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생산적 발전 위한 場 마련을

이율 연합뉴스 사회부 기자
2005년 기자협회에 바란다

이율 연합뉴스 사회부 기자  2004.12.30 11:16:07

기사프린트




  이율 기자  
 
  ▲ 이율 기자  
 
`3년차 징크스’. 수습 때부터 기자질 하기가 힘들지 않은 때는 한번도 없었지만, 3년차였던 2004년 한 해는 유난히 마음고생이 심했다.



경찰팀에서 시청팀으로 출입처를 옮겨 일하는 시간이 조금 더 규칙적으로 변했고, 부서에 익숙해졌고, 기사도 손에 익을 만 하고, 후배들 대하는 재미도 생겼는데 왜 힘든걸까?



고생하는 마음은 끝없이 술을 끌어들였다. 술 상대는 친구나 취재원도 있었지만, `지금, 여기’를 이야기할 수 있는 회사 동기나 타사 동기들이 주가 됐다. 같은 3년차 기자인 그들이 모두 `힘들다’고 말한 건 아니다. 하지만 마음을 터놓았던 이들은 `쓰고 싶은 기사와 멀어져서’ `기자질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해서’ `일정대로 기사 쓰는 기계로 전락한 것 같아서’ `장기적인 비전을 세울 수 없어서’ 등의 고민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정신없던 1, 2년차 때 가끔 선배들에게 “3년차 때가 가장 힘들지”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기억났다. `그게 사실이구나’ 하면서 나와 주변인들의 마음고생을 `3년차 징크스’로 공식화했다. 술 상대들도 “괜찮아. 3년차 때가 제일 힘들데” “올해를 넘기면 다 괜찮아질꺼야”라고 다독이면 더욱 위로받은 기색을 보였다. 2005년이 왔고 힘들기는 여전하지만, 마음의 열병은 조금 줄어들었고 기자질을 그만둘 생각도 없는 만큼 3년차 징크스의 끝이 보이는가 싶다.



유난히 힘들었던 지난 한 해 동안 나와 기자협회의 접점을 찾아보면, 떨어졌지만 ‘이달의 기자상’ 서류를 작성한 것, 참석은 못했지만 여기자 세미나에 오라는 제의를 받은 것, 가끔 기자통신과 기자협회보를 본 것 정도다.



`기자의 권익 옹호를 위한 국내 유일의 기자 직능단체’로부터 나와 동기들은 직무와 관련된 `지금, 여기’에서의 고민들에 대해 어떠한 도움도 해결의 실마리도 얻지 못했다. `그런 고민이야 당신들이 알아서 해야지’라고 반박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기자협회에 선배들이 주 대상이 되는 연수나 세미나 말고, 젊은 기자들이 술에 기대지 않고 고민을 생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토론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그런. 그래서 기자질과 언론환경에 대해 고민하면서 한 뼘 더 크고, 비전도 세울 수 있는. 그러면 훨씬 좋은 기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