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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데이 왜 무너졌나?

부실경영·무리한 사업확장이 불러온 예견된 파산

차정인 기자  2004.12.08 19: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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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파산 선고를 앞둔 굿데이는 현재 직원들의 채당금과 실업급여 등 남은 업무를 처리할 몇 사람을 제외하곤 모두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부도 이후 화의 폐지결정 과정까지 50여명의 직원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겼고 약 80여명의 구성원들은 사표를 제출하고 법적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굿데이의 파산을 두고 일각에서는 스포츠신문계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리는 ‘이상우 회장’의 신화가 깨진 것과 중앙일간지 중 최초의 파산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으나 부실경영과 무리한 사업 확장이라는 점에서 ‘예견된 파산’임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굿데이 기자들은 이를 두고 ‘애초부터 이상우 신화는 없었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불투명한 경영에 견제장치도 없어



스포츠신문의 마이더스라 불렸던 이상우씨는 1985년에 ‘스포츠서울’을 창간하고 95년 ‘일간스포츠’ 부사장으로 취임, 98년에는 ‘스포츠투데이’를 창간하는 등 ‘승승장구’의 길을 달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실질적 권한 행사에 대한 아쉬움으로 2001년 ‘굿데이’를 창간하기에 이른다.



그는 굿데이 창간 당시 기존 스포츠지의 황색저널리즘과 차별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목을 끌었고 업계 최고 대우의 기자 채용으로 타 스포츠지에 영향을 미치면서 과열 경쟁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차별화 선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선정적인 내용으로 지면이 만들어지면서 청소년윤리위원회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굿데이 파산의 직접적 원인은 신문의 내용보다도 불투명한 경영에 있다는 것이 내부 직원들의 분석이다. 굿데이의 한 전직 기자는 “이상우 회장의 동생이 광고를 도맡았고 그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업무처리가 진행됐으며 처남이 경리부에서 근무하는 등 신뢰할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면서 “지방주재기자 입사시 보증금을 걸고 모 광고국직원도 고액의 보증을 서는 일이 있었으며 이런 점을 지적할 경우 회장 의지에 거스르는 행동이 돼 곧 인사조치되곤 했다”고 말했다.



또 굿데이노조 엄민용 위원장은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노조 등의 견제 장치를 만들려는 조짐만 있어도 곧바로 인사조치가 있었다”며 “경영 상황이 좋아졌다고 말하면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한 두 차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자본잠식 시작돼



굿데이는 2001년 6월 경향미디어 그룹 법인을 설립하면서 경향신문으로부터 현물투자를 받고 그해 9월 특수일간신문으로 등록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2년 6월 굿데이신문주식회사로 법인명을 변경한 굿데이는 이후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창간 이듬해인 2002년부터 자본잠식이 시작됐다. 굿데이의 사업내용은 2004년 9월 현재 △일반일간신문발행업 △인터넷상거래관련사업 △연예, 엔터테인먼트사업 △일반여행업 등을 포함 무려 20여개가 넘는다. 보통 10여개 안팎의 사업 내용을 지닌 타 스포츠지와 비교할 때 신문이 주력이라 보기 힘들 정도다.



굿데이의 영업이익은 △2001년 -79억 △2002년 -122억 △2003년 -71억 △2004년 7월 현재 -40억 등 모두 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경상이익도 △2001년 -78억 △2002년 -1백27억 △2003년 -85억 △2004년 7월 현재 -29억 등 모두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03년 말 기준으로 자본금이 93억원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2002년에 자본잠식 상태였음이 드러난다.



이밖에도 내수시장의 불황과 무료지 등장으로 인한 광고수입 감소 등으로 인한 자금 압박과 함께 금융기관 차입이 어려워지자 고금리 개인 사채를 차입하는 등 최종 2004년 7월 19일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 서대문 지점에 돌아온 어음 3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타 스포츠지 ‘타산지석’…직원들은 재창간 움직임



‘언론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깬 굿데이의 파산은 특히 미디어 환경을 고려치 않은 매체 난립이 가져온 결과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다른 스포츠지의 경우도 급여가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해 제2의 굿데이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굿데이 박관용 경영지원실장은 “인터넷이나 무료지 등의 등장을 예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 경쟁매체에만 신경을 쏟는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읽지 못한 것이 중요한 파산원인 중 하나”라며 “내년에도 광고가 더 극심한 불황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이대로 가다간 스포츠지들의 공멸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스포츠조선 관계자는 “굿데이 파산으로 우리가 입을 영향은 미비하지만 난립해 있는 스포츠지 시장의 재편을 가져오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스포츠지 구조조정의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남의 일로 치부하기에는 그 파장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일부 굿데이 직원들 사이에서 ‘재창간’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지난 7월 굿데이 제호를 비롯한 일부 재산 등이 사원들에게 양도됐고 앞으로 지급될 채당금 등을 모아서 다시 일어서자는 분위기가 구성원들 사이에서 상당 부분 공유됐기 때문.



굿데이 관계자는 “무작정 거리에 나 앉을 수는 없다는 것이 구성원들의 생각”이라며 “사원들 사이에서 재창간하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