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쓴 기사가 사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때, 기자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발품과 기사의 질은 비례 관계에 있다고 표현해도 될까요?”
전 재산이 29만1천원이라고 주장해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던 전두환씨. 사람들은 ‘그의 재산이 과연 그것밖에 안되는가’ 하면서도 밝혀지지 않는 재산 때문에 갑갑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꽁꽁 숨겨놓아도 근성있는 기자에게 걸리면(?) 결국 드러나기 마련. 일요신문 천우진 기자는 전씨에 대한 ‘애증’보다는 본전 뽑는다는 각오로 그의 숨겨진 땅을 찾아냈다.
천 기자는 “전두환씨 취재는 이미 회사 선배들이 2001년부터 터를 닦아놓았었다”며 “2003년 ‘재산 29만원’ 발언을 계기로 전두환씨 취재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취재를 하면서 등기부등본 조회를 1천통쯤 했고 이용료부터 이것저것 하다 보니 한달 동안 1백만원은 쓴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에 청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천 기자는 “그래야겠죠?”라며 웃어넘겼다.
천 기자가 이번에 발견한 전두환씨의 땅은 건물과 건물 사이의 도로. 그가 등기부등본 조회를 통해 확신을 가지고 실제 확인 작업을 거치는 데까지는 복덕방 주인의 도움이 컸다.
천 기자는 “처음 번지수를 찾아 그 동네 갔을 때 복덕방 주인이 지도에 나타나 있지 않아 찾기가 매우 힘들다고 말해 헛다리 짚은 것은 아닌가 염려스러웠다”면서 “그러나 건물을 둘로 나눠 중간에 길을 냈다는 사실을 알고 도로라 할지라도 재산가치가 있다는 점을 복덕방 주인으로부터 전해 듣고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 ‘건물’은 전씨의 아들이 소유하고 있는 도서출판 시공사였다.
이번 기사가 나가고 검찰에서 즉각 ‘전두환’ 이름의 땅을 전국적으로 수사할 것이라는 발표가 뒤따르자 다른 언론에서도 앞 다투어 이를 보도했다. 그러나 대부분 ‘모주간지’라고 표현했고 ‘일요신문’을 표기하는 것에는 인색했다.
이에 대해 천 기자는 “출입처 개념에서 주간지 기자는 각개 전투하는 반면 일간지 기자들은 한데 모여 서로 친숙하기 때문에 주간지를 낯설게 느꼈을 것이라 해석하고 싶다”면서 “나 같으면 크레딧을 달아 줬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전 씨 재산 추적이라는 사명감 보다는 기자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써야할, 또 취재해야할 것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