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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1회 한국기자상 수상소감/[출판보도] 중앙일보 이영렬

명절·휴가 다 써가며 후회없이 작업, DJ vs 재벌 빅딜 게임-밀실협상, 그 숨가빳던 1년 6개원~

이영렬  2000.11.14 10: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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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 중앙일보 경제부





어린 시절 신문을 읽게 되면서 가장 좋아한 것이 신춘문예 당선소감이었다. 언젠가 한번 나도 쓸 수 있기를 막연하게 그렸다. 이제, 비슷한 소감을 쓸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말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상을 받게 한 책 <빅딜 게임>과 관련해 생각하면 할수록 말의 실마리들이 뭉텅이로 달아나는 느낌이다. 허탈감이라고 해야 할까.



이 책은 누구에게도 별로 환영받지 못했다. 취재대상이었던 재벌그룹과 정부 및 정치권 등도 좋아하지 않았다. 빅딜이 이슈로 남아 있던 99년 8월 6000권을 찍어 아직 남아 있으니 많이 팔리지도 않은 셈이다.



책은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던 때 전경련을 출입하면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가 클린턴 대통령의 취임 1년간 경제정책의 의사결정과정을 기록한 'The Agenda-Inside the Clinton White House' 라는 단행본을 재미있게 읽어, 김 대통령 재벌정책의 의사결정과정을 기록해 보려는 욕심에서였다.



책을 만드는 동안에는 늘 일상 업무가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고생스러웠다. 산업부에서 기획취재팀에 와 있던 98년 가을 이후 추석·신정·구정 연휴와 겨울휴가 및 10년 근속휴가, 모든 휴일 등 '쉴 수 있는 모든 날'을 잡아 취재원을 만나거나 아니면 동네 독서실에 박혀 작업을 했다. 단 하루도 충분하게 쉬지 못해 휴일에 하루 종일 작업을 하고 귀가할 때는 몸이 마르면서 오그라드는 느낌이 드는 때가 많았다. 후회 없이 작업했고, 역사적인 사건의 현장을 추적취재 했다는 점에서 만족했다.



책의 주제가 예민해서인지 처음부터 걱정을 많이 하셨던 부모님께서는 수상 소식을 듣고 "이제 네 책으로 인한 걱정이 덜해졌다"며 입가에 엷은 웃음을 보이셨다. 심사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