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언론인의 정계진출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문제는 각 정당의 언론인 영입이 정치개혁을 위한 '새피'의 수혈이냐, 언론윤리를 저버린 권언유착의 귀결이냐 하는 것이다.
일단 출마를 결심한 몇몇 언론인들은 정치개혁의 의욕을 피력하고 있다. 현재 자민련 공주지구당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정진석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문제는 언론인 출신으로서 어떤 자세로 정치에 임하느냐는 데 있다"고 말했다. 7일로 사실상 방송생활을 마친 이창섭 SBS 정치부 차장도 "균형감각을 갖추고 있는 언론인들의 정치참여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삼웅 대한매일 주필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론개혁 법제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출마자로 거론되는 일부 인사들의 행적은 여전히 비판의 여지를 남겨주고 있다. 한 언론사 간부는 "정치지향적인 기자들이 언론인이라는 프리미엄을 이용해 정치권에 안착하려는 구태가 여전히 온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권언유착의 한 단면을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풍토도 이같은 양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언론계 한 인사는 "조직책 신청서를 내려 했으나 당에서 '언론인들은 신청서 제출 여부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심사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해 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열린 '권언유착과 언론윤리' 토론회에서는 언론현장을 떠난 이후 최소 3년 간의 유예기간을 두는 '현직 언론인의 정치권 진입 일정기간 유예제'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언론계 내부의 문제를 거론하는 입장도 있다. 한 방송사 기자는 "기자로서 전망을 잃어버린 언론현실도 정치권 진입의 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분 불안에 따른 전망 부재, 고질적인 기자조루 현상도 무시 못할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출마자 리스트에 올라있는 언론인 가운데 몇몇 인사는 능히 비판의 도마에 오를 전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언론인의 윤리문제를 거론해 이같은 인사들의 처신을 비판하더라도 권언유착이라는 언론의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언론인들이 던지는 잇단 출사표에 언론윤리 문제와 함께 언론의 현실이 겹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