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조맹기 교수 |
|
|
한국기자협회는 1964년 8월 17일 자질향상, 언론자유수호, 친목도모, 국제교류강화 등을 강령으로 발족되었다. 창립 당시 ‘언론윤리위원회법’의 국회통과로 언론통제의 강한 정치권 움직임에 대해, 기자들은 언론자유를 언론윤리에 앞세웠다. 비교적 전문성을 요하는 국회, 중앙청 출입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자협회 창립을 주도했다. 그러나 정부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몇 몇 신문사는 언론윤리위원회법의 국회통과에 동조했으나, 소속사 젊은 기자들은 취재거부까지 하며, 젊은 힘을 집결시켰다.
그로부터 40년 후 한국기자협회는 아시아기자협회(AJA)를 주도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본 협회의 창립총회가 끝나고, “국내 언론 매체들끼리 서로를 물어뜯는 갈등 상황 종식“(11.24)을 다짐했다. 기자협회는 바른 결정을 한 것이다.
내년 언론 기상도는 시계 제로에 가깝다.『기자협회보』가 예측하듯 내년은 경제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언론 통신 시장은 과포화상태이다. 신문시장이 무너지고, 값싼 정보 홍수가 예측된다. 더욱이 ‘언론법 개정’은 일전을 예감케 한다.
한국사회는 여야, 보혁, 신구세대 갈등이 심각한 상태이다. 기자 상호간 뿐 아니라, 신문사, SBS MBC 방송간의 갈등도 세인의 관심거리가 되었다. 이젠 갈등의 실마리를 풀어야할 시점에 와있다.
40년 전 ‘언론자유수호’는 기자의 ‘자질 향상’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자질 향상’은 취재능력, 절제, 그리고 관용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재경은 언론의 ‘관행’연구에서 신문1면 기사의 취재원은 미국신문의 17.5%에 불과함을 주장했다.
기자는 취재능력의 개발을 등한시 한 채, 고정관념의 관행에 안주하고 있다. 기자는 나쁜 관행을 떨치고, 사실의 정확성 규명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19세기말 퓰리처는 기자의 최우선 덕목으로 사실의 정확성을 꼽았다. 다원주의 사회는 기자의 정확한 정보전달로 시작된다. 유용한 정보를 서로 나눔으로써, 민주주의가 실현된다. 그러나 우리의 언론은 절제 없이 사실에 의견을 개입시키고, 의견 기사를 시도 때도 없이 남발한다.
언론에 의해 사회가 보혁으로 첨예하게 양분되었다. 민중의 삶이 그렇게 두부 자르듯 양분될 수 있을지. 기자의 편가르기가 일상화되면, 사회는 이데올로기.패거리가 득세하게 된다.
허위의식이 난무할 때, 진리는 숨을 죽인다. 정확하고, 객관적 종합적 보도 하에서 진리는 그 모습을 드러낸다.『기자협회보』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인터뷰에서 조선일보의 과거사를 다그쳐 물었으며(3.3), KBS MBC 탄핵보도의 편파성 시비에 지면을 할애했으며(3.17), 그리고 KBS의 ‘바로 세우기’의 허상을 지적하였다(9.22).
기자는 현장의 사실을 발굴, 규명한다. 정보를 제공받는 독자 시청자는 사실을 바탕으로 공유범위를 넓힌다. 갈등으로 피멍이 든 우리 사회는 좁은 공유로, 신뢰성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신뢰회복 뿐 아니라 이데올로기의 허위의식을 줄이는 대책으로,『기자협회보』는 “매체 상호간에 질적 양적 비판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11.10)”고 천명했다.
그러나 사회는 지금 절제와 관용을 팽개쳤다. 불신의 골이 깊은 상태에서 비판의 남용은 오히려 상대방의 적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의견은 절제된 상태에서 개진하고, 기자는 사실 규명에 더욱 매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40년 전 난국 해결의 실마리에서 지혜를 얻어 보라. 현재 기자들의 자질향상, 친목도모가 어느 수준인지. 갈등이 첨예한 사회에 『기자협회보』가 이데올로기 전파에 앞장 설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