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언론계는 IMF 이후 최악의 해였다. 광고수입 감소는 경영위기로까지 이어지고, 많은 기자들이 현업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가 더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언론위기를 극복하는 일은 ‘경영진의 몫’만이 아닌 ‘언론인 모두의 몫’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대내외적인 상황으로 인해 모든 언론사들이 생존전략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기자협회보는 지난달 22일 프레스센터에서 언론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언론계 미래전략을 함께 강구하기 위한 ‘2005 신년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좌담회에는 기자출신으로 언론사 핵심부서장을 맡고 있는 전략팀장, 경영기획실장 등 5명이 참석했다. 이들이 제시한 다양한 해법을 간추려 싣는다.
◇좌담회 참석자
송종문 KBS 디지털인프라팀장
이연재 MBC 보도국전략팀장
최영선 한겨레 경영기획실장
고종원 조선일보 전략팀장
박장희 중앙일보 전략팀장
사회=본보 김신용 차장
사회=올해 언론계는 큰 불황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내년에 ‘언론계의 위기’가 어떻게 나타날 것으로 보는가. 먼저 신문시장부터 위기원인과 함께 내년의 위기상황을 미리 점검했으면 한다.
고종원=신문의 경우는 신뢰도의 위기와 제값을 받지 못하는 콘텐츠 문화 등으로 인해 경영적인 측면에서 수익성이 많이 약화됐다. 조선일보가 2003년도에 약 5% 정도 영업이익을 냈지만 다른 신문은 대부분 마이너스 또는 소폭의 이익을 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은 2005년에도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 기본적으로 기업들의 마케팅 비용이 2∼3%정도 줄어들 것이다. 신문은 70∼80% 이상을 광고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수익성 악화는 더 심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수익성을 유지해야 언론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데, 매출을 늘일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고안이 필요하다.
최영선=2005년 상황이 2004년 보다 나아질 것이라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겨레도 내년 예산을 짜고 있는데 잘 안 된다. 광고시장에서의 수입 예측이라는 것이 이전보다 엄밀하게 하지 않으면 손익 맞추기가 어렵다. 한겨레의 경우 내년 광고가 10% 정도는 빠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10% 수입이 줄어든 상태에서의 경영 계획을 짜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신문사라는 것이 틈새가 없고 대게 경직돼 있어서 모든 것을 성과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버텨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있다.
신문 산업의 축소 내지 위기가 단기적일 것이라는 관점에는 그 근거가 없다. 신문의 위기에 대해 단순히 비용을 줄이거나 매출의 획기적인 분배를 위해 광고에 매진한다는 것은 신문 산업의 구조로 볼 때 불가능하다. 또 하나는 신문들이 거의 같은 콘텐츠를 가지고 하고 있는데 그것보다 가치의 차별화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으로 장기적인 위기 타개책을 생각하고 있다.
박장희=2005년에는 노선 차이가 본격화 될 것이라 본다. 단순한 경기불황에 따른 위기가 아니다. 경기야 올라갈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다. 신문 자체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종이신문이 갖고 있는 콘텐츠 자체 수요인데 그것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신문이 더 이상 정보수단으로 편리하지도 풍부하지도 않기 때문에 광고의 위기가 나타났다. 신문을 대체할 수 있는 저비용 매체가 부상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 스포츠지의 경영 악화 상황이다. 질적으로 차별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느냐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방송업계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에 방송사들의 위기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또한 방송계의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
송종문=신문과 방송은 모두 경영상의 문제와 정체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시장은 메이저 체제였다. 광고시장 1위가 4대 매체인 점을 보면 그렇다. KBS의 경우 경기에 대한 수익의 탄력성이 많이 떨어졌다. 뉴미디어 매체의 등장으로 인해 전체 볼륨이 커져도 좋아지지 않고 경기가 나빠지면 더 나빠지는 현실이다.
경제관련 지표를 봐도 2002년도 까지는 올라갔다가 작년부터 떨어졌다. 전체에서 정점에 올라간 순간 기울고 있다는 뜻이다. 이른바 뉴미디어인 케이블, 온라인의 광고액이 작년에 처음으로 잡지를 넘어섰고 이것은 점차 광고시장 전체 파이의 지분자체가 기존 매체에서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사는 신문과 달리 고유의 경영위기가 있다. 디지털화에 따른 장비 충원 등인데 이것에 대한 재원마련이 어렵다.
또한 경영상 위기 못지않게 정체성에서 상당한 위기를 겪고 있다. 첫째 방송사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옛날에는 지상파 방송사는 일관된 매체였다. 스스로 제작과 유통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콘텐츠 차별에 문제가 있다. 외주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모 대기업에서 대규모 자본을 들여서 케이블에 종합채널을 만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예전에는 드라마라는 것은 중앙의 지상파 방송이 아니면 제작을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대기업들이 참여한다. 그러다보니 콘텐츠가 점점 비슷해진다. KBS자체만 놓고 보면 ‘광고료 대 수신료’ 비율이 6대4 정도 된다. 그 중에서 사실상 사회교육방송, 국제방송 등에 지원되는 것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수신료 비율이 30% 선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인 공영성에 위기를 느끼고 있다.
이연재=신문과 방송의 경기 침체는 지속될 것 같다. MBC만 해도 긴축경영 내지는 총력경영에 들어가야 되지 않을까 검토 중에 있다. 제일 우려스러운 것은 신규매체의 등장이다. 지상파 케이블, 위성 등 다채널시대가 도래하고 있는데 내년 4, 5월에 위성DMB 매체가 등장하면 본격적인 경쟁체재에 돌입할 것이다. 프로그램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하고 강화해나갈 것인가. 콘텐츠 경우 매체가 다원화, 다변화 되다 보니 차별 없이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것 같다. 수익구조도 갈수록 힘들어질 것 같다. 반면에 외주 제작사들 어렵다 하지만 일부 제작사는 거대 자본을 가지고 지상파 제작 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부에서 외주채널까지 한다 그랬고 거기에 광고까지 안 된다. 광고만 가지고 꾸려가는 입장에서는 어렵지 않을까. MBC는 종합 미디어콘텐츠 그룹이다. 따라서 콘텐츠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고민이 많다. 시대적으로도 방통 융합시대다. 방송은 통신과 비교하면 자본이나 모든 면에서 열세인 것은 사실이다. 적절한 스탠스를 유지해 가면서 윈윈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KBS와 다른 형태로 외부 환경에 어떻게 적절히 대응해서 살아날 것인가. 당장 급한 것은 정체성 논란이다. 심사숙고해야 한다.
사회=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대사 기용으로 참여정부의 언론관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언론정책의 기조는 변화하지는 않을 것 같다. 언론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언론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 하는가? 신문과 방송으로 나눠 이야기했으면 한다.
이=큰 틀에서 언론을 동반자로 인식해줬으면 한다. 정치적으로 인식이 다르다 해서 피하거나 적대시하고 하는 것들은 지양해야 한다. 각 언론의 가치나 아젠다 설정은 틀릴 수가 있다. 미국 대선때 타임스는 공화당을 지지했다. 언론의 유연성을 인식해야 한다.
박=언론과 정부의 관계. 정부와의 관계가 어떠하든 간에 신문사로서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기사 형태로 전달해야 하는 기본이 있다. 독자의 요구가 뭔지를 파악해서 신문제작을 해야 한다. 다양한 매체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당연한 노력이다. 정부도 언론시장에 대해 이런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일반 신문의 독자를 존중한다면 어떤 신문을 선택하느냐는 그들의 판단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그랬더라면 시장 점유율에 대한 문제제기는 애초부터 없었을 것 아니겠나.
송=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주로 비난하는 근거 중에 하나가 소송 건이다. 소송을 거는 쪽이 잘못이라는 시각과 함께 반대로 소송당할 일을 많이 하는 언론이 문제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기자들은 민감한 기사를 쓸 때는 ‘소송감’ 여부를 따져본다. 기자들은 종교단체나 기관을 제일 무서워한다. 그 사람들은 논리적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 조금 잘 못 써도 괜찮다는 인식이 있는 곳이 관공서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책임한 기사를 쓰는 것도 없지 않다. 그런데 외국에는 소송하나 잘못 걸리면 언론사가 망한다. 그런 환경에서 봤을 때 소송 걸릴 기사 잘 안 쓰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보도도 선진국처럼 소송 안 걸릴만하게 잘 쓰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고=세 가지 관점이 있다. 독자의 선택이 존중받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시스템을 정부에서 존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개입한다던지 발을 뺀다던지가 아니라 시장원리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이라고 해서 신문이나 방송으로 볼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여러 가지 매체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 다양한 시각들을 아우를 수 있는 공통의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 신문, 방송 제한해서 제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문의 경우 규제가 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미디어산업 경쟁력과도 관련 있다. 언론사 규모가 커지는 것은 인정해줘야 하고 콘텐츠 질을 확보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자본은 확보돼야 한다. 효과적인 규모의 경제가 가능할 수 있도록 신문과 방송 겸영 문제도 국제적인 경쟁력 차원에서 봐줬으면 한다.
최=신문의 경우 콘텐츠 생산 비용에 비해서 그것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시스템이 제한적이다. 신문은 생산된 콘텐츠가 비슷하고 양식과 표현방식이 다를 뿐이다. 비효율적인 구조다. 현재는 독자의 선택에 의해 나타나는 시장 점유율을 인위적으로 제약하는 것과 더 나아가 여론시장의 독과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문 유통과정 비용이 너무 많은 것을 해결하는 것이다. 과다한 판촉비용, 경품 등을 없애고 콘텐츠가 제값을 받고 소비자들이 제값을 내고 신문을 보는 문화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지금 정부에서는 언론개혁을 말하면서 본질과 거리가 먼 소유 지분 제한이나 시장점유율 등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사실 신문산업 합리화에서 보면 시급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사회=올해 언론의 전반적인 신뢰저하가 나타났다. 이는 言-言 갈등이 큰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말해 달라.
고=90년대 후반부터 한국 언론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특성 중 하나는 전투적 글쓰기였다. 지금도 ‘날을 세워야 한다’, ‘각을 세워야 한다’ 하는 것이 언론 특징 중 하나다. 선거로 비유하면 포지티브 캠페인이 아닌 네가티브 캠페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이기 보다는 대립각을 세워야만 좋다는, 보도태도도 그렇게 가야 눈길을 끌 것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다. 언론계가 네가티브 성향을 지녀오다 보니 그 결과로 신문 기사의 신뢰도 하락과 방송 뉴스의 신뢰도 하락이 나타난 것이다. 보도태도를 포함해 향후 한국 언론에 포지티브 캠페인을 벌여나갔으면 좋겠다.
이=사실 과거 언론은 내부적으로 상호간 성역을 어느 정도 인정해 줬다. 부정적으로 말하면 사각지대였으며 한솥밥 풍토였다. 이러한 내용이 상호 비평을 통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과거에는 신문이 일방적으로 방송을 비판했는데 방송에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생기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잘만 되면 상호 견제를 통한 발전을 가져올 수 있지 않겠나. 순수한 동기가 아닌 정치적, 정략적인 이해관계에 의해서 대립선상에 올랐을 때 시청자나 독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 본질을 외면하고 왜곡, 악의적인 보도를 통해 갈등만 증폭시키는 작업들이 결국 언론의 불신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건전하고 신실한 상호 비판, 비평 기능을 수행한다면 언론발전에 상당히 기여할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언론간 편가르기는 지양돼야 한다. 생각과 이념 추구 가치는 다를 수 있다. 이 부분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각이 다르면 잘못된 것이라는 개념이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송=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이 기본이다. 시끄럽다고 해서 동업자 감싸는 것은 잘못됐다. 다만 다른 것을 어떻게 수용하느냐 하는 문제인데 극단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죽창으로 찔러 죽이고 그것을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방식의 문제다. 과거에는 신문이 방송을 많이 비판했는데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생기니까 신문에서 민감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상대방의 다양한 주장이 있을 수 있다는 문화에 익숙해져가야 한다.
박=갈등을 표출하는 기사는 주제를 정해놓고 몰아가는 식으로 보도해 읽는 사람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혐오감만 더 크게 하지 않겠나. 코드에 맞는 프로그램 제작해야 한다는 시스템은 광고주들이 스스로 이탈하게 하는 원인이다.
최=기본적으로 언론간은 서로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덮고 감싸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신문과 신문, 신문과 방송 갈등이 감정적으로 진행되면서 전체적인 매체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차이를 놓고 토론하고 논쟁하고 시비를 가리고 하는 문제는 적정선에서 늘 존재해야 하고 그래야 발전한다. 다만 스스로 품위 있게 싸워야 한다. 싸워도 자기 신뢰도 떨어뜨리면서 싸우는 것은 아니다. 한겨레도 예외는 아니다. 다른 매체에 대해 비평을 할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가야 한다.
사회=이러한 위기진단과 함께 대책 및 대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했으면 한다. 특히 급변하는 뉴미디어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들이 필요한지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먼저 신문사의 구체적인 미래전략에 대해 말해 달라.
박=생존과 관련한 미래전략에서 한마디로 요약할만한 비책 또는 묘안은 없다. 그러나 살길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신문의 수익 구조를 편집, 판매, 광고로 나눠 봤을 때,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신문이 아니라 반드시 읽어야 하는 신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목표다. 수익의 80%를 차지하는 광고도 기형적으로 볼 문제만은 아니다. 신문매체가 다른 매체에 비해 광고에 있어 우월한 점이 무엇인지,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판매부분에서는 유통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가능한 한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신문사가 마케팅 비용을 담당해왔는가 돌아보면 그렇지 않다. 신규독자를 새로 유치하는 것은 비용측면에서 엄청나니까 현재의 독자를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사회=광고주들을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설득해야 한다고 했는데, 정확한 발행부수 등 객관적 데이터와 관련해 신문사 입장에서 현행 ABC 말고.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가.
박=두 가지로 나눠 살필 수 있다. 인지율 측면에서 광고를 봤다 안 봤다 하는 것. 이 점에서는 TV가 신문보다 월등하다. 그러나 광고주들 입장에서 ‘설득 과정’을 통한 효과 측면에서는 신문이 방송보다 더 월등하다. 제일기획 미디어전략팀 관계자 말에 따르면 신문은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통해 심층보도를 전달하기 때문에 신문사 쪽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광고를 한다면 광고매체로서 신문의 영향력은 우월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최=현재의 상황에서 한겨레의 미래전략이라는 것이 가능하지 못하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TF팀 구성을 통한 논의는 여러 번 있었는데 큰 차원만 논의했지 구체적으로 자원과 역량 등을 논의한 것은 아니다. 한겨레는 좀 특수한 면이 있다. 지금 구조조정이라는 것은 한겨레가 시장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과 별로 깊은 연관이 있지 않다. 한겨레는 시장 경제에서 살아날 수 있는 것이 안되는 것이었고 지금 시기에서도 공공, 공론의 장으로서의 기능이 중요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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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담회 참석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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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단순한 손익과 수익의 관점을 논의할 수는 없다. 현재의 고민은 신문의 품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또 하나는 신문의 안정적인 생존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창간 당시 세웠던 목표에 부합하는 형태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기반을 다져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수익 창출과는 별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신문의 경우 대부분 담기는 뉴스의 품목이 비슷하다. 뉴스의 공급원이 신문과 방송 두 가지밖에 없었던 시대. 그와 같은 방식이 인정됐지만 지금은 뉴스 공급이 다양하다. 포털을 통해 수없이 볼 수 있고 적어도 각각의 신문들이 그 신문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신문이 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겨레는 뭐가 있는가. 다 있는 뉴스를 표현 좀 달리해서 하는 관행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지 않으면 독자들은 이탈한다. 아무거나 골라보는 신문, 진보와 보수의 차별 가지고는 독자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신문사는 구조상 편집국 구조를 전략적으로 바꾸자는 문제의식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 출입처 까는 것도 조선, 중앙이 깔면 다 깔아야 하는 구조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가치의 차이만 지향하고 있는데 그 틀을 깨는 것이 한겨레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고=조선일보의 경우 2020년 대비해서 ‘2020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러 가지 TF팀 가동하면서 기존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등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가 과제다. 고민하다보면 신문의 프리미엄이 관건이다. 아무데서나 구할 수 있는 신문은 위상이 약화됐다. 80년대 중반, 90년대 초반. 신문 신뢰도가 높고 영향력 있고 영업에서도 이익이 꽤 나왔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가격전쟁과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신문 전체의 위기를 가져왔다. 지금은 조선만 4∼5%정도 이익을 내고 나머지는 본전 또는 마이너스 상황이다.
신문을 프리미엄 상품으로 바꾸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차별화된 기사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 보니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는 것도 몇 백 만원 수준에 머무르는 사실 뉴스를 만들어 생산하는 사람들로서는 치욕적인 부분이다. 조선일보에서만 읽어야 한다는 기사를 많이 만들어 내야만이 콘텐츠의 생산, 유통, 도매과정에서의 황당한 착취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뉴미디어로의 전환 과정에서도 유료화 등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 고급스럽게 만들면서 유료화 하는 방향은 사실 전 세계적으로도 살아남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우리나라는 인터넷 환경에서 많이 앞서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방법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광고 부분을 거론하자면 개인적으로 9, 10월에 광고주들을 집중적으로 만난 적 있다. 광고주들 말이 신문의 경우 한군데 광고 내면 보통 30군데를 같이 뿌려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를 공통적으로 했다. 방송은 3군데 정도 내면 해결되지만 신문은 작게는 12군데 많게는 30군데 이상을 내야 하기 때문이란다. 광고를 강요, 강매하는 등은 신문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런 부분에서 광고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이와 관련된 내용을 계속해서 호소할 계획이다.
사회=다음으로 방송의 미래전략에 대해 말해 달라.
송=매체 양으로는 현재 미디어는 과포화 상태다. 모 스포츠지가 왜 망했느냐를 두고 무료지의 영향을 말하는 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한국 시장에서 다섯번째 스포츠지가 살아남을 수 있겠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했어야 했다.
방송의 경우 DMB나 BcN 등이 미디어 전체를 다 뒤집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산업이 성숙하려면 제조보다 유통이 힘을 받아야 한다. 미디어 산업도 양적으로 포화상태, 질적으로 미성숙인 상황에서는 제조보다 유통이 강해지게 된다. 케이블의 경우 SO들한테 PP들이 꼼짝도 못한다. 유통이라는 것은 망을 갖고 있거나 신디케이터, 어그리게이터. 예를 들어 포털에 왜 싼값에 갖다 바치냐 하는 것은 실질적 유통을 포털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화상태인 미디어에서는 어그리게이터의 가치를 제조자가 주장하기 어렵다. 이 말은 콘텐츠의 차별화가 진행되더라도 제조자의 추가 수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방송 입장에서 보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유럽 쪽에서는 방송을 이용해 게임을 하고 수익을 낸 모델이 있다. 11월에 일본에서 방송기기전시회를 보고 왔는데 지상파 모바일 방송 부스를 보니 참여단체에서 나눠주는 자료의 절반 이상이 기기전시회였음에도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것이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신제품 껌을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팔 것인가 하는 방법들에 대한 자료가 있었다. 인터넷 관련 서비스가 득이냐 실이냐를 따지면 상당수가 실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에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문 영역을 보면, 와이브로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배달을 하지 않고 볼 수 있는 얇은 뷰어를 보급하면 어떻겠나. 그러면 배달 값 안 들고 종이 값 안 들고 자전거 나눠주지 않아도 된다. 중앙일보가 e-paper(전자종이) 나눠주는 것이 훨씬 나은것이 아닌가.
고=내년에 하나로 텔레콤이 2백∼3백억원씩 써서 심은하의 ‘청춘의 덫’이나 ‘파리의 연인’을 서비스한다면 공중파 자체가 와해될 수 있다. 연예 콘텐츠는 자본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신문사들은 블로그가 생기면서 고유 아젠다 세팅들이 개인들한테 퍼져 있다. 미국같은 경우는 아이포드 이용해서 라디오를 개인이 직접 방송한다. 이제 라디오 방송까지 개인의 영역에서 가능해 졌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TV도 이런 식으로 가는 것이 3, 4년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 본다.
이=사실 엄청난 과제다. 지상파 콘텐츠 공급 내지는 방어 능력기간이 5, 6년 정도 될지 모르겠다. 정치에서도 방송법 개정안을 보면 학자들간, 정치권에서도 이견이 있었지만 방송 통신위원회 설립 조항이 빠지고 추진위원회만 언급돼 있다. 방송과 통신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통신도 영역 확장, 방송도 활로 찾기 위해서는 적절한 선에서 타협이 이뤄지고 상호간 윈-윈 할 수 있도록 돼야 한다.
MBC의 경우 미래전략이 갖춰진 것은 없지만 크게 경영상의 생존전략과 또 하나는 저널리즘의 강화, 두 가지다. 지금 지상파 TV 시장 지배력이 엄청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시장 지배력은 매출, 시청점유율, 광고시장 점유율로 따지는데 세 부분 모두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다채널 시대이고 케이블도 성장했고 위성도 가능성이 크다. 신규매체인 DMB, 와이브로, WCDMA 등 제3세대 이동통신, 휴대폰 등 앞으로 모바일 시장이 엄청날 것이다.
이 와중에 지상파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는 큰 과제다. 지상파의 기득권, 점유율, 지배력은 향후 5, 6년이 한계가 아닌가 한다. 이 부분을 염두한다면 차별화된 콘텐츠가 승부수가 된다. 프리미엄 상품, 탑브랜드 프로그램 등 아이템을 적극 개발해서 공급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정통 저널리즘이 위기를 맞고 있는 점이다. 언론의 영향력은 여전한지 잘 모르겠지만 신뢰도나 언론의 권위는 옛날 같지 않다. 시대가 변했고 독자와 시청자들의 인식과 선택의 폭 등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옛날처럼 TV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존 맥케인이라는 미국 상원의원이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6개월 정도 포로로 감금당했었다. 그가 그 때를 회상하면서 당시 간절히 소망했던 것은 가족, 음식, 자유도 그리웠지만 가장 소망한 것은 검열 받지 않는 정보였다고 한다. 수요자들의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에 있어서는 우리 언론이 못 따라가고 있다. 수용자 조사에서의 답변과 실제 행동의 차이가 나타나는 시청자들의 이중성이 있다. 이들을 어떻게 MBC 식구로 만들 것인가 고민이다. 채널 이미지, 뉴스 이미지를 어떻게 재고시킬 것인가. 과거 영화롭던 이미지를 어떻게 회복하고 부활시킨 것인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 2005년 MBC의 큰 주제는 ‘좋은 친구’다. ‘만나면’을 뺐다. 1월 3일 새로운 CI가 공개된다. 또한 2005년에는 교육 분야를 연중 캠페인으로 잡아서 추진할 계획이다.
사회=“이렇게 해야 언론이 발전할 수 있다”는 모토를 전제로, 각자 의견을 종합 정리해 주기 바란다. “이것만은 함께 해보자”와 “이것만은 하지 말자”로 말해 달라.
이=언론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의도적인 편향보도는 서로 지양했으면 한다. 취재와 기사작성 과정에서 의도가 안 담길 수는 없겠지만 왜곡된 의중은 삼가야 한다. 방송도 반성할 부분인데 MBC의 경우 100% 광고에 의존하다 보니 비즈니스, 영업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전파가 국민의 것이고 함부로 남용할 수 없는데 상업성과 독립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부딪히는 선정성과 갈등 지향적 프로그램은 버렸으면 좋겠다. 사회 통합적인 부분으로 나갔으면 한다. 언론인으로서 전문성, 프로의식이 강화돼야 한다. 신문, 방송이 마찬가지지만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용자 중심으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공급자와 수용자 사이의 비중을 어떻게 둘 것인가는 언론 고유의 기능을 적절한 선에서 조정해 가고 수용자 욕구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언론이라는 것이 결국 사회의 재구성인데 언론사 상호간에도 좋은 문화를 교류하면 좋지 않겠나.
최=현재 미디어 시장에서는 기존의 경쟁을 지속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다. 신문만으로도 과포화 상태이며 자생력도 없고 독자 기반이 없는 언론사들이 도태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문의 전반적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협력과 경쟁이 공존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조중동이 양적으로 경쟁했고 나머지 신문사들과 조중동은 또 다른 긴장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제는 신문사간 실무적 협력 부분을 찾아봐야 한다. 경쟁을 떠나 모두를 위협하고 있는 요소들에 대한 대안 찾기 작업이 필요하다. 2005년도에는 실질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박=일개 신문사가 직면한 위기가 아니라 전체의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중앙일보의 경험을 타 회사에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다. 반대로 받을 준비도 돼 있다. 기존 신문사나 방송이나 스스로 독자들 또는 시청자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저널리즘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쪽하고 격이 다른 저널리즘 구현에 애를 쓴다면 그것이야말로 생존과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송=마라톤을 예로 들자. 혼자 뛰면 결코 좋은 기록 안 나온다. 함께 뛰기 때문에 좋은 기록이 나오는 것이다. 공통의 이익을 위하기 전에 스스로 자해 행위 하는 언론사가 있다. 언론 전체를 놓고 볼 때는 산업적인 면에서 협력해야할 주제들이 굉장히 많다. 신문 규제를 푸는 것은 방송이 도울 수 있고 방송 규제는 신문이 도울 수 있다. 물론 국가에 도움이 되느냐가 우선적인 전제다. 단적인 예로 KBS는 자체 마라톤이 있던 것을 없애고 동아마라톤 등을 중계한다. 영향력으로 밀어붙였으면 KBS도 장사됐을 것이다.
고=콘텐츠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모두가 신경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 뉴스 콘텐츠를 만들어 놓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달되는 것도 좋지만 선수를 만들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현재의 구조는 옳지 않다. 지금처럼 이라면 콘텐츠 만드는 쪽의 악순환이 점점 더 악화된다. 콘텐츠 제값 받기 측면에서는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나름대로 독자적 영역을 갖추고 있는데 남의 것 뺏어온다든지 하는 것은 없어져야할 부분이다. 상호간 다른 것은 인정해주고 힘들면 비즈니스 모델 만들어야지 계속 상대방 흠집을 내서 몫을 찾아가겠다는 네가티브의 반복이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