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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보고 보스턴 진출할 줄 알았는데···

스포츠지 선동열 기사 다각취재 불구 관측 빗나가, 속보경쟁 → 부정확한 보도 악순환 이번에도 되풀이

김상철  2000.11.13 12: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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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부터 스포츠신문 지면을 달구던 '선동열 보도'는 결과적으로 고생한 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끝맺었다. 4개지 공히 취재경쟁에 뛰어들었지만 21일 선동열 선수가 은퇴 재확인 입장을 발표하기 전까지 어느 신문도 '진출 어렵다'고 전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갈등 속 진출 쪽으로 가닥'이라는 방향으로 보도했던 대부분의 스포츠신문들은 22일자에 일제히 '보스턴 안간다'고 제목을 뽑았다.



실제로 18일 선동열 선수가 보스턴 구단 관계자와 만난 이후 20일 경까지도 계약은 시간문제라는 게 적지 않은 스포츠신문 기자들의 판단이었다. 성백빈 일간스포츠 야구부장은 "물론 선동열 개인의 고민이 가장 큰 문제였다"면서 "그러나 애초 '안간다'에서 '50 대 50'으로 선회하자 사실상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판단이 중론이었다"고 말했다. 선동열 선수는 지난 13일 특파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확률은 반반"이라며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밝혔으며 이 때문에 스포츠서울은 14일자에서 '선동렬 보스턴 간다' 기사로 진출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17일 "미국행을 택할 가능성은 3 대 7로 부정적"이라며 당시로선 유일하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기사를 쓴 김상수 체육부 기자는 "가족이나 주위 반응, 객관적 상황을 봤을 때 안가는 게 대세라고 판단했다"며 "다른 신문들이 너무 진출 쪽으로 몰아간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스포츠신문 기자들은 단순히 추측보도로 일관한 선정적인 보도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적어도 주요 인기종목에 관한 한 스포츠신문의 취재력을 따라올 순 없다"고 자신하는 한 간부는 "선동열만 하더라도 고등학교 시절부터 쭉 지켜본 기자도 있고 속내를 나눌 수 있는 관계에 있는 기자도 있다"고 말했다. 한 야구부 기자 역시 "상황은 하나지만 문제는 해석의 부분"이라며 "당사자나 주변취재 등 다각적인 경로로 확인해 보고 나름의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고 보자. 아직 결정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면 추가 취재를 통해 이를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애초 선동열 선수의 갈등을 '중계'하던 스포츠신문들은 계약조건, 가족문제, 은퇴번복과 성적에 대한 부담 등을 메이저리그 진출의 변수로 제시했다. 결국 그런 변수들이 진출이 아닌 공식 은퇴로 이어진셈이다.



한 기자는 "기본적으로 경쟁이 붙으면 보도에서 앞서가야 하기 때문에 확대 해석의 여지가 끼어 들기 마련이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한 기자는 "팩트만 충실히 따라가면 결과적으로 물 먹은 것처럼 보인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속보 경쟁과 정확한 보도. 새롭지 않은 언론계의 문제지만 스포츠신문에는 더욱 풀기힘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