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백만 인파의 진실
제242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부산CBS 강동수 기자
부산CBS 강동수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12.15 15: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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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CBS 강동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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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기자는 “팩트로 말한다”고 한다. 더욱이 사회부 기자에게 있어서 팩트란 “목숨과도 맞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단호한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얼마나 팩트에 충실한가? 때론 복잡난해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취재상의 불가피함 때문이라고 변명해보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 ‘팩트’에 대한 의무를 저버릴 때가 없지 않음을 고백하게 된다. 특히나 취재원이 공개한 ‘팩트’가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이 그렇게 말했는데 뭐”하며 어느새 아무렇지도 않은 듯 기사를 써대는 능청스러운 자기합리화에 놀라기까지 한다.
‘해운대 백만 인파의 진실’이라는 기사를 쓰게 된 것은 바로 이런 고민과 반성에서 출발했다. 부산지역 기자로 일하노라면, 좋든 싫든 매년 여름 써야 하는 게 해수욕장 기사다. 해운대에 주말이나 휴일 단 하루 동안에 백만 피서 인파가 몰리고, 해운대의 혁혁한 공로(?)로 부산지역 7개 해수욕장의 전체 피서객은 하루 2백만명에 이른다는 보도를 입이 닳도록 해온 것이다.
하지만 3백50만명이 채 안되는 부산인구나, 1일 전국 피서객의 절반 이상이 부산 바다로 몰려든다는데, 이를 실감할 수 있는 그 어떤 팩트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부산시와 각 구청들이 십수년 전부터 조금씩 부풀려 오던 엉터리 통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커진 때문이다. 또 나를 비롯한 지역기자들이 ‘확인할 길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며 이를 그대로 인용해준 결과다.
오랜 고민의 해답을 찾게 된 것은 비겁하게도 해수욕장 담당기자 자리를 뜨면서 시경캡이 된 시점이다. 대신 힘없는(?) 후배가 총대를 메고 지난 악행에 수술 칼을 휘두르는 중책을 맡게 됐다. 하지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취재에 임해줬고, 부산시가 시소방본부의 정확한 인파 집계방식 제안을 묵살한 비밀까지 알아내는 발군의 취재력을 발휘해 줬다. 후배의 노력이 없었다면 해묵은 논란을 끝내지도, 부산시나 해운대구청의 자기체면에 걸린 논리를 뒤집을 결정적 해법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통계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이번 기사를 통해서도 일선 자치단체와 현장 공무원부터 정확한 통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실을 어김없이 체감했다. 또 이렇게 생산된 ‘못 믿을’ 통계는 학계의 연구나 부산시, 중앙정부의 정책 오류 등 연쇄적인 폐해로 드러남도 확인했다. 한 번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끝없는 거짓말을 되풀이하는 구조, 더군다나 시민의 혈세를 집행하는 지자체에서 거짓말의 악순환을 양산하는 상황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희망한다.