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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이익만 생각하는 신문 되겠다"

조용상 경향신문 사장
잘못된 기사는 반드시 정정하고 사과

김창남 기자  2004.10.13 10: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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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 58돌 기념 인터뷰에서 조용상 사장이 경향의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청간 58돌 기념 인터뷰에서 조용상 사장이 경향의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경향신문 ‘창간 58돌’을 맞아 11일 오후 3시 30분 경향신문 5층 사장실에서 조용상 사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경향은 잘 알려져있다시피 사원들이 주인인 대표적인 ‘독립신문’ 중 하나. 이번 인터뷰를 통해 조 사장은 ‘독립언론’으로서의 경향의 위상과 CEO로서의 고민, 경향의 발전방향, 편집권독립, 상여금 미지급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입장을 밝혔다.



-취임 1년3개월이 됐습니다. 그동안 공과 및 소회를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나라는 기업의 역사가 짧고 수명도 길지 않습니다. 이처럼 급변하는 기업환경 속에서 58년을 면면이 이어온 경향신문사의 사장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서 정말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언론인 출신이 아닙니다. 그러나 경향신문에 들어와서 경향신문이 바른 신문이라는 외부의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그런 신문사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은 독립언론 출범이후 회사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사원들에게 아직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 점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개혁의 가장 큰 목표중 하나는 신문시장의 정상화일 것입니다. 특히 신문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소유지분 및 시장점유율 제한 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독립언론’의 사장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언론개혁은 국민의 80% 이상이 고개를 끄덕였듯이 시대의 대세라고 봅니다.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그 순방향은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고요.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의 언론개혁 입법청원 사실과 내용은 알고 있습니다. 그 중 소유지분 제한은 위헌논란이 있는 줄 압니다. 개인적으로는 상징적 권고조항 수준이면 어떨까 합니다. 그 자체가 불필요한 소모전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죠. 대신 비데, 자전거, 상품권 등 경품이나 무가지가 난무하는 시장은 반드시 투명하게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점유율 제한도 상위 3개사 60% 기준을 인위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신문발전기금 지원 혜택에서 일정 제한을 두는 것이 합리적일 듯 합니다. 경품은 현행법처럼 합리적 수준 이하로 낮춰야 합니다.



아직 재력있는 일부 지국에 남아있을 수 있지만 경향신문의 원칙은 경품과 무가지를 제공하지 않고 신문의 품질과 새로운 차원의 독자서비스를 통해 국민에게 다가간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심판자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도 더욱 커졌다고 봅니다. 불법 경품의 신고 포상금제는 적극 찬성합니다.



한 말씀 더 드리면 모든 신문사에 개방된 포지티브 개념의 신문유통공사도 꼭 필요합니다. 신문의 공익적 성격에 맞게 배달비용도 공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죠. 다만, 개인적으로는 참여사들이 공익성에 맞춰 경영에 함께 참여하는 보완적인 길도 열리길 바라고 있습니다.



어느 특정 신문사가 전국을 대상으로 배달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현재 큰 신문이든 작은 신문이든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끌고 가는 것이 우리나라 신문 유통구조입니다. 이것은 신문사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구조인데 신문 균형발전을 위해선 개선되어야 합니다. 특히 신문은 공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균형 발전을 위해 정부에서 나서야 합니다. 물론 100% 정부 주도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각 신문사들이 협력하면 정부가 법·제도지원뿐 아니라 재정적으로 도와주어야 합니다.



-‘독립언론’ 위상을 지키기 위해선 매체영향력이 더욱 강화돼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에선 경향의 매체 영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경향신문 매체 영향력 및 판매를 증대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고 있는지요.



앞으로 신문의 영향력은 두 가지 잣대로 평가될 것입니다. 하나는 그 신문을 국민들이 얼마나 신뢰하느냐 이고, 다른 하나는 그 신문을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좋아하고 실제 구독하느냐 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 측면에서 경향신문의 영향력을 키워나가기 위한 마라톤을 뛰고 있습니다.



신문에 대한 신뢰도가 매년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독자인 국민의 이익보다는 특정 정파나 사주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신문을 제작하고, 이런 신문의 기사가 실제 사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독립언론 경향신문은 국민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신문사가 될 것입니다. 지난 9월 ‘언바세바’로 개편된 미디어칸은 이런 경향의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작지만 소중한 출발입니다. 잘못된 기사는 반드시 정정하고, 사과하는 자세를 보일 때만이 국민들이 신문과 그 구성원인 기자를 다시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가지와 경품이 없는 신문시장이 조만간 자리잡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희망이 아니라 국민의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매년 구독을 중단하는 전체 독자의 절반을 보충하기 위해 무가지와 경품을 뿌리는 기존 신문시장의 질서는 깨질 것입니다.



이 때를 대비해 경향신문은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신문의 뚜렷한 논조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차별화된 독자서비스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신문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선택을 받는 신문사가 되기 위해 경향신문은 현재 내부적으로 철저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조용상 사장  
 
  ▲ 조용상 사장  
 

 

-사장께서는 이번 창간 기념사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발언의 함의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경향신문의 인적구성은 간부가 많은 ‘역피라미드’형인데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입니까.



제가 경향신문 사장이 된 후 과거의 경영상황을 검토하면서 한 가지 확고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경향신문의 경영정상화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통해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 즉 마이너스식의 경영정상화는 보통 경영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은 매우 쉬운 길입니다.



저는 그 길을 택하지 않겠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지적하신 대로 경향신문내의 인적구조가 역피라미드인 것은 사실입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제 생각은 간부들을 억지로 구조조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대신 생산적으로 풀어나갈 것입니다. 회사 경영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아내고, 역할을 맡겨, 그 자리를 맡은 경향가족들이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사내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일부에서 신문협회가 언론현안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독료 인하, 공동배달제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최근 신문협회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문협회가 특정 언론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신문사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 일부에서 이제 경향신문이 먼저 신문협회를 탈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듣고 있습니다.



저 역시 신문협회가 전체 신문사의 이익을 대변하기 보다는 몇몇 특정 신문사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에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습니다. 신문협회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그런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저는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문협회는 실질적으로 신문사 전체의 이익, 예를 들어 땅에 떨어진 신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일 등을 지금부터라도 선도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또 신문협회에 속한 신문사 전체의 이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언론관련 각종 입법에 있어서 전체 신문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향은 독립경영의 기반을 다지기위해 여러 분야에 걸쳐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부동산 개발계획인 ‘X프로젝트’일 것입니다. 이 밖에 다른 사업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X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중구 정동에 있는 경향신문 사옥의 일부를 재개발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 신관과 중앙관을 재개발할 예정입니다. 본관도 업무시설이나 상업시설 등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입니다. 연말까지 신관 및 중앙관 재개발 사업 인·허가를 받기위해 설계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X프로젝트는 경향신문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부가 아니라 한 축에 불과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경향신문이 영업수지 적자를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자립경영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판매 및 광고수입 증가를 위한 노력을 해나가는 것과 동시에 신문사로서 새롭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현재 검토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X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적잖은 자금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자금은 어떠한 분야에 재투자할 계획입니까.



언론사가 본령을 다하기 위해선 우선 재정적으로 든든해야 합니다. 재정이 든든해야만 기자들도 본령에 전념할 수 있는데, 그 동안 이러한 것이 안 됐기 때문에 ‘편집권 독립’의 문제나 조직간 알력다툼이 나오는 것입니다.



경향신문의 경우 사원 모두가 주인이기 때문에 재정자립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상적인 모델에 가까운 회사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부대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이러한 발상의 기초가 된 것이 X프로젝트 입니다. 현 정동부지는 우리에게 있어서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이며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할 일은 경영자의 몫입니다.



또한 경향신문은 X프로젝트 외에 경향 하우징 등 부대수익사업을 더욱 확대시켜 경향신문 모든 기자들이 맘놓고 언론인의 길을 걸 수 있도록 텃밭을 확실히 만들고 싶습니다.

 

-경향신문은 아직 직원들에게 상여금 5백50%가 지급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어떠한 대책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직 뚜렷한 해결책은 없지만 X프로젝트가 성사되고 사업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일거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업이 생각대로만 된다면 가장 먼저 해결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는 경향신문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받지 못한 상여금만큼을 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전체 구성원이 회사에 금전적으로 투자한 것과 마찬가지 때문에 수익이 나오면 제일 먼저 지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기업과 달리 언론사는 경영과 편집권이라는 두개의 중요한 축이 있습니다. 언론사 내에서 경영과 편집권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지난해 사장에 취임한 이후 사원주주들이 편집국장 직선제를 임명동의제로 변경한 것을 두고 외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우선 저는 당시 약속대로 취임 이후 편집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편집권 독립이야말로 신문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안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문의 편집권이 사장 또는 사주의 경영방침에 따라 흔들린다면 그 얼마나 불안정하겠습니까. 그리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신문을 만든다는 신문제작의 최대 원칙인 ‘정론’이 어떻게 보장될 수 있겠습니까. 사장이 바뀔 때마다 논조가 바뀌면 그런 신문이 과연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1년여 동안 저는 이런 원칙을 지켜왔고, 그동안 경향신문은 기자들의 리더인 편집국장의 지휘 하에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신문이 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신문사 최초로 내년 3월 1일부터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합니다. 그러나 전국언론노조 등 노동계는 ‘주5일 근무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인력보강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5일제 근무제’ 도입과 관련해 어떤 대책을 수립하고 계신지요.



주5일제는 ‘웰빙’시대의 대세라고 봅니다. 경향신문이 5백인 이상 회사의 법규정보다 4개월 앞당겨 내년 3월부터 주5일제 근무제를 시행하는 것은 연월차 정산이 바뀌는 시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주5일제는 1주일에 6일 신문이 나오는 신문산업의 특성상 고려할 게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인력충원이 있어야 주5일제가 무리없이 추진될 수 있는데 현재의 경영여건상 당분간 과도적인 모습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노조에서 1주일에 2일을 연달아 쉬되 금·토, 토·일, 일·월로 나눠 쉬자는 제안을 해왔고 이를 반영할 생각입니다. 이미 올해 임단협에서 단협을 개정했습니다.



사원복지 차원에서 생리휴가, 토요일 유급휴가도 직원들의 현행 권한을 유지하는 쪽으로 합의했습니다. 경영여건이 호전되면 인력보강을 통해 사원들의 주5일 노동권을 최대한 지켜주고 싶지만 현 단계에서는 아직 숙제입니다.

나아가 주5일제 시대를 맞아 신문의 경쟁력 강화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9월 지면개편 때 주6회 나오던 매거진X를 창조적으로 개편해 국내 일간지 중 가장 두껍고 정보가 풍성한 매거진X 주말판을 시작한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