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도자기 옹기

제227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 울산MBC 홍상순 기자


   
 
  ▲ 홍상순 기자  
 
너무 익숙하면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그것은 그냥 그것이기 때문이다. 시골 마당 장독대에서 흔히 보았던 옹기, 우리 민족의 고유한 음식문화를 지켜온 옹기, 우리 민족에게 옹기는 그런 존재인 듯하다. 옹기는 영어로도 Onggi다. 김치, 태권도와 마찬가지로 기존에 있던 어떤 영어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한국 옹기의 독창성은 무엇일까. 의문은 시작됐다.

옹기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놀랍고 답답하고 복잡했다. 2시간 만에 1미터가 넘는 대형 그릇을 만드는 것이 그토록 대단한 기술인지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료는 상상할 수조차 없이 적었다. 손에 잡히는 건 죄다 읽었지만 옹기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도자기에 대한 공부가 시작됐다. 청자, 백자와 비교하니 그제야 옹기가 무엇인지 조금 눈에 들어왔다.

잘못된 정보와 빈곤한 자료 속에서 헤맬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옹기 장인들조차 똑같이 정의하지 못하는 옹기의 숨 쉬는 기능이었다. 제작 도중 가장 가슴 아팠던 것도 이 대목인데 우리가 수집한 옹기 13개 가운데 5개가 결국 숨을 쉬지 않았다. 가뜩이나 어려워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옹기 산업에 타격을 주고 싶지 않았지만 넘어야 할 산이었다.

 자료 수집 때보다 현장에서 배운 게 훨씬 많았다. 정보가 검증되는 기쁜 순간이기도 했지만 현장을 찾은 목적과 맞지 않아 허다하게 구성을 바꿔야 했다. 옹기의 현재를 바로 보고, 과거 옹기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보여주고, 21세기 옹기가 나아갈 미래를 제시하고 싶었다. 그러나 작품 뒤엔 항상 미련과 후회가 남는다.

나는 여전히 옹기에 대해 수많은 의문을 품고 있다. 그래서 아는 만큼, 그리고 확인한 만큼만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구성이 허술할 수도 있고, 보는 사람이 속 시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색도자기 옹기’가 옹기에 대한 인식의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과분할 따름이다.

작품 이후 옹기 기공의 크기가 장맛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겠다고 하신 분, 막힌 옹기 구멍을 뚫어보겠다고 하신 분들이 있었다. 옹기 장인과 고고사학자, 과학자, 식품공학 연구자, 소비자 등 모두가 동참해야 해결 가능한 일이므로 옹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

잦은 촬영으로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았다. 남편과 어린 선우, 연우에게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우리를 믿고 오랜 시간을 할애해준 회사와 동료들에게도 매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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