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캄보디아 사망 한국인 '필로폰 강제투약'

[제421회 이달의 기자상] 이원희 KBS 기자 / 취재보도2부문

이원희 KBS 기자.

“이게 가능한 일이었어?”


보도 이후 쏟아진 정치권 대책을 보며 든 생각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캄보디아 범죄단지 문제 총력 대응을 지시했을 때도, 동남아시아 불법 구인 광고 게시물을 모두 삭제하라고 했을 때도, 공항 직원과 경찰이 의심스러운 출국자를 선제적으로 막았을 때도 그랬습니다.


KBS 취재진이 캄보디아 범죄단지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건 지난해 8월입니다. 지금과 달리 반향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정부 대처는 안일했습니다. 그 사이 범죄단지는 더 외진 곳으로 들어가 더 악랄하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박씨는 캄보디아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중국인 조직원에게 마약 강제 투약까지 당해가며 돈을 뜯긴 뒤였습니다.


올해 대다수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은 지난해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여야는 ‘대통령이 국민을 지키지 못했다’, ‘전 정부 잘못이다’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할까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부재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 모든 ‘가능한 일’이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박씨의 유해는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너무 늦게 가족 품에 안긴 박씨처럼 우리 보도도 때를 놓친 건 아니었는지, 더 반성하라고 주신 상으로 생각하고 무겁게 받겠습니다. 경북 예천 출신 20대 대학생 박모씨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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