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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국 경향신문 미디어부 차장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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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시작되자마자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지, 기자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되묻게 하는 일들이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 시대 기자는 과연 무엇으로 사는 것인가?
걱정이 앞선다. 새해 벽두부터 덕담은 건네지 못할망정 왠 시비냐는 소리를 들을 것 같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기자협회와 기자협회보라고 해서 비판의 성역일수는 없지 않은가. 오히려 보다 더 엄정한 자기반성과 비판의 칼날위에 서야한다. 이상기 회장의 신년사처럼 ‘진실과 공정한 보도로 국민들과 역사 앞에 당당한 대한민국 기자사회’를 만들어가는데 기여해야할 그들의 책무가 막중하기 때문이다.
2005년을 맞이하고서야 고언을 해보자고 작심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뜻을 전했지만 지면 사정으로 이렇게 정초에 주제넘은 소리를 하게 된 것이 못내 아쉽다.
이 시기 무엇보다 기자협회와 기자협회보에게 정체성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본다. ‘존재의 이유’에 대해 진지한 성찰의 자리를 마련해야할 때다.
기자협회보는 기자협회의 기관지이자 언론전문지를 표방하고 있다. 한때는 미디어오늘과 함께 ‘언론의 언론’이라는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언론의 본령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있어야 할 ‘현장’이 없거나 ‘진실 추구’에 소홀해지고 있다고 느끼게 됐다. 지난해 5월 이후 기자협회는 “국가보안법 폐지 없이 언론자유와 언론개혁은 없다”며 보안법 폐지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그럼에도, 정작 여의도에서 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단식 농성 등이 진행되던 현장을 기자협회보는 철저히 외면했다.
보도와 보도가 부딪힐 때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에 대한 판단 근거를 제공하려는 기자정신의 실천보다는 ‘갈등’과 ‘공방’으로 싸잡아 치부해버리는 사례도 잦았다. 신문사의 경영위기를 강조하고 기자의 ‘밥그릇’을 걱정하는 기사가 연이어 1면을 장식했지만 저널리즘, 저널리스트의 길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에 대해 정부의 보수언론 껴안기에 포커스를 맞췄던 기사를 보면서 기자협회보의 지면 제작 철학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기자협회보 발행인이자 편집인이기도 한 이상기 회장에게 몇 말씀드린다. 이 회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고 아시아기자협회 초대 회장에도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올해 초에는 책도 내고 출판기념회까지 갖는 겹경사를 누렸다. 그러나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마냥 축하의 박수를 보낼 수만은 없었다. 협회의 위세는 높아가고, 회장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데 정작 기자들의 위상은 추락하고 자괴감은 깊어가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언론재단 이사장 선임 파문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의 역할과 관련한 이런저런 얘기들을 접하고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금이라도 진실이 무엇인지, 언론재단과 기자협회의 지원 관계에 대해 소상하게 밝혀주기를 바란다. 나아가 이번 기회에 일반 회원들도 기협 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도록 투명성을 강화해주었으면 한다.
끝으로 기자협회와 기자협회보가 진정 ‘당당한 대한민국 기자사회’를 만드는데 보탬이 되고자 한다면 기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날 것으로 듣는 ‘열린 무대’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