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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편에서 올곧은 목소리를

나신하 KBS 기자(노조 공추위 간사)
2005년 기자협회에 바란다

나신하 KBS 기자  2004.12.30 11: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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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신하 기자  
 
  ▲ 나신하 기자  
 
한국기자협회라는 말을 들으면 ‘이달의 기자상’과 ‘기자협회보’등의 몇몇 단상이 떠오른다. 그 외에 구체적으로 무슨 활동을 하는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기자 개개인의 무관심과 자사 이기주의, 그리고 그런 상황으로 몰고 가는 ‘바쁜 삶’을 우선 지적해야겠지만, 기자협회를 이끌어온 역대·현행 집행부 역시 반성의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협회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소속사별, 지역별, 매체 특성별로 파편화돼 있는 기자들 사이에 강력한 소속감과 연대의식을 일깨우는 것이다.



우선 정치적·사회적 영향력부터 회복해야 한다. 회원 개개인이 소속된 회사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다보니 기자협회가 강력하고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념과 이념이 충돌하는 틈바구니에서 기자협회의 입지는 매우 위축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첨예한 갈등의 현장에 기자협회의 목소리가 왜소하게 들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역사의 전환점에서 시대의 양심을 대변하는 강력한 발언권과 영향력을 행사는 기자협회의 모습을 기대한다.



언론계에도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상황, 그리고 언론을 둘러싼 정치·사회·경제적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자협회가 서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지 기본부터 천착하길 고대한다. 언론계 안팎의 변화가 기자들 스스로의 자발적 동기에 의한 것이 아니라 환경의 강요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면 그 변화는 구성원들의 희생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소속 언론사별로 다양한 편차를 보이는 경제적 토대의 문제를 기자협회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권익옹호는 언론계 밖으로부터의 압력 뿐만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해서도 적용돼야 한다. 기자협회를 실질적인 정치·권익 공동체로 쇄신시키려면 기자사회 내부에 엄존하고 있는 온갖 갈등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용기도 필요하다.



인쇄매체와 방송매체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 특히 기자협회의 운영 방법과 지향점이 인쇄매체 기자들에게 편중돼 있는 것 아니냐는 방송기자들의 피해의식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기자사회 내부에서 상이한 이념이 충돌하는 상황을 눈감고 있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기자들을 ‘억지로’ 하나의 목소리로 묶어내기 보다는 진리와 양심이라는 보편타당한 가치에 충실해 ‘선택’의 모험을 감수하길 권하고 싶다. 설혹 지명도 높은 일부 회원들의 견해와 대척점에 위치하는 한이 있더라도 진실의 편에서 올곧은 목소리를 내는 용기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