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도 '불알'이 있다
엄민용 기자의 '말글산책' <2>
엄민용 기자 margeul@khan.co.kr | 입력
2006.04.14 16:52:10
지난주에 이은 얘기다.
눈과 관련해 흔히 틀리는 표현으로 “눈쌀을 찌푸리다”도 있다. 이때의 ‘눈쌀’은 ‘눈살’이 바른말이다. “이마에 잡힌 주름살”이 ‘이맛살’이고, “배를 싸고 있는 살”이 ‘뱃살’이듯이 “두 눈썹 사이에 잡히는 주름”은 ‘눈살’이다.
눈과 관련해 잘못 쓰는 말만큼 귀에 대한 낱말 중에서도 잘못 쓰는 것이 많다.
만약 누군가 종로 한복판에서 “여자에게도 불알이 있다”고 외친다면 ‘미친Ⅹ’ 취급받기 십상일 터이다. 얼굴이 벌게진 여성들로부터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자에게도 분명 '불알'이 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2개씩이나.
많은 사람이 “귓바퀴(겉귀의 드러난 부위)의 아래쪽으로 늘어진 살”을 ‘귓볼’이라 말하고, 그렇게 쓴다. “뺨의 한복판”을 일컫는 단어 ‘볼’이 ‘귀’에 더해진 말로 알고 그리 쓰는 듯싶다. 그러나 ‘귓볼’ ‘귓방울’ 따위는 사어다. 광복 이전의 <조선어 표준말 모음>에서부터 버리기로 한 말이다.
그렇다면 바른말은? 바로 ‘귓불’이다. 이때의 ‘불’은 “불알을 싸고 있는 살로 된 주머니” 또는 “불알의 준말”로 쓰이는 말이다. 즉 ‘귀+불알’이 줄어서 된 말이 ‘귓불’인 것이다.
따라서 “여자에게도 불알이 있다”는 말은 절대 헛소리가 아니다. 그럼, 남자들의 불알은 몇 개지…^^.
“귓밥을 파냈다” 따위도 흔히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절대로, 죽어도, 하늘이 두쪽 나도 귓밥은 파낼 수가 없다. ‘귓밥’이 곧 ‘귓불’이기 때문이다. 좀더 정확히 얘기하면 “귓불의 두툼한 정도”를 가리키는 말이 ‘귓밥’이다. 귀 안의 이물질을 뜻하는 말은 ‘귀지’다. 이 ‘귀지’를 ‘귓밥’이라 하거나 ‘귀에지’라고도 하는데, 이는 모두 바른말이 아니다.
아울러 ‘귀지’를 파내는 물건을 가리켜 ‘귀후비개’ ‘귀쏘시개’ ‘귀개’ 따위로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역시 ‘귀이개’가 바른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