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신년사를 다룬 각 신문의 보도 양태는 크게 셋으로 나뉜다. 신중한 환영, 지지와 비판의 혼재, 그리고 전면적 비판.
중앙 일간지 가운데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신문은 한겨레이다. 전체적으로 후속정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면서 신중한 환영의 자세를 보인 한겨레는 4일자 사설 2개를 모두 할애해 경제@교육부총리제의 부활 및 신설과 여성부 설치에 대해 기대의 뜻을 표했다. '총선용 멘트'라는 한나라당과 다른 신문의 비판은 사설에서 인용되지 않았다. 또 '남북한 경제교류 한발짝 더'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는 "이번 신년사가 북한신년사에 화답한 성격이 없지않다"며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는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경제 부총리 부활은 경제정책의 혼선을 막기 위해 힘을 모아 준 것으로 풀이하는 한편 힘의 균형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타냈다. 교육부총리 격상에 대해선 '후속조처 미흡 땐 총선용 비판일 듯'이라며 '비판'보다는 '격려'에 가까운 목소리를 냈다.
반면 경향@동아@문화@한국일보 등 대부분의 신문사는 공통적으로 이번 신년사가 '정국운영과 총선준비의 혼동에서 나온 것'임을 비판했다. 문화일보가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사설을 통해 "신년사에서 가장 지적되어야 할 사항은 그 말미에 언급한 신당문제"라면서 "대통령직과 당총재직의 혼돈을 보게된다"고 지적한 것이 대표적 케이스다. 그러나 정책 사안별로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이번 대통령 신년사 중에서 남북경제 공동체 제안을 두드러지게 기사화 했다. 동아는 4일자 1면에서 신년사 보도와는 별도로 '김대통령 남북경제 공동체 협의 대북 제의'를 기사화하고 이 날 사설도 '김대통령의 신년사'라는 제목의 사설과는 별도로 '남북경제공동체 구성방안'에 대한 사설을 실어 대북문제를 비중있게 다뤘다. 경향신문은 경제부총리 부활이 또다시 한사람에게 경제대권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경계했고, 한국일보는 교육@정보화강국에 대한 내용을 사설로 따로 뽑아 교육을 국가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놓겠다는 정책의지에 반가움을 표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가장 뚜렷한 목소리로 전면 비판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4일자 '2년만에 번복되는 작은 정부론'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올해 대통령 신년사를 '졸속성 선심정책'이라고 규정했다.
비판의수위를 한층 높인 것은 중앙일보. 4일자 '시정연설인가 총선공약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경제부총리 부활은 중앙일보가 계속 주장해왔던 바였으나 교육부총리 격상과 여성부 신설은 각각 '무리하기 짝이 없는 발상', '과연 여성우대정책인지 역차별인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3면에 실린 교육부총리, 경제부총리, 교육정보화 계획, 남북 경제공동체 제안 등에 관한 각각의 해설기사들은 각각 '교육부총리는 의외', '예산권 없는 옥상옥 지적도', '예산 1조원확보가 문제', '북 반응 아직 미지수' 등의 제목으로 사설의 비판 논조를 일관되게 반영했다.
이같은 신문사의 비판적 보도는 정책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이성'과 정부에 대한 '좋고 싫음'의 '감정'을 혼동하는 것으로 비친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재홍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최근 한국언론재단 소식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일부 정치권이 개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김 대통령의 발언을 예로 들며 이같은 이유에 대해 "언론사가 정책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도 정책을 펴는 정권에 대한 호오(好惡) 감정으로 비판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은 이 칼럼에서 "큰 방향이 좋은 정책이 작은 시행세칙 때문에 난도질당해 생명력을 잃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위치 혼동'을 '제대로' 비판하기 위한 언론인의 '제 위치'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