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 헬멧의 방탄성능을 놓고 시작된 논쟁이 MBC와 YTN 두 방송사간 자존심 대결로 번지고 있다.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하 사실은)이 자체실험을 통해 파병장병에게 지급된 것과 같은 신형헬멧으로 방탄실험을 한 결과 성능에 문제가 있다며 군 장비 납품절차의 투명성과 파병군인 안전도 우려된다는 보도를 한 것은 지난 8월 20일.
하지만 국방부는 이에 반발 8월27일에 헬멧에 대한 실험을 별도로 실시했고 이 결과를 토대로 YTN은 “우리 군이 개발한 신형 헬멧의 방탄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 국방부는 방탄 성능에 문제가 없다는 반박자료를 내고 방탄 실험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MBC 보도에 대해 지난 9월7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요청도 신청했다.
하지만 언론중재위는 “MBC의 보도는 정정보도 할 사안이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려 MBC의 손을 들어 줬다.
언론중재위는 MBC의 보도는 사실보도며 실험결과는 잘못된 사항이 없다며 “이는 특정한 기준 하에서 실험을 한 것으로 내용 자체가 틀린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일단락이 되는 듯 했던 이 문제는 인터넷에서 주요이슈로 떠오르고 국산헬멧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자 국방부와 국방품질관리소가 육군사관학교에서 24일 공동으로 ‘방탄제품 공개 성능시험’을 주최하면서 2차 공방에 들어갔다.
이날 실험에 따르면 국산헬멧은 M-16 소총탄으로 656m/s(사거리 240~260m)의 속도로 사격했을 때 관통됐으나 617m/s의 속도로 사격 땐 관통이 되지 않았고 미군헬멧은 585m/s의 속도로 사격했을 때도 관통돼 M-16 소총탄에는 국산헬멧의 방어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매그넘탄 실험에서는 438.6m/s의 속도로 사격했을 때 한국군 헬멧은 관통되지는 않았으나 함몰된 깊이가 21.4mm였고 미군 헬멧은 416.3m/s의 속도로 사격한 총탄에 8.56mm만 함몰돼 국산헬멧의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날 실험결과에 대해서도 MBC와 YTN은 서로 다른 관점으로 보도했다.
YTN은 “국산 신형방탄헬멧에 대한 공개실험 결과 헬멧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며 “실험을 직접 지켜본 언론들과 국회 국방위원 등 대부분 참관자들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지만 유독 MBC만 자신들의 보도 내용과 다른 결론이 나오자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 채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고 보도했다.
YTN은 SBS ‘8시뉴스’, KBS ‘9시뉴스’, CBS ‘노컷뉴스’를 인용하며 이들 방송이 ‘방탄헬멧 총탄 공개실험 결과 국산이 우수하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YTN은 이어 “이런 결과를 두고 언론들은 방탄헬멧의 안전성을 둘러싼 YTN과 MBC, 국방부와 MBC간의 공방이 YTN과 국방부의 승리로, MBC의 패배로 끝났다고 선명하게 결론지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MBC는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자이툰 부대원들에게 지급된 각종 방탄장비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MBC의 연속보도에 따라 국방부가 오늘 대규모 공개실험에 나섰다”며 “국방부는 MBC의 보도가 대부분 사실임을 재확인하고 장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특히 MBC는 “오늘 실험에 사용된 한국군 헬멧은 일련번호 확인결과 다른 모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이날 실험에 앞서 국회 국방위원회가 ‘국방부는 MBC측과 실험조건을 협의 하라’는 권유를 했으나 이를 무시한 채 사전협의 없이 실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MBC보도에 YTN은 다시 ‘돌발영상’ 시간을 통해 MBC 이상호 기자와 국방부 관계자의 설전을 펼치는 모습, 가짜헬멧 주장의 신빙성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MBC보도에 대해 ‘재반격’을 했다.
이에 대해 MBC 보도국 관계자는 “가짜헬멧 논란 등은 이번 사안의 본질과 닿아 있지 않음을 YTN도 알면서 잘못된 정보와 판단으로 첫 단추를 끼운 보도”라며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군납제도 문제와 그 개선방향에 대한 보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탄헬멧’ 문제를 맨 처음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동업자로서 진실을 추적하려고 힘들게 뛰어다니는 상황에서 YTN은 별도의 카메라로 나를 쫓고 국방부의 방해와 변명에 한순간 흐트러진 것을 잡아 방영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한편, YTN 보도국 관계자는 “회사차원에서 MBC나 특정기자에 대해 대응을 한 일은 없다”며 “거대 지상파방송이 상대적으로 약자인 우리를 너무 의식하고 누르는 것 같다”고 역시 유감을 나타냈다.
양측의 신경전에 대해 기자들도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 사정에 밝은 한 중견기자는 “의제설정에서는 MBC가 옳았으나 구체적인 내용에서 다소 ‘오버’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힌 반면 다른 기자는 “보도를 보면 대체적으로 MBC 쪽 보도가 상식에 맞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