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취재시스템 변화는 각 부서에 걸친 기존 출입처 개념 파괴와 여전히 '사쓰마와리'로 통용되는 사회부 경찰팀 취재 관행이 깨지는 것으로 압축된다. 이는 사회 흐름의 변화를 수용하고 다양한 독자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신문·방송사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일부사에서는 기존 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충격적인 조치도 취했다.
이러한 변화상은 밀레니엄 취재 체제로의 전환에 신호탄을 터트린 동아일보를 비롯해 문화일보 중앙일보가 신문사들 가운데에선 대표주자 격이며, KBS MBC도 방송사 취재 방식의 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역시 해외특파원 증원에 이은 산업부 공동 취재 방식 적용 등 통신사 위상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온 중앙일보는 최철주 편집국장의 선후배간 서열 파괴가 돋보인다. 최 국장은 취임 초부터 "편집국이 경직되지 않기 위해선 선배가 후배 밑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취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론을 강조해 왔다.
선후배 역전 현상이 일어난 부서는 위계질서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사회부를 비롯한 경제부와 산업부, 문화부 등이다. 사회부에선 88년 입사(25기)한 평기자 2명이 각각 사건데스크(이규연 기자)와 행정데스크(권영민 기자)를 맡아 선배 차장과 동기들이 취재현장에서 보낸 기사를 손질하고 있다. 두 데스크 임명은 최 국장의 직접 지시 사항이다.
산업부의 경우 선후배간 출입처 1·2진 개념이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포항제철 1진에는 24기 김동섭 기자가, 2진은 21기 민병관 차장이 맡고 있다. 아남그룹은 1진 표재용 기자(29기)-2진 이철호 차장(24기), 동양·한일시멘트는 1진 최준호 기자(33기)-2진 홍승일 기자(25기) 체제이다. 심지어 같은 부서 한 차장은 2진으로만 7개의 출입처를 맡고 있으며 1진으로 나가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또 박태욱 전 경제부장이 문화재 담당기자로 변신한 사례라든가, 전 문화부장인 이헌익 편집위원이 인물오디세이, 월요인터뷰 등에서 활약상을 펼치는 것도 이같은 추세에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 전국부 소속 30여 명 기자들에게도 사건 위주 취재에서 벗어나 지역 정치·경제 등 기획 취재에 치중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업무성향이 사회부 성격과 비슷한 관례가 이어져 왔으나중앙일보는수적 우위를 앞세워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사회부 경찰팀을 중심으로 출입처 벽을 허무는 시도를 단행한 동아일보의 취지는 경찰서에 상주하지 말고 게릴라식 취재로 유연성을 갖추라는 것이다. 경찰서라는 출입처는 취재 편의를 위해 가는 곳일 뿐이며 아이템을 효율적으로 취재해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기자들이 대거 투입되는 구조를 갖춰나가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문화일보 사회부는 경찰기자뿐 아니라 행정팀에도 기존 출입처 개념 파괴를 적용했다. 행정팀 최현미·박경일 기자는 환경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3개 부처를 공동으로 출입하고 있다. 공동 출입 개념이 적용된 데에는 관공서의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기 어려운데다 인력 운용의 개선책으로 나온 것이다. 이같은 취지에서 경찰라인의 변화도 이해할 수 있다. 경찰 라인에 매달리지 말고 사안별 기동취재와 기획력에 중점을 두도록 지시한 데는 김형택 사회부장의 "과거 사건 기자의 취재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하라" "새로운 유형의 사건 취재 모델이 나와야 한다"는 주문이 자리하고 있다. 또다른 이유로는 문화일보 인력 구조에서 비롯된 점이다.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는 팀에서 정확한 목표 접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KBS 보도국도 심층취재와 기자 전문화를 위해 팀제를 부분 도입키로 했다. KBS는 최근 이같은 방침을 확정하고 법조, 재정금융, 기상, 국제뉴스 등 4개 팀을 별도로 신설해 이번 주내로 본격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4개 팀은 각각 사회2부, 경제부, 과학부, 국제부에서 분리됨으로써 부서장들의 통제를 받지 않고 팀장 통솔 하에 특정 출입처에 얽매이지 않고 심층 취재에 전념토록 했다.
MBC도 기자와 PD를 같은 조직에 배치해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하는 시사정보국 신설을 추진하고 있어 기존 취재관행에 대변화를 예고했다.
취재 시스템 변화는 물론 기자들의 관심사이긴 하나 성공 여부는 전례에 비쳐 볼 때 미지수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조선일보가 96년 6월 사회부 경찰팀을 해체하고 기동취재팀을 신설했으나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조선일보는 신문 사회면에서 사건기사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여서 종전 경찰서 중심 취재에서 탈피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당시 변용식 사회부장(현 사장실장)은 "경찰서에서 취재되는 강도·살인사건에서 벗어나 다양한 화제 개발이필요하다"며이미 사건기사 중심의 보도는 독자서비스 차원에서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4년 전의 상황인데도 취지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점을 볼 때 특히 경찰팀의 영역 위주 취재 방식이 어떤 식으로 정착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