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협상 끝에 ‘신문법’과 ‘언론피해구제법’이 통과됐다. 국회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본회의를 열어 차수를 변경한 끝에 1일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을 표결에 붙여 재적 244명 중 찬성 133, 반대 99, 기권 12로 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각 언론사와 언론관련 시민단체들은 신문법이 통과된 직후 사설과 성명을 통해 비판에 나서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불만은 언론계의 관심을 모았던 신문법의 핵심과제인 ‘신문사 소유지분 분산 조항’은 법안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신문발전위’와 ‘신문유통원’의 설립에 대해서도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고 인터넷신문도 ‘등록’ 규정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점유율
이날 개정된 신문법은 신문사의 시장 점유율이 발행부수 기준으로 1개사 30%이상, 상위 3개사 60% 이상일 경우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간주해 과징금 부과 등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조선은 3일자 사설에서 “이 조항은 그 자체로 언론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기존 공정거래법(1사 50%·3사 75%)보다 가혹한 기준을 적용해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과 영업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명백한 위헌조항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 역시 같은 날 사설을 통해 “실효가 있든 없든, 특정시장에 한정해 지배적 사업자 기준을 별도로 둔 차별입법이 중대한 헌법위반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신문법의 위헌 및 독소조항은 헌법재판소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가려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그러나 언론관련 시민단체들은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 대해 “개혁의 후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신문법을 입법청원 했던 언론개혁시민연대(공동대표 김영호·이명순, 이하 언개연)는 3일 성명을 내고 “당연히 신문시장의 정상화와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족벌 사주들의 신문사 지배를 좀 더 엄격하게 제어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했는데, 여야의 국회의원들은 족벌사주들의‘눈치’를 보며, 끝내 실체적 진실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도 이날 조선, 동아의 사설에 대해 “새해 벽두부터 누더기 신문법도 성에 차지 않는다며 언론자유 침해니 위헌'이니 호들갑을 떠는 두 족벌신문의 논조에 절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신문개혁의 궁극적 목표는 왜곡된 신문지면을 개선하기 위한 편집권 독립, 신문시장의 공정경쟁 보장 및 여론 다양성 확보, 독자 인권 피해 구제가 궁극적인 과제였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소유지분 제한, 점유율 규제 등 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언론계 일각에서는 “신문사들의 실제 발행 및 구독부수를 모두 공개할 경우 오히려 이른바 ‘마이너’ 언론사의 실제부수가 밝혀져 광고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올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해 설립되는 ‘신문발전위원회’는 주요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연구.조사업무와 신문발전기금 운영 등을 맡게 된다.
신문발전위는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2인을 비롯, 한국신문협회 전국언론노조 한국언론학회 및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각 1인을 포함해 모두 9인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일부 신문은 신문발전위원회 설립과 관련해 “세계 역사상 정부가 조성한 발전기금을 비판적 언론에 공여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며 “결국 이는 정부와 코드가 맞는 특정언론에 대한 지원, 비판적 언론에 대한 목죄기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신문발전위 업무와 관련, 언론계에서 업무가 중복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언론재단 노조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업무중복을 피하고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언론재단이 신문발전위원회의 사무국 기능을 비롯해 실무와 집행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유통원
신문과 잡지 그리고 기타 정기간행물의 배달 등의 사업을 수행하게 될 ‘신문유통원’은 독자들이 선택의 폭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왜곡된 유통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어 그 동안 일부 신문사에서 행해지던 불법 경품행위 근절에도 적잖은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저 3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달망이 취약한 신문사들에겐 공동배달망이 조성되기 때문에 경비절감에 큰 도움이 되고, 독자들 역시 다양한 언론매체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번 신문유통원 설립과 관련, 당초 공사형태가 아닌 법인형태라는 점에서 우려의 소리도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공동대표는 “현재 신문사업은 수익을 낼 수 없는 사업이기 때문에 공사형태가 아닌 법인형태로는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면서 “아울러 정부 지원부분도 보다 더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신문
국회의 이번 법안 통과로 기존 ‘정기간행물법’과 달리 인터넷신문도 명확하게 언론으로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인터넷신문'을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와 통신망을 이용하여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시사 등에 관한 보도ㆍ논평 및 여론 및 정보 등을 전파하기 위하여 간행하는 전자간행물로서 독자적 기사 생산과 지속적인 발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말 한다”고 규정했다.
부칙에서는 “이 법 시행 당시 독자적 기사생산과 지속적인 발행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인터넷신문을 경영·관리하고 있는 자는 이 법 시행 후 3월 이내에 제12조제1항의 개정규정에 따라 등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법안 통과로 ‘인터넷신문’ 대해서는 개념을 규정하고 등록을 하지 않은 인터넷신문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됐다.
또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도 인터넷신문을 언론중재대상에 포함시켜 인터넷신문의 선거관련 토론회나 광고도 허용된다. 그러나 일부 인터넷신문과 단체들은 ‘등록’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어 갈등의 여지는 남아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