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이 펴낸 연구서 '한국 언론의 정치.선거 보도'는 이 질문에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 국민이 알고 싶고, 알아야 할 내용이 아닌 정치인과 언론인이 '알리고 싶은' 내용에 기사의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는 것.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 연구서는 먼저 한국 유권자의 정치행위 특성부터 분석했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지역주의에 근거해 투표를 하고 인물에 대한 호불호.이미지 등으로 후보를 결정하며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찾으려는 노력은 극히 소수의 유권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해결책 역시 언론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의 이같은 성향은 겉으로는 불편부당을 표방하면서 특정 후보를 편드는 보도, 인물중심의 가십보도로 쟁점을 피해가는 보도, 권력게임을 중계하는 경마식 언론보도에 유권자가 감정적.비합리적으로 반응해왔기 때문이다. 언론이 오랜 기간에 걸쳐 국민의 정치성향을 조성해온 '원죄'를 안고 있는 것이다.
연구서는 이같은 보도 문제가 정보를 사이에 둔 정치인과 언론인의 공생관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기자의 취재관행과 사주의 영향력, 정치인의 의식변화를 통한 언론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문제의 해결은 멀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대중주의' 보도 패러다임을 제안했다. 대중주의 보도를 위한 11가지의 구체적인 실천방안 중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언론사내의 반성과 자각'이다. 정치.선거의 의제 선정권을 대중에게 돌려주는 것, 취재보도 때 대중들로부터 접근방식을 조언 받는 것도 '대중'의 눈높이로 돌아가기 위해 해야할 일이다.
1992년 영국 대통령 선거 전에 '샬롯트 옵저버'지의 리치 오펠 편집국장이 "지면의 이슈통제권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한 선언이 대표적인 예다. 이후 '샬롯트 옵저버'는 시민들이 선정한 이슈를 공개하고 매 주마다 하나의 이슈를 집중 분석 정리했다.
이같은 '대중'의 입장에 선 보도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대중으로 하여금 정치에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고 투표율을 높이며 공동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치에 소외감과 무력감을 가졌던 유권자에게 주인의식을 갖게 할 수 있다.
대중주의보도가 한국언론 시스템에 도입되려면 먼저 기존의 취재관행을 불식하고 대중의 흥미와 이슈에 따라 기사의 형식과 접근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먼저 없어져야 할 것은 전국지 체제의 과열경쟁이다. 왜냐하면 경쟁은 대중주의보다 상업주의.안전주의적인 편집정책에 대한 미련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11가지 실천방안에서 첫째로 꼽혔던 '언론의 반성과 자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