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가 정지용 시인의 <향수>라는 시를 들으면 문득 가슴 한구석에 막연한 그리움이 솟아나곤 했다. 그 그리움의 실체가 무엇인가 고민하던 중 강원도 고성 지역의 산불난 지역을 기록하면서 그 답을 찾게 되었다. 그것은 시커먼 숯덩이 속에서도 싹으로 피어나는 자연의 싱싱한 생명력과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그곳 사람들의 눈물겨운 의지로 다가온 희망이었다.
지난해 5월에 펴낸 <우리고향산책>에 나오는 많은 우리의 고향모습도 바로 이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비록 개발의 열풍 아래 허물어져 가고 하나 둘 사라져가도 늘 그 자리에서 지친 우리를 기다리는 모습, 그것이 바로 우리 고향의 모습이다. 칠순노인의 주름 속에도, 젊은이들이 다 떠난 시골 마을의 흙담장 아래서도 당당함과 건강함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치 고성 산불 현장에서 돋아난 새싹처럼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더라도 나무들은 새로운 떡잎을 피우고 있는 그런 모습. 그것이 바로 나의 카메라 앵글 속으로 찾아온 고향의 모습이었다.
뜻밖의 수상 소식에 이틀째 잠을 설쳤다. 한국기자상의 큰 의미를 가슴속에 새기며 모든 현장에서 수습기자의 설레임으로 일할 것을 다짐해 본다. 책 서문에서 미처 밝히지 못했던 많은 분들에게 감사와 그 영광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