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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회장 주미대사 내정 분석 및 각계 반응

홍 회장 "국가·국민에 봉사할 기회"
미국 2주 체류동안 고민…중앙 송-권 쌍두마차 체제 '유력'

김신용 기자  2004.12.22 09: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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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탈세전력 … 부적절” 적극 반대





“한 실장! 알고 있었어요? 운명으로 받아들입니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주미대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을 한 후 한천수 회장실장(전략기획담당)에게 건넨 말이다. 홍 회장은 그만큼 일정기간동안 회사 측근조차 모르는 마음의 고민을 해왔다. 홍 회장이 주미대사 내정을 수락한 것은 많은 이유가 있지만,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할 소중한 기회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홍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은 중앙일보뿐만 아니라 언론계에 적잖은 파장을 던졌다. 현업 언론인들은 즉각 “신선한 충격이다”와 “우려된다”로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물론 언론단체들은 적극 반대를 표명했다.

홍 회장의 내정과정에서 수락과정, 언론단체 반응을 간추려 보았다.



내정 및 수락과정



중앙 관계자에 따르면 홍 회장이 정부고위관계자로부터 처음 제의를 받은 것은 9월초 무렵이다. 당시 정부관계자들은 “태국 외상이 UN사무총장 후보로 나선다”는 소식을 접한 후 우리나라도 후보를 내야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홍 회장 카드’가 나왔다는 것. 즉 정부가 처음부터 주미대사를 먼저 제의한 것은 아니었다.



이후 청와대에서 미국대통령 선거전인 지난달 초에 공식 요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중앙 관계자에 따르면 홍 회장은 같은 달 10일 ‘미주 중앙일보 30주년 기념식’에 참석차, 출국했다. 홍 회장은 미국에 24일까지 머무르면서 2주 동안 평소 친분이 있는 미국 조야(朝野) 관계자들을 두루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후 그는 27일경 청와대 김우식 비서실장을 만났으며, 청와대 발표가 있기 2주전에야 핵심측근 5명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들도 찬반이 엇갈렸지만, 홍 회장은 “국가와 국민들에게 봉사할 소중한 기회”라는 입장을 최종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홍 회장은 자신이 중앙일보를 떠나더라도 충분히 순항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홍 회장은 주미대사만 제의받았다면 거부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때문에 홍 회장이 차후에 UN사무총장에 나선다면 국가적 차원의 지원 등이 합의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중앙일보 반응



중앙일보는 미국에서 ‘아그레망(대사나 공사를 다른 나라에 파견할 때, 정식 임명에 앞서서 미리 상대국으로부터 받는 동의나 승낙)’이 있기 전까지는 공식입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내심 당혹감 속에서도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몇 가지 반응으로 압축된다. 우선 중앙일보의 보도원칙이나 기본논조의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중앙은 그동안 한미공조를 강조해 온 만큼 대미관계 기조는 국익 차원에서 변함없이 보도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대북화해 포용정책을 주장해 오면서 보도를 해 온 만큼 홍 회장으로서도 주미대사가 된다면 충분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고수하면서 기존 논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특히 홍 회장이 주미대사로 확정될 경우 기자들이 참여정부의 보도에 제약을 받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다. 오히려 비판기사를 늘려야 언론계 안팎에서 공격을 받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차진용 기획팀장은 “정부 비판기능의 약화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며 “간부들뿐만 아니라 기자들도 논조변화가 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 차기 발행인은 누구?



문제는 홍 회장이 회장과 발행인을 그만 둘 경우 누가 홍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느냐는 것이다.



현재까지 나온 이야기는 송필호 대표이사 겸 부사장과 권영빈 편집인 겸 부사장의 쌍두마차 체제가 유력하다.



즉 송 부사장이 경제계에 발이 넓고, 경영마인드가 뛰어나 경영관리를 맡고, 권 편집인이 신문제작을 책임지는 복수체제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한남규 부발행인 겸 수석부사장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송 부사장의 단일체제도 거론하고 있지만 권력 구도상 미지수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중앙일보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는 사실에는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중앙 관계자는 “향후 중앙의 변화가 중차대하게 다가올 수 있는데 많은 부분을 고민하지 않았겠느냐”며 “이미 홍 회장이 대사직 내정을 수락하면서 차기 발행인에 대한 사전정지 작업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동아 반응



중앙일보의 최대 경쟁지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우려와 함께 착잡하다는 반응이다. 우선 기자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조선 노조관계자는 “현직 발행인이 임명직에 간다는 것에 참담하고 착잡하다”며 “홍 회장이 영향력 이상의 것을 추구한다면 신문을 갖고 정치적 성공을 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설에서는 “기대반 우려반”을 나타내는 양비론적 시각을 보였다.

조선은 17일자 ‘홍석현 주미대사 기용에 대한 기대와 우려’란 사설에서 “언론을 통한 미국 내 지면(知面)과 함께 세계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한국 대표기업과의 인연을 자산으로 삼고 있는 홍 내정자의 역할이 기대된다”면서도 “신문협회 회장을 맡아온 홍 내정자가 권력에 들어간 것이(중략) 무슨 작용을 불러올지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지적했다.



동아도 같은 날 사설 ‘홍석현 주미대사를 보는 눈’을 통해 “홍 내정자의 다양한 경력과 인적 네트워크가 한미 간에 신뢰의 기반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지적하고 주미대사의 올바른 처신을 강력히 주문했다.



언론단체 반응



언론단체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반대’이다. 이들 단체들은 홍 내정자의 탈세전력을 집중 제기했다. 언론단체들은 즉각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7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족벌신문, 수구신문의 사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대사로 내정한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홍 회장은 탈세에 연루된 사람으로 노무현 정부가 그를 주미대사로 내정했다니, 정권의 정체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같은 날 ‘홍 회장 주미대사 내정, 부적절하다’는 성명서를 통해 “홍 회장은 탈세전력으로 언론의 신뢰도를 크게 실추시킨 인물”이라며 “홍 회장은 탈세와 중앙일보의 신문시장 교란행위 등에 대해 진솔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