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집행부 선출 시즌을 맞아 위원장 선출에 나선 주요 언론사들이 인물난(?)을 호소하며 차기 위원장 선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언론사의 경우는 노조위원장으로서 부담을 극복하지 못해 중도하차를 선언했는가 하면 일부는 아예 기수별로 나눠 노조위원장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차기 위원장을 선출하는 등 비인기 직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이는 최근 극도로 악화된 경영난 탓에 상대적으로 노조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는데다 그나마 일부 언론사에서 묵시적으로 주어졌던 각종 인사 우대 등의 플러스 알파가 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현행 노동관련법상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측의 급여제공의무가 2007년도부터는 사라지게 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임기를 불과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채 노조 위원장직을 사퇴한 BBS(불교방송)의 모 위원장은 ‘사퇴의 변’을 통해 위원장으로서 의지부족과 나태함을 이유로 들었지만 조합원들은 경영의 어려움 속에 임단협을 앞둔 노조위원장으로서의 부담감이 원인이 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BBS는 새로운 노조위원장 선출에 나섰지만 위원장 후보접수일자를 한차례 연기했음에도 불구 아직까지 등록자가 한 명도 없어 비상총회 개최를 공고한 상태다.
최근 차기 노조위원장을 선출한 CBS는 14대 위원장이 선출되기까지 직종별 또는 기수별 추대형식으로 모두 단독후보가 출마했다. CBS는 위원장이 보도국에서 추대됐을 경우 사무국장은 보도국을 제외한 타 부서에서 지목돼 선출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노조측 설명이다.
지금까지 3대 노조위원장이 선출된 전자신문은 2대 때 경선을 제외하고 초대와 올해 경선없이 기수별 ‘밀어주기’ 방식으로 집행부 구성이 이뤄졌다.
코리아헤럴드와 헤럴드경제 등 2개의 언론사를 갖고 있는 헤럴드미디어는 최근 3대에 걸쳐 현 위원장이 단독 출마, 찬·반 투표 형식으로 위원장 선출이 이뤄졌지만 그마저 ‘등 떠밀리기 식’으로 위원장에 선출되는 추세다.
이들 노조에서는 최근 경영논리가 주도하는 사회분위기로 인해 상대적으로 노조 입지가 위축된데다 언론사간 경쟁 심화와 업무량 증가로 기자들이 노조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어 노조참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회사의 경영난이 구체화되면서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에 맞서는데 있어 한계가 있는 등 조합원들이 바라는 노조상 구현에 상당한 부담감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 이들 노조위원장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상황이 어려운 만큼 노·사간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노조위원장의 역할이 반드시 중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한 노조위원장은 “노조위원장으로서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기에 조합원들을 위해 무언가 결실을 맺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현 언론계가 처한 경영위기를 그냥 무시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과거 노조위원장이 해왔던 성과를 달성한다는게 부담이 돼 집행부 선거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