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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기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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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 타닥 타닥… 타닥… 타…’
썼다 지우길 무려 수십 차례. ‘기자협회에 바란다’는 제목만이 넓직한 액정 제일 윗면에서 몇 시간씩 자리를 지키고 있다. 머리는 텅 비어 새하얀 백지장처럼 변해 버렸나 보다. 마감시간까지 이제 남은 시간은 40분. 이런 젠장! 애꿎은 담배만 허공에 날려버렸다. 앞으로 일주일 후면 담뱃값이 무려 5백원씩이나 오른다던데. 담배를 끊던지 이 생활을 그만두던지 나원… 결단을 내려야겠다.
밖에는 크리스마스이브랍시고 첫 눈이 흩날리고 있는데 2평 남짓한 형사계장실에 틀어박혀 답 없는 활자와 싸움을 해야 하는 내 신세가 처량하기만 하다.
”네, 선배? 한국기자협회요? 듣긴 들어봐서 대충 알겠는데, 그걸 왜요? 네? 제가 쓰라고요? 에이∼ 선배 농담도. 제가 뭘 안다고요. 알아서 하라고요? 일단 사회부 선배들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담당자와 통화는 제가 하겠습니다. 뚜우∼ 뚜우∼ 뚜”
만만한 게 후배라고 했던가? 결국 이 골치 아픈 숙제는 회사 내 쟁쟁한 선배들을 거쳐 막내인 나에게로 왔다. 계획적이다. 선배들의 농간이기보다 음모에 가깝다. 하지만 어찌하리. 되돌리기엔 시간이 너무 흘러버렸다. 힘없는 막내라는 죄로 숙제를 떠맡은 지 10여일이 지났지만 여태 그 자리다. 정말 모르겠다. 생출내기 기자인 내가 뭘 안다고 이런 짐을 떠안기는지. 도대체 무엇을 쓰란 말인가?
한국기자협회? 기자들의 권익을 위한 단체라는 것은 당연하겠지. 매년 속리산 등반대회와 체육대회를 개최하고 기협회보를 발간하고…. 그리고 또 뭐가 있지? 그래, 매월 기자상도 선출하지. 이게 전부인가? 그렇다.
회원으로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정작 내가 알고 있는 기협의 실체는 이것이 전부다. 뒤늦게나마 기협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주요 활동 및 사업을 8가지나 한다는 것을 알았을 정도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 서울 중심으로 운영되어서 그런가? 아님 회원인 나 스스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인가? 하여간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이유가 분명 있을 게다.
기협 임원들은 이미 여기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해답을 모른다면 기협 임원들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 두기로 한다. 이것이 내가 기협에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