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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임 다하는 비평의 場 되길"

기자협회보에 바란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학 교수  2004.11.10 10: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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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진 교수  
 
  ▲ 최경진 교수  
 
한국 언론의 굴곡진 역사를 함께 걸어온 기협회보가 어느덧 40성상을 맞았다. 지난 1964년 서슬 시퍼랬던 군사독재시절, 언론자유와 기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창간돼 이 땅에 올바른 정론상을 정착시키면서 한국 언론계의 동반자이자 감시자 역할을 해온 기협회보는 파란 많은 현대 한국 언론을 기록해온 역사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암울했던 70년대와 신군부시절의 80년대 초엽 두 차례씩이나 폐간과 복간을 거듭하면서 언론자유의 횃불을 지켜온 기협회보는 한국사회의 비판적 저널리즘을 탄생시킨 주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87년 민주화를 위한 열망과 함께 언론자유를 사수해온 기협회보는 비록 침묵을 강요받기는 했으나 결코 굴복하지 않았던 영욕의 시간들 속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지켜왔다.



과거 기협회보가 한국 언론사에서 기록했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언론자유라는 지고한 가치를 지켜왔다는 것이다. 언론이 처한 한계적 상황 속에서도 민주사회와 민주언론에 대한 열망을 확산하는데 주력했던 상황이 지난날의 현실이었다면, 새천년의 문을 연 지금은 이제껏 쟁취해온 언론자유를 바탕으로 앞으로 새로운 형태로 도전받는 언론현실을 소화해내는 데에 있다고 하겠다.



급변하는 매체환경 속에서 나날이 새롭게 대두되는 신기술의 메커니즘은 한국 언론이 극복해내야 할 사회적 과제이기도 하다. 또 이에 대한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언론(산업)을 비롯하여 사회 각계 간에 표출될 대립은 새로운 사회적 갈등양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첨단 미디어 정보기술사회로 돌입하면서 필연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문제라든가 위성방송 사업을 비롯한 일련의 언론현안들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또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러한 현상을 잘 말해주고 있다. 소위 ‘뜨거운 감자’를 두고 벌이는 미디어 전쟁은 우리 언론계가 해결해야할 막중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내지는 겸영문제 역시 언론사간의 갈등을 유발시킬 불발탄과도 같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치열한 이권개입을 둘러싼 각 언론사들과 소속기자들의 입장은 결국 여전히 언론윤리의 존재가치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협회보는 이제 이 같은 변화무쌍한 언론현실에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과거 기협회보의 위상이 물리적 한계상황에서 언론자유를 사수하기 위한 투사들의 공론장으로 비유되었다면 미래의 기협회보는 전문적 안목과 지식을 바탕으로 복잡다단한 언론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적 위상을 견지하는 공론장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할 것이다.



국제적 감각 또한 중요하다. 글로벌 시대의 세계화 추세는 기협회보가 전략적으로 준비해야할 개념이다. 국제 언론인 및 언론단체들과의 연대강화는 한국 언론의 국제적 위상 강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국제적 연대란 미주유럽 등과의 연대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깝게는 남북언론간의 교류와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한반도 통일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간혹 기협 회원사들이 특정 사안을 둘러싸고 이해대립이나 견해차이로 인해 갈등관계를 표출해 논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협과 기협회보는 자신들의 존립근거와 정신이 무엇에 기반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회원사들로부터 다양한 사고와 주장이 제기된다면 이를 공론화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다양한 주장을 담은 칼럼과 여론은 기협회보의 지면을 풍요롭게 할 뿐이다. 언론보도비평의 메타비평(meta criticism) 성격을 갖고 있는 기협회보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기협과 기협회보 내외부의 그 어떤 압력이나 간섭도 배제하면서 이루어지는 비평이라면 이는 궁극적으로 언론이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끄는 적절한 행위가 아닌가.



과거 절대체제하에서도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망각하지 않고 언론계에 어둠의 불을 밝혀온, 언론자유의 산실 역할을 해온 주체가 기협이고 또 이 정신을 공론화해온 비평의 장이 기협회보이다. 준엄한 자기비평(self-criticism)과 자아성찰(self-reflection)은 저널리즘의 발전을 꾀하는 데에 매우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수단이라는 것을 기협회보는 물론 회원언론사들은 스스로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기협과 기협회보는 회원사의 권익보호라는 중요한 과제를 수행해야하지만 이는 언론자유 추구와 그 실천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언론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회원사와 소속기자들의 권익보호는 결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미디어 전문(담당)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증연구에서 ‘미디어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언론현상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비평’과 함께 ‘언론정책의 감시·견제’ 그리고 ‘미디어 정보전달’이라는 것을 언급한 바 있다.



언론 자기비평의 가장 큰 의미는 냉철한 자기비판에 있다. 회원사간의 정당한 지적과 비평을 담아내면서 언론민주화와 언론개혁을 이끌 수 있는 바람직한 대안을 앞으로도 계속 제시할 수 있도록 기협회보에게 주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