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장의 불황여파가 신문과 방송 구분 없이 언론계 전반에 미치고 있다. 내년 언론시장 또한 지금의 언론 상황과 전혀 달라질게 없을 것이라는 예측 속에 치열한 생존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언론계는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3백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5일제’ 시행이 언론사에 있어서도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언론사들은 또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생존을 위한 지면차별화 전략 및 새 수익원 발굴 노력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언론사들의 분주한 연말연시를 들여다본다.
<신문사>
올 한 해 가장 많은 고통을 분담했던 신문사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불황의 여파 탓에 현재에도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신문사들에 있어 당장 내년 7월부터 시행될 3백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 5일 근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안으로 등장했다.
신문사 중 가장 먼저 ‘주 5일제’ 시행에 합의한 경향신문은 일단 내년 3월 1일 시행을 목표로 토, 일요일을 고집하지 않는 탄력적 주 5일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조선은 지난 6월부터 사측과 단체협약 개정협상을 벌여 조합이 요구한 일부 보상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협의가 잠정 중단됐지만 최근 방상훈 사장의 내년 1월 1일 편집국 주 5일 근무제 시행 추진 발표로 그 시행시기가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중앙과 동아, 한국, 서울 등 나머지 언론사들은 주 5일제 시행안을 놓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논의하기 보다는 새로 선출된 노조 집행부가 사측과 협의할 사안으로 미뤄 민감한 사안에 대해 시간을 두고 합의점을 찾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지방언론사를 포함한 나머지 언론사들은 주요 언론사들의 추이를 봐가며 언론시장 변화에 맞춘 ‘주 5일제’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주 5일제는 내년 상반기 언론계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신문사들이 준비중인 내년도 지면 차별화 전략도 눈에 띈다. ‘조중동’은 앞으로 메이저 신문사로서의 위상이 변화될 수 있다는 판단 속에 자체 태스크포스팀을 통한 신중한 검토를 거듭하고 있다. ‘조중동’은 논조변화에서부터 주 5일제에 대비한 지면 변화, 기사배치 등 이번 주 내 최종 가닥을 잡아 새로운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영난으로 올해 이미 한차례 홍역을 겪었던 한국일보는 아직까지 정상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지 못해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올 하반기부터 지면을 통해 강조해온 선명한 중도목소리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경향신문은 해방 60주년을 맞아 이와 관련한 기획특집과 ‘희망’을 주제로 한 지면개편을 추진할 방침이고 세계일보는 그동안 사회갈등과 반목이 많았던 점을 감안해 사회 갈등을 통합하는데 역점을 둔다는 각오다.
<방송사>
연말에 이르면서 광고난 등 불황여파를 체감하기 시작한 방송사들은 그나마 경영여건이 신문사보다 나은 탓에 주 5일제 시행 등 내년도 난제 해결에 이미 한 발짝 다가서 있는 상태다.
‘1천명 이상 사업장’에 포함돼 올 7월 1일부터 주 5일제를 이미 실시하고 있는 KBS는 지난 6월 노사간 ‘주 5일제’ 시행에 합의했다. 그러나 임금 보전방법에 대해서는 별도협의체 구성을 통해 논의하기로 하는 등 완전한 주 5일제 정착에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MBC와 SBS도 주5일 근무제 실시에 관한 합의를 토대로 이미 주 5일제를 시행중이다. MBC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서울 본사와 포항 등 일부 지역국에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방송사들의 사업방향도 이채롭다. MBC는 2005년을 위성 DMB 관련사업이 시작되는 원년으로 삼고 iMBC NEWS의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통해 방송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입장이다.
CBS는 올해 처음 시도한 북한관련 사업이 성공적이었다고 보고 내년에는 그 규모를 늘려 ‘금강산 마라톤’과 ‘통일음악회’, ‘금강산 공연장 건립’ 등 ‘북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방송위 재허가라는 어려운 고비를 넘긴 SBS는 내년에도 올해 뉴스차별화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받고 있는 경제뉴스에 역점을 둘 예정이며 YTN도 올 하반기부터 준비하기 시작한 연예뉴스 등을 기반으로 한 종합미디어기업 육성에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방침이다.
<주간지>
올 한 해 동안 광고 불황으로 지면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시사저널, 주간조선, 주간동아, 한겨레21 등 시사주간지들은 최근 한 자리에 모여 내년도 주간지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 주간지들은 기존의 화요일자 발행을 월요일자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사마감은 사실상 토요일이 돼 직원들의 휴일 근무 부담이 크게 줄게 됐다.
주간지들은 또 기존의 한 개 주제당 10여 페이지 내외였던 기획기사를 15페이지대로 늘려 심층 보도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며 주 5일제 시행에 맞춘 여가와 취미 생활 등의 다양한 정보 기사를 발굴·확대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