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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시대 '이정표' 제시하라

박진성 MBN 정경부 기자
2005년 기자협회에 바란다

박진성 MBN 정경부 기자  2004.12.30 11: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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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성 기자  
 
  ▲ 박진성 기자  
 
“IMF 때보다 더 어려워요” “손님이 아예 없어요”. 모두들 먹고 살기가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일부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생활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들다”고 말한다.



“○○신문은 지난달에 월급이 안 나왔대…” “빨리 다른 먹고 살 것을 찾아 봐야지…” 취재 현장에서 만나는 선·후배 동료 기자들의 얘기이다.



전반적인 불경기에 서민들 모두 힘들어하는데 기자들도 별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왠지 서글프다. 사회정의를 위해 일한다는 거창한 생각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건강사회의 초석이 되겠다는 다짐은 있었는데….



이제는 당장 먹고 살기가 급급한 월급쟁이가 됐다. ‘사회의 목탁’이라는 말도 이제는 ‘생뚱’맞은 단어가 된 것 같다. 게다가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한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신문을 들춰보는 모습도 보기 힘들게 됐다. 신문 보는 집이 두 집에 한집도 안된다고 한다.



새로 입사한 후배들의 절반은 1년도 안돼 사표를 던진다. 목숨 걸고 공부해 ‘언론 고시’를 거쳐 들어온 회사를 너무나 쉽게 그만 둔다.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사회 초년병들의 눈에도 기자는 비전이 없다는 것인가? 속된 말로 언론은 사양산업이고 기자직은 3D 직종이 돼 버린 것인가?



현재 한국의 기자 사회는 혼란스럽다. 매체도 많아지고, 언로도 다양화 됐다. 그러나 보니 경쟁은 치열해지고, 구조조정이 일상사가 돼 버렸다. 이러한 혼란을 정부 때문이라고, 시장의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는 있다. 시대적인, 사회적인 대세라고 하소연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대부분의 고민과 문제의 해결책을 자신이 이미 알고 있듯이 작금의 어려움을 뚫고 나가기 위한 해법은 이미 우리 안에 내재돼 있을 것이다. 기자 사회의 위기는 기자들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기자협회가 할 것은 ‘비전’과 그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 할 수 있어야 한다. 운전대를 잡고 몇 시간을 헤매 본 사람은 우연히 만난 이정표의 반가움과 고마움을 알 것이다. 협회는 길을 잃은 기자 사회에 이정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너무 어려운 부탁이라는 것은 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