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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회 한국기자상 수상소감]

실패한 야심가의 4년세월 "진실 추적 끝나지 않았다"

임도경 편집장  2003.01.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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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보도 부문-최규선 최후 진술 테이프 단독 입수

중앙일보 뉴스위크 한국판 / 임도경



우선 기자협회와 언론재단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난해 ‘최규선 게이트’ 보도로 두 번의 ‘이달의 기자상’에 이어 기자 최고의 영예인 ‘한국기자상’까지 안겨주었으니 현장에서 뛰는 기자에게 이보다 더한 격려는 없을 것이다. 지난 상이 그간의 취재고행에 대한 보상이었다면 이번 한국기자상은 현장에서 더 열심히 뛰라는 준엄한 채찍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내가 최씨를 추적하며 2002년 한 해를 다 보낸 것은 최규선씨의 행적이 갖고 있는 의미가 다른 ‘게이트’ 사건과는 다르다는 걸 기자적 직감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초 최씨가 구속 직전에 녹음한 테이프를 입수하는 것으로 ‘최규선 게이트’ 보도의 포문을 열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현 정권의 다른 ‘게이트’ 사건은 돈을 받은 정치인 리스트만 나오면 끝날 수 있는 단순한 구조였다. 하지만 ‘최규선 게이트’는 달랐다. 최씨의 행적에는 한 때는 백조였다가 미운 오리가 돼버린 실패한 야심가의 4년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김대중 대통령,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 김 대통령 3남 홍걸씨 등을 비롯한 현 정권의 핵심 실세들의 막후 움직임이 그가 모아놓은 각종 자료 속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진실 추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이 사건은 단지 최씨 개인의 비리가 아니라 국민의 정부 전체의 실정(失政)과 깊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발전을 위해 국민의 정부 비사 추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