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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1회 한국기자상 수상소감/[지역취재보도] 경인일보 박승용, 왕정식, 이동영, 김요섭

관리소홀 지적 제도보완 이끌어내, 안산 중앙병원 관장약 파동 사건

김요섭  2000.11.14 10: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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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섭 경인일보 제2사회부





변비환자 5명이 관장이후 ,모두 숨진 일이 안산중앙병원에서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작년 10월20일 오후 3시40분께.



안면이 있는 인사로부터 제보를 받았으나 진위가 의심스러웠다. 이유는 1명의 환자도 아닌 무려 5명이나 숨졌는데도 그때까지도 병원,경찰,유족들에게서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이날 오후 4시20분께 병원에 도착해 원무과, 응급실은 물론 공사중이던 영안실까지 뒤졌으나 역시 헛수고였다.



원장실이 있는 별관에 가면 짧은 단서라도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쪽으로 향하다가 원장실과 연결된 회의실을 지날때였다. 말쑥한 차림의 두 사람이 노트북으로 무언가 작업을 하는 광경을 목격했는데 혹시나 해서 직원이라고 말한 뒤 내용을 재빨리 훑어봤다. 의료사고일지였다.

직감적으로 제보내용이 사실이라는 확신을 처음으로 가졌다. “김00, 원광대병원으로 옮기던중 숨졌다. 사인은...”



회의실을 재빨리 나와 원장실로 갔다. 원장에게 사실확인을 요구해 모두 5명이 관장약을 사용한 뒤에 숨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확한 사인, 숨진 환자 등을 세밀하게 점검하려는데 이를 수상히 여긴 직원들이 떼로 몰려와 우리들은 사무실 밖으로 내몰렸다. 이 때문에 1보 기사를 원고 마감시각까지 송고하지 못했다. 사회부에서 기자 재촉이 빗발쳤다.



몇 차례 사무실 재진입 끝에 전모가 파악됐다. 작년 9월17일부터 10월7일까지 5명의 환자들이 변비증세로 입원했다가 공업용 관장약을 투여받고 숨지거나 위독하다는 것이다.

다음날인 10월21일 사회면에 이러한 사실이 비중있게 보도됐다. 이후 병원의약품 관리실태, 문제점 등을 기획시리즈로 내놓았으며 유가족의 움직임, 경찰 수사 등을 상세히 보도해 사건 실체, 원인 규명에 초점을 맞췄다.



본보 보도 이후 연합뉴스를 시발로 3개 방송사, 중앙지, 지방지들이 기사를 받아 앞다투어 주요기사로 보도하는 등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본보가 관장액의 유통과정, 취급 등을 허술하게 다뤄 인명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관장액을 의약품 관리대상으로 법적관리하겠다고 밝히는 등 제도적 보완도 이끌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