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기자들은 2003년이 기자 활동에 있어 최악의 해였다는 생각으로 한 해를 마감했다. 7명의 기자가 피살되면서 언론인이 활동하기 가장 위험한 국가로 콜롬비아와 공동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리핀은 10월 19일부로 이 기록을 갱신하고 말았다. 민다나오 지역의 탄당, 스리가오 델 수르의 라디오 진행자 엘디 가비날레스가 여덟번째 희생자가 됐기 때문이다. 그가 살해되기 불과 몇 주 전에 암살자들이 바탄 지역의 취재기자 로미 비눈칼을 때려눕히는 사건도 있었다.
올해에는 전쟁 지역인 이라크만이 필리핀보다 피살된 기자 수가 더 많은 국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필리핀의 지도자들은 필리핀이 아시아에서 언론의 자유가 가장 확실히 보장된 나라라고 주장한다.
지금이야말로 필리핀 국민들이 자신들에게 있어서의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라는 개념을 필리핀의 현실과 대비해 보아야 할 시점일 것이다.
필리핀 국민들은 이러한 폭력의 위험에 노출된 상태이며 기자들은 폭력 정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기자들의 임무가 이와 같은 부정 세력을 노출 또는 비판하는 일이란 점에서 기자들은 더더욱 큰 위험에 노출됐다 하겠다.
여러 재난 가운데 필리핀 언론은 특히 부패와 빈곤에 직면해 있다.
소수의 지방지 회사들만이 정규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방지들이 기사 하나 당 25페소를 주고 취재기자들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한 번도 정규 직원으로서의 수당을 받아보지 못한 채 정년 퇴임에 이르게 되는 기자들이 수두룩하다.
방송사의 상황은 이보다 더 열악하다. 한쪽에는 백만장자 슈퍼 스타들이 있는 반면, 다른 쪽 끝에는 소위 탤런트라 불리는 비 정규직 직원들이 뉴스 취재를 위해 일주일에 7일, 하루 24시간 대기 중이다. 이들은 아무리 시시한 뉴스라도 모두 취재해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대기업 방송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지방 방송국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기자들이 월급 지불을 요구할 경우 회사측은 “기자 신분증은 어디에 두고?”라며 반문하거나 심한 경우 “신분증이 있는데 월급이 무슨 필요가 있나?”라며 윽박지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의 자유가 단순히 폭력이나 기타 강요하는 수단이 없으면 해결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굶주린 기자에게 한 쪽은 총을 겨누고 다른 한 쪽은 지폐로 두둑한 봉투를 내밀 경우, 이 기자가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자명하다. 전시이든 아니든 간에 필리핀 언론은 현재 포위 공격 하에 놓여 있다. 공포와 부패, 빈곤으로부터의 혼란은 곧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위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