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다시 불어닥친 증면 바람을 지켜보는 언론계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그런데 최근 들어 증면·증부를 단행한 이 신문은 양상이 좀 다르다. 한국일보에서 발행하는 점자신문 얘기다.
지난해 12월 13일부터 격주간으로 발행하고 있는 '함께 사는 사회, 함께 읽는 신문'은 24일자 4호부터 32면으로 4개 면을 증면했으며, 부수도 3만 부에서 5만 부로 늘렸다. 구독을 신청한 기존 독자들은 물론 장애인단체, 학교, 지방단체 등 각종 공공기관에 무료배포하고 있다.
제작은 편집장을 맡고 있는 박진열 사장실장을 비롯해 사장실 2명과 국제부, 문화부, 사진부, 사회부, 생활과학부, 체육부 등에서 참여한 6명의 기자들이 담당한다. 기자들에겐 가욋일인 셈이지만 당사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장애인 문제는 그나마 언론 보도가 없으면 개선도 안되는 대표적인 분야다. 우리가 큰 힘 안들이고 쓰는 기사도 장애인들에게는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새삼 실감하고 있다."
평소 장애인 문제에 관심이 많아 흔쾌히 합류했다는 배국남 문화부 기자의 말이다. 많은 격려 전화 외에 '미담이 아닌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 달라'는 구체적인 주문도 들어온다고 한다. 배 기자 역시 "소외계층을 조명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언론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면서 "'절망은 없다' 식의 감상적인 기사는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 독자에게 '이젠 세상이 보인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는 박 실장은 "4개 면으로 돼있는 점자 면을 좀더 늘릴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장애인 신문이 아닌, 함께 읽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