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170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대상 출품작은 7개 부문 39건이었다. 특히 취재보도 부문과 지역취재보도 부문에는 각각 10개, 11개 작품이 신청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수상작에 선정된 것은 5건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4월에 5건이 선정된 이후 1년 반만의 흉작인 셈이다. 신문에 비해 방송의 출품작들이 결과적으로 상대적 저평가를 받은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인 ‘외평기금 1조8천억원 행방불명’(이데일리)은 재정경제부의 국정감사 자료에서 단초를 포착해 막대한 국민 세금을 날린 사실을 밝혀낸 특종기사였다. 이는 정부가 외평기금을 통해 외환시장에 편법적으로 개입한 결과임을 드러내고 외평기금의 운용과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고교등급제 보도’(한겨레신문)는 수시전형에서의 일부 사립대의 고교간 학력격차 반영이 내신성적을 위주로 선발하게 돼있는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관련기사를 발굴해 보도, 개선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의 ‘서울 및 6대 광역시 3대 강력범죄 GIS분석 보도’(동아일보)는 국내언론 중에는 첫 시도로서 지역별 범죄지도를 통해 일반독자들의 관심을 모았음은 물론 학계의 범죄연구와 경찰의 치안정책, 국가 형사정책 수립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우수작으로 뽑혔다.
지역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인 ‘수영만 매립지 아파트개발 특혜의혹’(부산일보)은 천혜의 관광자원인 해운대와 동백섬 인근 수영만 매립지의 난개발을 막아 부산시민의 귀중한 환경재산을 지켜낸 훌륭한 기사였다. 매립지를 고층 아파트로 바꾸려는 건설업체와 부산시의 농간을 추진과정에서 포착, 집중보도함으로써 계획을 사전에 무산시킨 역작이다.
사진보도 부문의 ‘바다의 신비 Fish Eye’(국제신문)는 1년 동안 주간연재하면서 해양생물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낸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사진기자가 17년간의 스쿠버 다이빙 경험을 바탕으로 바다 밑바닥까지 직접 들어가 사진을 찍고 기사도 스스로 쓴 남다른 노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편 MBC의 ‘꼴찌도 수, 내신 못믿는다’(취재보도 부문)와 ‘구멍 뚫린 방탄정책’(기획보도 방송부문)은 1, 2차 심사 과정에서 유력한 수상후보군에 포함됐으나 논란 끝에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두 작품이 공교롭게도 모두 MBC의 출품작이란 점에서 심사위원들을 곤혹스럽고 안타깝게 만들기도 했다는 점을 전하고 싶다.
‘꼴찌도 수, 내신 못믿는다’는 고교의 내신성적 부풀리기 실상과 수시제도의 문제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상당수 심사위원들이 높은 평가를 했다. 그러나 교육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의 우수 학생들에게 문호를 열어준다는 수시제도의 근본취지를 무시한 일부 사립대의 ‘고교등급제 불가피론’을 옹호 또는 합리화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반대주장이 제기됐다. 성적 부풀리기가 어느 지역에서든 보편적인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만 있는 듯한 인상을 심어줘 공정성에 의문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구멍 뚫린 방탄정책’에 관해서도 헬멧 성능비교 실험 결과를 왜곡보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전문가의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국산 헬멧이 총탄에 뚫리는 장면을 화면으로 생생하게 보여준 것 이상의 무슨 추가적인 증명이 필요하느냐는 주장이 맞섰으나 끝내 수상에 필요한 득표를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