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논조도 제각각 달라 '은폐축소'라는 관점에서 사건의 본질을 '권력형 비리'로 보는 시각도 있고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의 음모론' 또는 '재벌의 권력에 대한 복수극'에 비중을 두는 입장도 있다.
그런데 이 사건과는 거의 무관한 사람이 '음모론'에 희생되고 있어 해명이 필요한 것 같다.
11월29일자 기자협회보에 '옷 로비 의혹 사건 증거확보' 취재기가 나간 뒤 미묘한 일이 발생했다.심재륜 전대구고검장(현재 변호사)의 도움으로 문제의 사직동 최종보고서를 단독입수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대전법조비리 사건때 김태정 검찰총장에게 희생당한 심고검장이 복수를 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재벌의 복수극'과는 다른 '검찰의 복수극'이라는 얘기다.
일부 언론에서는 "심 전고검장의 '개입'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주변에서는 심 전고검장이 '한풀이'를 했다는 분석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선 취재기에 보도된 내용은 원래 송고한 원고에는 없던 것이다.필자는 11월26일 취재기 송고 후 기협측에서 문건 입수배경에 대해 보충설명을 요청해 비교적 상세히 설명을 해주고 필요하면 보충하라고 말했다.이에 따라 기협측에서 심 전고검장 관련 부분을 삽입한 것이다.
문제는 심 전고검장 부분이 단 한줄로 축약돼 보도된데서 발생했다.
심 전고검장이 '관련된' 전말은 이렇다.필자는 10월초 서울지검 청사 앞 유모 변호사 사무실에서 심 전고검장을 만났다.그는 "방금 사무실로 올라오는데 낯선 사람이 '고검장님 존경합니다'라며 명함을 건네주고 인사를 하던데"라고 말했다.
명함을 보니 '신동아건설 고문 박시언'이라고 씌여 있었다.박고문은 김태정 전검찰총장과 아주 가까운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그런 사람이 왜 심전고검장을 존경한다고 했을까.의문이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그냥 넘겼다.
그후 사직동팀 보고서 취재관계로 11월24일 박고문을 한 까페에서 만났다.그는 문건을 공개하는 문제로 우리와 며칠째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이날도 그는 줄듯줄듯 하면서 머뭇거렸다.
밤 11시쯤 필자는 심 전고검장을떠올렸고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저 이기자인데요.제 앞에 고검장님을 존경한다는 박고문이 계십니다.이 사람이 무언가 말을 하려다 머뭇거리는데 좀 도와주시죠."
그리고는 휴대전화기를 박고문에게 건네줘 강제로 통화를 하도록 했다.심 전고검장은 "무슨 얘긴지 모르지만 소신대로 사십쇼"라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것이 전부다.박고문이 심 전고검장의 전화를 받고 공개를 결심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심 전고검장은 문건의 존재와 내용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이후에도 성격은 다르지만 여러가지로 민감한 문제가 다가왔다.의상실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의 변호사는 "모 일간지 L기자가 특별검사팀의 중요인물과 절친하다.…사건이 문건파동으로 옮겨간 것에 대해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기자실에 돌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여러가지 '음모론'이 나돌았다.
그러나 진실은 단순하다.애초에 옷 로비 의혹 사건의 사실관계가 단순했던 것처럼….단순한 것을 단순하지 않게 보거나 만드는 것 때문에 우리 사회는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