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역사의 충청일보가 지난 10월 사측의 일방적 폐업결정이라는 파행사태를 맞고 있다. 현재 노조를 중심으로 한 충청일보 구성원들은 사주로부터 제호를 반납 받아 새로운 모습의 충청일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사주 측의 비협조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충청일보 사태의 발단과 원인 그리고 앞으로 해결방향에 대해 현지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현재 상황
현재 충청일보(대표 지헌정)는 사측이 지난달 10일 직장을 폐업신고하고 청산에 들어간 후 전 직원에 대한 해고통지를 한 상황이다.
직원들은 해고통지가 위장폐업 후 복간이나 재창간을 할 경우에 고용승계 등 부담을 덜기 위한 방편으로 보고 사주로부터 ‘제호’를 반납받아 충청일보의 정통성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목표로 현재 조합원들은 오전 10시 노조사무실로 출근해 오후 5시까지 집회와 토의를 통해 앞으로의 활동방향과 충청일보 재건을 위한 각자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노조는 ‘충청일보 바로세우기 범도민대책위원회’(범도민대책위)를 통한 시민단체들과의 연대투쟁에도 나선 상태로 사주인 임광수 회장에 대한 항의방문, 대책위 확대, 긴급토론회 개최, 충청일보 바로세우기 10만서명운동 등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사태발단과 경과
충청일보 사태의 발단은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노조결성과 관련이 깊다.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을 이유로 사측이 2004년 봄에 구조조정 방침을 천명하자 이에 위기를 느낀 충청일보 직원들이 올 5월 7일에 노조를 결성했던 것.
노조가 와해된지 7년만에 세번째로 결성된 노조라는 점은 사측의 노무관리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조가 재결성된 후 노조원에 대한 인사문제 등으로 노사 관계가 계속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양측이 파국으로 치닫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8월 5일부터 시작된 임단협상 중에 발생한 사측의 인사. 당시 사측은 노조 활동에 열심이던 본사 박 모 조합원을 주재기자로 인사 발령했고 이에 항의해 노조가 항의방문과 3일간의 연가투쟁을 벌였다. 이후 9월 1일 임단협 협상결렬 선언이 있은 후 노조는 94% 지지로 파업에 돌입했고 논설위원 등 간부들도 노조측 입장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사측은 이에 대응해 10월 14일자로 신문발행을 중단했으며 15일 직장폐쇄에 이어 11월 10일 주주총회를 열고 폐업을 결정했다.
범도민대책위 공동대표를 맞고 있는 충북대학교 김승환 교수는 “합리적이고 타협적인 방법과 순리로 처리를 해야 한다. 사측 행위는 가부장제적 독선으로, 구성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이므로 청산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악화 원인
충청일보의 채무는 50억원의 부채와 퇴직금 등을 포함해 총 7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적자는 시장구조의 열악성, 경영진의 언론관 부재가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이는 다시 기사의 질 저하와 편향성을 가져와 지역신문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왔다. 실제로 신문사 수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의 경우 현재 충북지역은 5개 일간지가 좁은 시장을 놓고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충청일보 경영진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취재기자들에게 광고수주를 강요하고 행사 티켓 판매도 요구했으며 광고성 기사작성을 강요하기도 했다는 것. 그 결과 이런 경영방식이 다시 신문내용의 부실을 가져와 신문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계속됐다는 것이 충청일보 기자들의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89년 4월 신문사를 인수한 후 92년 총선에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대주주인 임광수 회장이 총선 낙선 후 언론사 경영에 흥미를 잃고 신문사를 ‘일반제조업체’처럼 운영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향후 과제
현재 노조는 사측과의 극적인 타결이나 협상을 통한 해결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는 상태다. 노조와 비대위가 생각하고 있는 대안의 첫 출발점은 현재 임광수 회장측이 소유하고 있는 충청일보의 제호를 반납받는다는 것. 이를 통해 한겨레신문의 국민주 공모형식과 유사한 도민과 독자, 신문구성원들이 함께 주주로 참여하는 ‘도민주’ 형태의 신문으로 복간해 지난 10월 14일자로 발행이 중단된 신문을 다시 발간, 58년의 역사를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범도민대책위 관계자도 “앞으로 충청일보가 민주언론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모든 충청인의 지지를 모아나갈 것”이라며 “구체적으로는 ‘충청일보사태 조정위원회’가 성립되도록 하고 문광부 등에도 지도감독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