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는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대통령선거 등으로 점철된 숨가쁜 1년이었다. 따라서 언론도 이와 관련한 기사를 쏟아내기에 쉴 틈이 없었다. 특히 근래에 활성화된 탐사보도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이 나라 곳곳에 쌓여 있는 비리를 고발하는데 용감하였다.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제34회 한국기자상에는 예년 보다 많은 92건이 출품되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중에서 13개만이 기자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탈락한 여타 우수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취재보도부문의 경우 대통령 친인척 비리와 관련한 6건의 기사 중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비리 및 최규선 김홍걸 비리추적보도’와 ‘최규선 최후진술 테이프 단독 입수’가 뽑혔다. 이 두 기사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결정타를 가한 뛰어난 기사라는데 이의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 통상외교의 무능을 폭로한 ‘한중 마늘협상 세이프가드 연장불가 극비 합의’도 몇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특종으로 높이 평가되었다.
기획보도부문에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의 이념성향을 입체적으로 조사한 ‘의원 노선 대해부 시리즈’가 뽑혔다. 이 기획은 앞으로의 기획보도에 대한 교과서적인 정형을 제시해 준 것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지금 내무반에서는-폭력에 멍드는 전·의경들’은 공공연히 행해지는 전·의경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도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이 영광의 수상작이 되었다. 월드컵 환호성의 뒤안길에 파묻혀 있던 이 사건을 집요하게 추적 보도한 노력의 결과였다. 또한 ‘고추군납 비리’ 기사도 농협과 군 관계자들의 연결고리 속에 자행된 비리의 실체를 용감하게 파헤친 공로가 인정되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지역기획보도부문에서는 소나무의 병충해를 1년 6개월에 걸쳐 심층 취재한 ‘80년간의 전쟁’과 해마다 되풀이되는 수해를 다각도로 취재하고 대책을 제시한 ‘낙동강의 분노 막을 수 없나’가 좋은 점수로 선정되었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자유를 향한 진입, 체포 그리고 절규’가 탈북자들의 긴박했던 현장을 만천하에 알리는데 큰위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무난히 뽑혔다.그래픽뉴스부문에서는 ‘2002 한일월드컵 특집 그래픽 뉴스’가 단일 후보로 무난히 수상작이 되었다. 그리고 출판제작부문에서는 훌륭한 출판물들이 출품되었으나 ‘우리 고향 산책’이 산뜻한 아이디어와 발로 뛴 노력을 인정받아 수상작이 되었다. 공로상으로는 ‘국정교과서 오류 투성이’를 통해 우리 글과 말을 바르게 지키려고 애쓰는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로 돌아갔다.
이번 심사에서 기자상 대상을 결정하지 못한 것이 끝내 아쉬웠다. 모두가 뛰어난 작품들이어서 어느 것을 선뜻 선정치 못하여 심사위원 모두가 공허한 마음으로 심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