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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언론홍보운영방안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취재 방해로 국민 알권리 무시 조치"

진성호 조선일보 기자  2003.03.26 13: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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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지난 14일 ‘홍보업무 운영방안’을 발표하면서 정부부처의 기자실 운영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개방 취지에 걸맞지 않은 사실상의 취재제한’이라는 반발과 비판이 제기되는 한편, ‘취재관행 개선은 계속 돼야한다’거나 ‘언론이 일부 내용을 과대 포장해, 본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7일 부처 공보관 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조선일보 한겨레 KBS 소속 기자들의 글을 통해 ‘기자실 논란’에 대한 시각과 해법을 들어봤다.









진성호 조선일보 사회부 차장대우·미디어팀장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식 ‘언론개혁’은 결론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언론의 기본인 자유로운 기사 취재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시청자에게 품질 높은 기사 제공을 막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재단이 제34회 한국기자상 수상작으로 얼마전 선정한 조선일보 최원규 기자의 ‘한·중 마늘협상 세이프가드 연장불가 극비 합의’란 기사를 보자. 정부가 2000년 마늘협상 당시 세이프가드를 연장하지 않기로 중국정부와 합의하고도 이를 2년간 숨겨왔다는 사실을 특종 보도했다. 이는 정부 부처가 기자실에서 브리핑한 내용이 아니다. 공무원들이 숨기려 한 사실을 기자의 끈질긴 취재로 알아내고 국익을 위해 보도, 특히 농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이창동 장관식 ‘신 취재지침’이 발효되면 이런 자유로운 취재를 원천봉쇄 당하는 것은 아닐까. 이 장관은 기자실을 폐쇄하고 기자들의 문화관광부 사무실 출입을 제한하며, 공무원이 취재에 응했을 경우 그 내용을 즉시 보고해야 한다는 등을 골자로 한 ‘문화관광부 홍보 업무 운영 방안’을 지난 14일 발표했다.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겠다’는 식의 브리핑제부터가 문제다. 정부 편의주의 방식의 전형으로, ‘정보의 일방 통행’은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크게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모든 정보는 인터넷에 띄우겠으니, 일반인들까지 자유롭게 정보 접근이 된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문화관광부 홈페이지의 정부 홍보식 정보는 국민이 진정으로 미디어를 통해 알고 싶어하는 정보와 거리가 멀다. 언론학자들도 이런 식 브리핑 제도는 모든 매체를 평준화해 ‘통조림 기사’를 쓰라는 얘기일 수 있고, 언론 통제 의도로해석된다고말한다.

공무원 접촉을 방해하는 사무실 방문 금지 조항을 두고, 전화 취재를 한 경우도 관련 공무원은 이를 공보관에게 보고토록 의무화했다. 이른바 취재통보제와 취재원 실명제다. 이 장관은 “어떤 기자가 내일 발표할 빅 뉴스를 미리 알아내 그 확인을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르쳐 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특종은 쓰레기통을 뒤져서 하려면 하라”는 말도 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일보·조선일보 기자의 확인 취재를 문화부 관련 단체들은 잇따라 거부했다. 사실 기자실이 있느냐는 존재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지 모른다. 문제는 정보를 어떻게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할 지, 그리고 그 이면에 담긴 속내와 국민의 실생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취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백악관도 브리핑 룸은 주요 통신·신문·방송사들이 첫째·둘째 줄에 자리를 앉도록 배려하고 있다. 미 국무성에 기자실이 있고, 일본에도 큰 관청에는 기자실이 있다. 정부는 매체 영향력에 따라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정책을 더 잘 알릴 지를 고민하면 된다. 역으로 가장 중요한 기자의 존재 가치는 독자·시청자에서 나온다. 기자는 그 매체의 독자·시청자를 위해 기사를 쓴다.

문화관광부가 언론 주무부서임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가 혹시라도 노무현 정부가 정권에 비판적 언론을 견제하기 위한 신호탄은 아닌가 의심이 든다. 언론개혁을 주장해온 노 대통령이라면 이같이 국민을 무시한, 정부의 ‘취재 통제’를 지금이라도 거두도록 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