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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아나운서들이 진정바라는 것은?

(해설) 조선 문 기자 아나운서 비하발언 형사고소
여성 이유 차별받지 않는 사회 강조

김신용 기자  2004.12.29 14: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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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기자의 아나운서 비하 발언이 형사고소로 이어져 재판정까지 가게 됐다.



KBS아나운서 33명은 지난 27일 조선일보 문모 기자를 명예훼손 및 모욕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그동안 아나운서들은 아나운서협회 차원의 성명서는 물론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오유경)를 꾸리는 등 강경하게 대처해 왔다. 이 과정에서 문 기자는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KBS아나운서실을 방문, 사과를 했다. 조선노조도 같은 날 노보를 통해 문 기자의 사과전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 얽혀버린 실타래는 풀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KBS 아나운서들이 문 기자나 사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민형사상 징벌보다는 “진정한 반성 및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다. 또한 여성비하에 대한 사회통념의 개선이다.

따라서 이번 일은 문 기자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서 아나운서들을 보는 비뚤어진 시각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도 함의돼 있다. 즉 사석이든, 공석이든 너무나 쉽게 뱉어버리는 ‘아나운서 폄훼’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이는 비대위가 밝힌 내용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아나운서 비대위는 “한 번 실추된 아나운서들의 명예가 민형사적 소송으로 회복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여성 아나운서를 비롯한 여성 노동자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지 않고, 멸시당하지 않는 세상을 앞당기는데 기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오유경 아나운서(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여성중앙위원)도 “처음부터 문 기자가 진정한 사과를 했더라면 형사고소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는 성차별이 해소되는 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아나운서들은 또한 이번 일이 조선일보와 KBS의 전체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KBS노조차원의 대응도 원하지 않았다. 아나운서들은 노조에 자제를 요청했다. 아나운서들은 그만큼 이번 일이 ‘言-言갈등’으로 비화돼 본질이 왜곡되는 것을 우려했다.



이제후 아나운서(비대위 대외협력담당)는 “아나운서들은 사회적으로 얼굴이 많이 알려져 행동 하나, 말 한번 하는데 늘 조심해왔는데 이런 황당한 일을 겪었다”면서 “앞으로 여성 아나운서들에게 가해진 모욕과 치욕이 다른 누군가에 재발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