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언론사 기자로부터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모 정부부처 기자실에 CCTV가 설치돼 있어서 기자들 사이에 논란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확인결과 과천 정부청사 제2합동브리핑실에 실제로 CCTV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이 CCTV는 지난 8월 모 기자의 노트북과 지갑이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기자들이 먼저 요구해서 설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제1합동브리핑실의 경우 현재 출입문에 ‘CCTV 작동 중’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지만 실제로는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내심 큰 논란거리를 기대했으나 현장의 분위기는 기자의 기대(?)와는 달라 결국 해프닝성 사건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묻지도 않았고 듣고 싶지도 않은 말을 회원사 기자로부터 들어야 했다. 그는 “기자협회보는 회원들의 회비로 만들어지는데 왜 자꾸 언론사를 ‘까는’ 기사만 쓰느냐”라는 말을 던졌다.
기자협회보 기자들은 취재 중에 이와 같은 말을 가끔 듣는다. 어떤 때는 대충 흘려듣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매우 유감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기자협회보가 지난 40년의 역사 속에서 소위 기자를 ‘빨아주는’ 기능만 했었던 말인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자’로서 힘이 빠지곤 한다. 어떤 때는 기자협회보를 제대로 읽어보고나 하는 말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기자협회보라는 제호 때문에 회원들의 동정만 써야 한다는 인식은 한국 언론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다. 기자협회보는 회원들의 뉴스레터라는 성격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언론의 감시견이란 중요한 존재이유도 함께 갖고 있다. 당연히 잘한 것은 잘했다고 못한 것은 못했다고 써야 한다.
실제로 다른 기자는 “기자협회보가 따끔한 지적들을 해오지 않았다면 우리 언론은 언론의 정도를 가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자아비판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기자들의 등대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회원들이 ‘기협회보의 지면 구성이나 편집방향’에 대해 비판한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마치 ‘너희들 월급은 우리가 주는 것이니 까는 기사 따위는 쓰지 말라’는 식의 주장은 스스로 기자이기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다.
정부기관 내 기자실에 CCTV가 설치돼 기자들의 동태를 감시한다면 이는 물론 부당한 일이다. 하지만 기자협회보가 언론윤리강령을 지키는 ‘CCTV’임을 자임하며 대한민국 기자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수행하는 것은 결코 부당한 일이 아닐 것이다.
기자협회보는 언론을 이야기하고 기자를 말하는 매체다.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데 왜 까느냐”고 말한 회원에게 역지사지를 이야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