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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한국기자상 심사경위/이렇게 가렸습니다

대상기간 길어 후보작 124편 최다, '맹물전투기' '옷로비' 치영한 경합

이효성  2000.11.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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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장,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제30회까지의 한국기자상은 익년 7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7월에 수상작을 선정하였다. 그러나 이는 통상적인 회계연도와도 그리고 관습적인 1년 단위와도 맞지 않아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있어 기자협회 집행부는 익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이듬해 초에 한국기자상의 수상작을 선정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바뀐 대상기간이 적용되는 첫 번째 경우인 제31회 한국기자상은 대상기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1998년 7월부터 1999년 12월까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제31회 한국기자상에는 예년보다 훨씬 더 많은 124편의 작품이 추천되었다. 이 가운데 절대 다수는 이 달의 기자상의 수상작이었다. 이 달의 기자상의 수상작이 아닌 작품은 모두 18건에 불과하였다. 이제 한국기자상의 추천작은 이 달의 기자상의 수상작과 거의 동일해진 셈이다. 바꾸어 말하면, 한국기자상을 위해서는 이 달의 기자상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제31회 한국기자상에는 모두 14건(취재부문 4건, 기획보도부문 2건, 지역취재부문 2건, 지역기획보도부문 1건, 전문보도부문 3건, 특별상 1건, 공로상 1건)이 선정되었다. 이 가운데 KBS 고 현명근 기자가 선정된 공로상(이 부문은 기자협회 집행부에서 추천, 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선정)을 제외한 13건은 이 달의 기자상 심사위원과 전임 기협회장으로 구성된 13인의 심사위원회에서 이 달의 기자상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방법으로 두 차례의 평가를 거쳐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첫 번째 평가는 심사위원들이 집이나 직장에서 모든 추천작품에 대하여 6점에서 10점까지 점수를 매기는 작업이었고, 두 번째 평가는 평균점수가 8점 이상인 작품들을 대상으로 장단점을 논의한 후 수상 여부에 관한 투표를 하여 참석 심사위원의 과반수 이상의 표를 얻은 작품을 가리는 작업이었다. 대상의 경우는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 가운데 심사위원마다 두 작품을 써내도록 하여 가장 많은 표가 나온 작품으로 하였다.



먼저 대상은 예년처럼 취재보도부문에서 나왔다. 대상의 영예는 연합뉴스 맹찬형 김병수 기자의 <기름대신 물 주입 - 어이없는 공군기 추락원인>이 차지했다. 이 작품은 취재가 어려운 군이라는 폐쇄적이고 비밀주의적인 집단을 대상으로 하여끈질긴취재로 공군기 추락의 원인과 군의 사실은폐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취재보도부문의 한겨레 김규원 안창현 기자의 <고급옷 로비 사건>은 전체에서 가장 높은 평균점수를 받은 작품이었고 <기름대신 물 주입>과 2차에 걸친 치열한 접전을 벌였으나 아슬아슬하게 대상의 영예는 누리지 못했다. 옷 로비 사건의 전개는 커다란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지만 옷 로비 사건 그 자체는 대단한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었다.



대전 MBC 고영성 서상일·김지훈·안준철·김용준 기자의 <법조3륜 부패구조를 폭로한다>는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과 비리를 여지없이 폭로하여 검찰 최초의 항명파동을 야기하는 등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고 무엇보다 법조계의 자성과 정화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SBS 이성철 기자의 <고엽제, 한국에도 뿌렸다>는 한반도에서 미군과 관련된 숨겨진 사실을 발굴하고 실제 피해자를 찾아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보도 후에 많은 피해자들이 신고를 해왔다는 점에서 수작으로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부문에서는 한국일보 이장훈 박광희·김호섭·염영남·김동국 기자의 <동강댐 총점검>과 중앙일보 김일·김기평·박태균·오대영·고대훈·정제원·손병수·김동호·최상연 기자의 <비틀거리는 7대 사회보험> 두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전자는 동강댐 건설계획을 둘러싼 찬반논쟁과 관련하여 동강댐에 관한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취재보도로서, 후자는 IMF 이후에 더욱 중요해진 사회안전망의 일환인 사회보험들에 대한 역시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취재보도로서 호평을 받았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국제신문 변영상 김경곤 기자의 <해양부 졸속협상 - 황금어장이 버렸다>와 경인일보 박승용·왕정식·이동영·김요섭 기자의 <안산중앙병원 관장약 파동사건> 두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전자는 부산지역 신문에 적절한 주제인 한일어업협상에 임했던 한국측의 문제점과 협상결과를 잘 지적한 점에서, 후자는 대상지역내 병원의 잘못된 의술행위를 잘 파헤친 점에서 수작으로 평가되었다.



지역기획보도부문에서는 부산CBS 박창호 기자의 가 유일하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아파트 관리에 개재하는 비리를 구체적으로 예시함으로써 아파트 관리 개선에 이바지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3건이 수상작으로선정되었다.사진부문에서 조계사 폭력분규를 진압하러 사다리에 올랐던 경찰이 사다리가 부서지면서 공중에서 추락하는 순간을 포착하여 세계적인 특종을 한 연합뉴스 김재영 사진기자의 <추락하는 조계사 진압경찰>과 일본으로 출국하던 김영삼 전대통령이 폐인트 봉변 당하는 순간을 잘 포착한 한국일보 고영권 사진기자의 <김영삼 전 대통령 '페인트 달걀 봉변 사건'> 두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국민정부의 재벌 빅딜 게임을 박진감 있게 심층취재하여 책으로 펴낸 중앙일보 이영렬 기자가 출판제작부문에서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공로상은 한국 등반대의 히말리야 '칸첸중가 봉' 등정에 위험을 무릎쓰고 동반취재하다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KBS 고 현명근 기자에게 수여되었다.



비회원에게 주어지는 특별상은 노근리 사건을 수 년 동안의 끈질기게 추적하여 세계적인 특종을 한 AP 통신사의 최상훈 기자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