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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사기진작이 회사 살리는 열쇠"

이종승 한국일보 사장 인터뷰
채권단과는 상호신뢰가 가장 중요

이종완 기자  2004.10.20 10: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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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승 한국일보 사장  
 
  ▲ 이종승 한국일보 사장  
 
경영난이 가중되며 한때 존폐의 위기까지 몰렸던 한국일보가 지난 4일 새로운 ‘선장’을 맞았다. 취임사에서 밝혔듯 ‘희망의 불빛’에 대한 나름대로의 소신을 강조했던 이종승 사장은 한국일보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앞장서겠다는 소신을 거듭 피력했다.

지난 14일 한국일보 사장실에서 만난 그는 한국일보가 처한 현실과 한국일보의 미래, 한국일보 명성 되찾기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한 때 ‘언론사관학교’라 불리며 한국 언론사의 주도적 역할을 해왔던 것이 한국일보입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대표이사를 맡으셨는데요.



한국일보는 저의 이전 근무지였던 서울경제신문과 자매지라는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친 가족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 울타리 내에서 몸만 옮긴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일보의 옛 명성이 IMF를 겪으면서 내부 분위기 뿐 아니라 사세까지 기울어졌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50년 역사는 허송세월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언제든지 한국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구성원들에게 좋은 신문을 만들어야겠다는 사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저 역시 한국일보를 위해 열심히 뛴다면 옛 명성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일보는 수 년 전부터 경영악화가 이어져 왔고 결국 3천여억원에 이르는 부채가 쌓여 정상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또 체불임금 등 앞으로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회사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지난 쓰라림을 거름삼아 새싹이 돋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분명 수 년 동안에 걸쳐 진 빚을 일시에 갚을 수 있는 방안은 없을 것입니다. 우선 무엇부터 해 나가야할지의 순서를 정하는 게 가장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 한국 구성원들이었던 만큼 이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게 가장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구성원들이 예전과 같이 자긍심을 갖고 자랑스럽게 일할 수 있는 재정적 뒷받침을 하는 게 현재의 한국을 살리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국이 처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차차 여러 가지 구상을 통해 해결해나갈 생각입니다. 비록 아직 구체화된 계획은 없지만 유동성을 확보하고 여러 선후배들의 중지를 모으다 보면 새 활로가 반드시 열릴 거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편집국 기자들이 당초 이 사장 내정 이후 사주의 일방적인 경영논리에 의한 인사라며 반발했었습니다. 지금은 다소 누그러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사주의 일방적 인사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는데요.



오너는 가업을 승계하면서 자금조달문제에 직면한 것 같습니다.

현 오너가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미주 현지법인 재산이 미국식의 ‘돌 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철저한 논리 속에 다소 지연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말까지는 자금증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연유로 내 인사를 놓고 의무 이행 없는 권한이행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오너는 다른 구성원과 달리 무한 책임자라 일컬어집니다. 따라서 책임에 대한 중압감이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습니다. 오너가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의지처럼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의지를 불태우고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상호 불신이 해소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인사 불신에 대해서는 제가 이미 노조와 비대위를 방문, 설명했고 앞으로 저나 오너께서 모범을 보인다면 곧 가라앉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이 사장에 대해 위기돌파능력이 있다고들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취임사에서 구성원들에게 관심을 충분히 촉구할만한 “뱃머리를 돌릴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구체적 의미는 무엇인지요.



곰같이 미련하다는 소리는 가끔 들었지만 위기돌파 능력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 쑥스럽습니다. 취임사를 가지고 여러 해석이 있나본데 취임사의 요지는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나름대로의 생각을 전달한 것 뿐 입니다. 취임사는 직접 썼습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니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12월말이면 MOU 체결기간이 끝납니다. 휴일을 빼면 60여일 정도 남았을 뿐입니다. 아마도 제 취임사대로 새 등대가 찾아올 경우 협의대상이 되겠지만 아직은 불확실할 뿐입니다.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항로를 유지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국일보는 아직도 채권관리단 하에 운영되고 있습니다. 채권단측에서는 묵시적으로 대안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올 연말까지 현 체제를 이어갈 모양인데, 채권단과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채권단과는 상호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외적 요인으로 채권단에 실망을 안겨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채권단도 우리의 살고자하는 의지는 믿어주리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채권단에는 신문업이 일반 제조업과 다르다는 점을 설명할 계획입니다.



일반 제조업은 기계가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사기가 다소 떨어져도 상품은 별 이상 없이 생산됩니다. 그러나 신문은 수작업에 의해 공정이 이뤄집니다. 따라서 구성원들의 사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상품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회사 수익 중 차입금 우선변제 등 채권단 나름의 자금운용안도 중요하지만 구성원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는 점을 설득해 볼 생각입니다. 또 채권단과 맺은 MOU 체결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면서 우리의 의지를 담은 회생안을 마련, 채권단과 협의할 계획입니다.



-최근 신문시장에서 ‘변화의 경쟁’이 일고 있습니다. 무료신문, 인터넷언론 등의 등장으로 기존 신문의 독자시장과 광고시장이 흔들리고 있는데요. 한국일보의 대처 방안은 있으신지요.



잘 아시다시피 최근 신문시장은 ‘혼탁’ 그 자체입니다. 모두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일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축이 기존의 50∼60대에서 20∼30대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 축의 중심이 정치, 경제, 사회를 바꾸어 나가고 있고 신문은 이들을 주 독자층으로 삼기 위해 새 전략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수익 구조를 다변화 하고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을 통해 젊은 신문을 제작해야할 때입니다.



한국 또한 경영이 어렵다고 해서 신문변화를 멀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은 신문을 위한 신문은 만들지 않을 생각입니다. 철저히 독자입장에서 독자중심의 신문을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속보보다는 정확성에 비중을 둬 독자가 전폭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신문상을 구축하는데 힘쓰겠습니다. 특히 비판도 중요하지만 칭찬에 인색하지 않은 신문, 정정보도에 인색하지 않는 신문, 친절한 신문, 휴머니즘이 있는 신문을 만드는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이미 사내에서는 편집국장을 비롯 주필과 평기자, 차장 등 구성원들의 대표를 주축으로 가칭 ‘아젠다팀’을 구성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아젠다팀‘에서는 새로운 지면 개선 등 변화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또 사외에서는 유명 대학교수와 기업, 산업, 홍보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기획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입니다. 기획위원회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신문 만들기에 노력을 기울 일 것입니다.



2∼3개월 준비기간을 거쳐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시행에 들어가 완전히 신문의 틀을 바꾸는 혁신을 일구어 나갈 예정입니다. 지켜봐주십시오. 이런 때일수록 정도를 걷고 멀어진 독자의 눈길을 되돌릴 수 있는 콘텐츠 개발과 수익사업에 주안점을 둘 계획입니다.



-내부 구성원간 반목과 갈등이 회사정상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랜 내부분위기 침체로 인한 노조와 편집국, 또 그 내부 구성원간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요.



회사가 재정적으로 어렵다보니 분위기가 냉랭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갈등의 불씨를 녹여야만 하나가 되고 하나가 돼야만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입니다. 진통은 털고 가야합니다. 소속원들의 불만도 결국 회사를 잘되게 하려는 충정에서 나온 것일 것입니다.



다양한 의견들의 공통분모를 찾아 방향키를 움직이면 갈등이 해소되리라 생각합니다.

내부 분위기 활성화를 위해 진정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우선인지를 파악, 먼저 실천할 수 있는 초석을 만들 예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조직 상하간 부서간 분위기가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끝으로 한국일보 대표이사로서 사원들과 독자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십시오.



50여 년 동안 한국일보를 아껴준 독자들에게 성원에 보답하지 못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구성원들에게는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모두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하나’가 되기 위한 접착제는 노·사 신뢰입니다. 신뢰를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 독자들에게는 아낌없는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정도를 갈 수 있는 한국일보가 될 수 있도록 한국을 사랑하는 모두에게 변함없는 성원을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