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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재벌 편들기

신건호 광주전남기자협회장  2004.10.27 10: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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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건호 광주전남기자협회장  
 
  ▲ 신건호 광주전남기자협회장  
 
방송위원회가 위성DMB 서비스에 지상파방송 콘텐츠 재송신 유예 결정을 내리자 일부 신문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업의 차질을 걱정하고 새로운 미디어정책의 표류를 지적하는 기사를 쏟아 냈다. 이러한 일부 언론보도의 이면에는 ‘재벌 편들기 의도가 숨어 있는 듯’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위성DMB는 신규매체로 이를 추진하고 있는 업체(TU미디어)의 대주주는 통신재벌인 SKT이다. 신규매체는 새로운 콘텐츠를 가지고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 아닌가! 그런데도 재벌기업이 자기들이 시행하는 사업에 기존 사업자의 콘텐츠를 달라며 생떼를 쓰고 있는 현실, 여기에 동조하는 언론의 모습을 볼 때 어딘가 뒤틀려도 보통 뒤틀린 게 아니다.



이번 기사의 취재기자는 최소한 문제의 핵심, 즉 ‘사업성 불투명’이라고 한 TU미디어와 SKT의 주장이 사실인가 아닌가를 우선 판단했어야 했다. 즉 통신재벌의 주장대로 지상파방송 재송신이 무산될 경우 위성DMB 사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지 아닌지에 대한 사실여부를 취재해 기사를 썼어야 했다는 말이다.



한 업체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위성DMB 가입의향자 가운데 지상파를 볼 수 없어도 가입하겠다는 사람은 무려 61.5%에 이른다.(비용경감 희망자 포함) 이를 근거로 지상파재전송과는 관계없이 위성DMB 가입희망자를 숫자로 예상해 보면 9백만명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TU미디어가 잡고 있는 2010년 목표가입자 8백만명을 1백만명이나 초과하는 숫자이다.



이같은 조사가 있는데도 취재기자가 사실여부 판단에 앞서 통신재벌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한 것은 기자의 본분을 망각한 행태요, 전형적인 재벌과 언론의 야합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취재기자가 이보다 앞서 생각해야 할 중요한 것은 방송위원회가 결정한 위성DMB의 방송정책이 올바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이번 결정은 방송의 공공성과 지역성 구현에 대한 방송위의 철학과 의지, 채널정책의 일관성을 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는 7·26 채널정책 발표를 통해 방송정책에 지역성 구현을 천명한 바 있고, 또 그것이 현 시대의 사회적 합의라는 전제 하에 위성방송의 권역별 재송신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기자들은 이같은 채널정책의 기본정신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어야 했다.



다시 말해 전국을 방송망으로 하는 위성DMB를 통해 지상파방송을 재송신 했을 때 권역으로 허가된 지역방송에는 문제가 없는지를 취재해 보도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은 위성DMB에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한시적으로 불허한 것에 대해 지역성 구현이라는 대원칙을 방송위원회가 지켜갈 의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소홀히 했다.



재송신 여부의 결정을 수도권 지상파DMB의 허가추천 때까지 미룬 것만 해도 그렇다. 지상파DMB가 수도권에 먼저 실시될 경우 지역에서 지상파DMB를 보고자 하는 지역시청자의 권리는? 시청자의 형평성 문제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기자의 기본이 아닌가!



위성DMB 사업자가 무료의 지상파를 돈벌이로 이용하기 위해 이번 방송정책에 동원한 편법, 불법 사례를 취재 보도했다면 이는 특종 중의 특종이었는데 이 또한 놓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방송의 공익성과 지상파 방송의 보편적 접근이라는 시청자 복지가 만신창이가 돼 간다는 내용을 가미했다면 더욱 좋은 기사가 됐을 것이다.



이번 방송위원의 정책결정 와중에 일부 언론과 어떤 전문가는 위성DMB가 내세운 신규매체의 고용창출과 콘텐츠 발전에는 입을 닫은 채 일본에게 위성DMB 사업이 뒤쳐졌다는 산업논리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의 위성DMB에 지상파로는 TBS 채널이 콘텐츠를 가공한 연예오락을 제공할 뿐 지상파 재송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면 형평성 상실, 편파보도라는 비난이 덜 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방송정책을 보도한 신문사 기자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위성DMB를 통해 지상파방송이 동시 재송신 된다면 지금과 같은 독자를 확보할 수 있겠는가?



위성DMB에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한다면 가장 먼저 지하철 승객들은 핸드폰을 통해 지상파가 내보내는 뉴스를 접하고 오락 같은 재미나는 프로그램을 볼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지하철 승객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신문은 무사할까? 우리는 이미 스포츠 신문이 지하철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을 접하지 않았는가. 독자가 적은 신문사 기자들이 가야할 길은? 통신재벌이 운영하는 신규매체에 독자를 빼앗겨도 신문사 기자들은 삶의 질이 높아만 갈 것인가를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