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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언론홍보운영방안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준비 불충분으로 잘못된 긴장 불러"

김은형 한겨레기자  2003.03.26 13: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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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한겨레 문화부 기자





최근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더불어 언론의 ‘핫 이슈’는 문화관광부 홍보업무 운영 방안에 대한 논란이었다. 내 기억에 최근 2-3년 동안 지난주만큼 문화관광부가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적은 없던 것 같다. 문화부로서는 반갑지 않은 주목이었겠지만 말이다. 몇몇 신문에서는 이번 발표가 1면 기사로 등장했고, 각종 해설기사와 사설, 기자칼럼까지 가세해 ‘아낌없이’ 지면을 할애했다. ‘신보도지침’, ‘언론과의 전쟁’, ‘언론에 재갈물리나’ 등 기사 제목도 아주 ‘센’ 표현 일색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받은 보도자료에는 몇 가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시일야방성대곡처럼 앞으로 펼쳐질 언론암흑기를 예상하고 개탄하는 기사를 보면서 실소가 나왔다. 애정이라면 지나친 애정이고, 관심이라면 몇몇 신문이 자주 쓰는 표현대로 ‘정치적인 의도’를 감춘 관심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이처럼 예측만 무성하고 생산적이지 못한 논란-앞으로 이러이렇게 된다더라→그러다가 이렇게 되면 어쩌지?→그렇게 되면 세상이 망하는 거지, 이제 세상이 망한다 라는 식의-의 중심에는 문화관광부와 이창동 장관이 있다. 새로운 홍보 운영 방안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자 그 동안 언론접촉을 피하던 이창동 장관은 방송과 신문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하며 불끄기에 나섰다. 그 모습을 보면서 ‘사후약방문’ 같다는 느낌을 받은 건 비단 나뿐이었을까.

이 장관은 몇몇 언론의 보도가 개방과 공평, 정보공개라는 새 홍보 방안의 본질은 외면한 채 지엽적인 부분을 악의적으로 과장, 왜곡한 왜곡보도의 전형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언론의 보도 행태에 문제를 느껴왔다면 이번 발표에 대한 언론의 호들갑스런 반응은 예상했어야 한다. 그리고 발표 뒤 직접 나서 수많은 각주를 붙이는 수고를 보도자료에 충분히 담았어야 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사무실 출입제한이나 취재 응대 통보에 대해 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사무실 출입이 무조건 금지되는 건 아니고, 왜곡보도의 여지가 있을 때만 취재내용을 보고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짧게 정리된 보도자료에는 각종 경우에 대한 전제와 조건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이를테면 취재응대의 통보에 있어서 공익고발(내부고발)의 예외를 두기는 했지만 “왜곡이나 오보의 경우가있을때만”이라는 말은 적혀 있지 않았다. 장관은 직접 브리핑을 통해 그 맥락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해명했지만 부연설명이 필요한 자료란 그 자체로 불완전함을 시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장관은 발표가 난 며칠 뒤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나도 글을 쓰는 사람이고, 행간의 의미를 읽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의구심과 우려만으로 작성했다기엔 상당수 기사의 행간에 악의적이고 공격적인 태도가 보인다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러기 전에 장관은 자신의 글-직접 쓰지는 않았더라도 결국 저자는 이 장관이 아닌가-을 보다 신중하게 퇴고했어야 했다. 기자 개인의 윤리영역에 속할 취재실명제나 내부적인 당부로 그쳐도 될 (문화부 직원들과) 기자들과의 회식 자제 같은 부분까지 명시하면서 행간의 선한 의도만 읽어달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 장관이 거듭 강조한 “언론과 행정부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