할 때는 '잘 살겠다"며 호들갑을 떨더니 이내 만신창이가 돼 이혼하는 공식을 반복하는 유명 스타들에게 대중은 냉소를 보낼 뿐이다.
한때 시청률 보증수표였던 TV 연예 정보프로가 한자리수 시청률로 떨어진 것도 대중 관심의 변화를 방증한다.시시콜콜한 연예인 사생활과 CF, 드라마, 영화 촬영현장을 연예 '정보'랍시고 매번 내보낸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스타 자택을 방문해 아양을 떨고 있는 리포터의 모습에도 시청자는 싫증을 느낀다.TV의 연예 정보프로가 현행 방식을 고수한다면 교양물과 시청률 경쟁을 벌어야 될지도 모른다.대안은 비평 프로그램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물론 연예인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오락거리로 삼는 독자와 시청자도 엄연히 존재한다.하지만 연예계 가십과 스캔들, 이니셜 저널리즘으론 어림없다.연예인 스캔들을 1면에 걸어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미 연예인 열애기사는 소설로 받아들인다.스포츠지들은 이제 생존을 위해서라도 연예인을 괴롭혀 기사를 생산하는 방식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연예인의 사적 영역보다는 공적 영역을 다뤄야 신뢰와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다.
섹시 스타 김혜수가 19년 만에 벗는 연기를 했다면 '김혜수, 화끈하게 벗었다' '김혜수,공사(은밀한 부위를 가리는 것)했냐, 안했냐 논란'을 쓸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성을 대하는 이중성을 지적해야 할 것이고 이하늘과 베이비복스 파동 때는 본질에서 벗어난 '미아리복서' 발언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누가 옳은지에 대해 심판을 내려줘야 한다.차태현이 어떤 여자와 만나는지를 추적할 게 아니라 차태현의 코미디 연기가 이제 왜 안 먹히는지를 분석해야 할 것이다.이승연의 연예계 복귀에 대해서도 '정리'해주는 저널리즘이 요구된다.
언론사업, 특히 신문업이 위기에 처했지만 대중문화 관련기사는 경쟁력이 있다.인터넷 포탈 사이트 뉴스를 검색하는 60%가 연예 기사를 본다.여기에 기존 연예 관련 매체들의 기사 질이 떨어지다 보니 인터넷과 통신 매체들이 손쉽게 뛰어들고 있다.한마디로 연예언론 시장은 무주공산이다.연합뉴스와 머니투데이,노컷연예가 '연예 통신' 헤게모니 다툼에 돌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판이 영화계가 되고 이제는 영화산업이라 할 정도로 대중문화 시장도 커졌다.게다가 대중문화속에는 갖가지 권력관계와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이데올로기(신화)를 관철시키는 장으로 기능한다.여기서 권력은 국가권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미셸 푸코의 지적대로 병원,감옥, 학교, 방송국 등 권력관계가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는 곳이 도처에 널려있다.
그동안 대중문화 시장은 생산과 소비는 많은데 비평의 기능은 미약했다.연예인들이 사고를 치지 않으면 스포츠지의 1면 기사거리가 별로 없는 실정이었다.대중문화 영역에도 이슈 메이킹과 아젠다 설정 기능을 강화하는 매체가 멀지 않아 선점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
<전 스포츠서울 대중문화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