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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치지 않는 기협을 기대한다

방성수 조선일보 기자(노조위원장)
2005년 기자협회에 바란다

방성수 조선일보 기자  2004.12.30 11: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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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성수 기자  
 
  ▲ 방성수 기자  
 
부탁 하나와 고언(苦言) 하나를 드리고자 한다.

먼저 신문의 미래를 제일 앞에서 열어 나가 주기를 부탁한다.



누구나 신문의 위기를 말한다. 위기는 권력과 미디어와 우리 내부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정치권력은 자기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신문들을 틈만 나면 부정한다. 경제권력은 광고에 굶주린 신문들을 굴복시키려 한다.



권력과 손잡고, ‘미디어 패권’을 지향하는 방송과 인터넷 매체들은 신문을 비웃고, 조롱한다.



신문들은 어떠한가? 신문이 신문을 적대하고, 신문이 신문을 부정하고 있다. 비판이 아닌, 살기(殺氣)만이 번뜩인다. 신문들이 죽기 살기로 진흙탕에서 뒹구는 사이 독자들은 신문에게서 얼굴을 돌리고 있다. 신뢰의 위기를 핵심으로 하는 신문 시장의 위기는 기자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모두가 멀티미디어 시대, 정보화 사회, 지식 사회를 얘기하는 지금, (신문) 기자들은 어느 때 보다 암울한 어둠 속에 있다. 올 해 수백명의 동료들이 직장을 잃고 광화문 네거리로 내몰렸다. 90% 이상의 동료들이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박봉에 한숨쉬고 있다. 시장이 없으면 기자들의 미래도 없다. 신문 시장을 지키고, 키우는 것. 그것이 기자들의 모임인 기자협회(보)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기자협회(보)가 ‘정론(正論)에 대한 집착’을 버려주었으면 한다.

나는 어느 누구, 어느 집단도 시대의 진리를 독점하고, 전적으로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처와 레닌, 예수와 마오쩌뚱, 황우석 박사와 이건희 회장, 배우 배용준과 야구선수 박찬호가 추구하는 삶의 목표나 가치가 어떻게 똑같을 수 있겠는가? 어느 개인이나 집단의 생각이 다른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생각 보다 일방적으로 옳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기자협회(보)가 ‘가치의 회색 지대’가 되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옮음과 옮음이 만나 어울리는 완충지대’가 되길 바란다. 새해부터는 치우치지 않는 기자협회(보)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