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한나라당 언론법안 해설

국회추천 인사로 KBS 경영위 구성
신문·방송 겸영은 10% 이내 허용

손봉석 기자  2004.11.24 10:00:57

기사프린트

KBS·시민단체 “독립성 훼손” 반발



한나라당이 17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독자적인 언론 관련법안을 확정했다. 여당이 신문시장의 균형적인 발전에 중점을 둔 것에 비해 한나라당의 법안은 방송과 관련된 사안에 중심을 두고 있다. 또 현안에 대한 서로의 시각차가 크고 첨예하게 맞서는 쟁점들이 많은 데다 방송계와 언론관련 단체의 반발도 거세 심의과정에서 큰 진통이 예상된다.



◇국가기간 방송법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은 ‘국가기간방송법’을 통해 KBS와 EBS를 방송법 관할대상에서 분리하여 별도의 법규로 적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나라당 법안의 핵심은 KBS의 최고의결기관으로 국회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경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사장, 부사장, 감사 등에 대한 임명과 해임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경영위원회는 국회 교섭단체 간 협의와 의장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9명을 선정하나 특정 교섭단체 추천인원이 절반을 넘지 못하여 한 교섭단체에서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겸하지 못하도록 했다. 특히 KBS 사장은 경영위원회 결정사항을 집행하는 역할을 맡고 사장 임명시 국회의 인사 청문회도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KBS의 결산만 국회 문화관광위 승인을 받는 기존의 법안을 고쳐 예산과 결산 모두 국회의 심의를 받도록 해 국회의 통제를 강화했다.



방송수신료 문제와 관련해서는 단계적으로 수신료 현실화를 추진하고 방송광고수입 비중이 전체 예산의 2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EBS사장은 국회 상임위의 추천을 거쳐 방송위원회 위원장이 임명하도록 했으며 MBC에 대한 법안은 방송법 개정 때 다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신문자유법

한나라당의 ‘신문자유법’은 ‘최소규제로 최대한의 언론자유 보장’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언론계의 쟁점으로 떠오른 ‘신문점유율 규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인수ㆍ합병을 통해 점유율이 30%를 넘는 경우에 한해서만 규제를 하도록 했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점유율이 20% 미만인 신문사가 방송사업 지분을 10% 이내에서 겸영을 할 수 있도록 해 이를 현행대로 금지한 여당안과 시각차를 보였다.



또 여당안이 신문사의 발행·판매·인쇄부수, 광고료, 재무제표, 영업·감사보고서, 지분총수와 자본내역 50% 이상 지분소유자의 개인별 내역 등의 자료를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한 데 비해 한나라당은 신문부수공사재단을 통해 총발행부수, 유가판매부수, 광고수입, 구독료수입 내역만 공개토록 했다.



한나라당안은 신문발행을 신고제로 변경했으며 편집위원회 구성과 편집규약 제정도 의무화하지 않고 각 신문사 자율에 맡기고 있다.





◇언론중재법

다른 분야보다 여야의 의견이 적은 편이나 중재기구의 구성에 대한 입장차가 크다.



여당이 사회각계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중재기구 구성원의 20%를 시민단체 몫으로 정해 놓은데 비해 한나라당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학자, 언론인, 법관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중재절차는 열린우리당이 기존의 반론보도 청구 외에 손해배상 중재신청을 신설하고 중재부에서 손해배상 액수까지 중재하도록 한 것에 비해 한나라당은 중재에 대한 법적 효력이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반론 및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선으로 정했다.





◇방송계·시민단체 반응

그러나 한나라당 법안에 대해 KBS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KBS는 한나라당 법안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많고 규제·감독의 중복과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의 기반인 재원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도 반대이유로 들었다.



전국언론노조도 23일 성명을 통해 “이 법안은 KBS의 독립성 보장보다는 KBS 대한 정치권력의 통제력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방송독립 훼손법안’이라는 판단이다”고 비판을 가했다. 한 방송국PD는 한나라당 법안과 관련해 “아직도 한나라당은 방송이 정치의 도구라고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다음 대선을 위한 준비처럼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